최악 치닫던 남북관계 뜻밖의 선물
1년 7개월여만에 애틋한 만남 재개
시간적 한계… 100명 정도 선정할듯
10월께 2박3일씩 ‘1·2차’ 추진 예상


25일 대한적십자사. 아침 댓바람부터 전화벨이 쉬지 않고 울려댔다. 불과 몇 시간 전이었던 25일 새벽 2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남북 고위급 접촉 공동합의문’ 발표를 통해 남북이 올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키로 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북한의 포탄 도발로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이뤄진 고위급 접촉은, 휴전선 너머 핏줄의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눈물로 지새우던 이산가족들에게 예상치 못했던 ‘선물’을 안겨줬다. 남북 합의에 따라 추석(9월 27일) 이후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면 지난해 2월 19차 이산가족 상봉 이후 1년 7개월여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이번 고위급 접촉이 최악으로 치달은 남북 관계의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던만큼, 우리 측은 이번 8·15 광복절 축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역설한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강하게 밀어붙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추석 상봉이 성사되면 그동안의 관례로 볼 때 모두 6일간 2박3일씩 1·2차로 나눠 금강산에서 진행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시기는 남북이 다음달 초 추석 전후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회담에 들어선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오는 10월 초가 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이제까지 남북이 각각 100명 규모로 상봉을 진행해왔는데 통상 1달 가량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도 26일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실제 상봉 성사까지의 시일을 고려할 때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10월 중순께 열릴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북측이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이전처럼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시기를 결정하는데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 생존해있는 이산가족 절반이 80세 이상 고령이라 이번 상봉 때는 이전보다 규모를 대폭 키워야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추석 전후로 대규모 상봉을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지난 25일 문재인 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에 고위급 접촉 결과를 보고하는 과정에서 “대규모로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아 적정규모로 앞으로 계속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통일부에 최소 1천명 이상을 목표로 북측과 협의에 나설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남북 합의를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남북은 고위급 접촉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을 ‘앞으로 계속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당장 정부가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한 남북 당국 회담에서 이 문제가 테이블에 오르지 않겠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빠르면 다음달 1차 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시기상 추석 상봉 문제와 맞물려 의제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금강산 면회소 등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행사가 되길 희망한다는 정부 입장도 이같은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강기정기자 kangg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