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제연구회·향토사연구소 잇따라 개소
역사 진실규명 위해 오늘도 공부 ‘열정’
“향토 역사를 지켜내는 것이 문화 강대국으로 가는 초석입니다.”
하남문화원 이상범(49) 사무국장은 10여 년 이성산성의 뿌리 찾기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샘재(춘궁동) 출신으로 무려 18대가 하남에 뿌리를 둔 하남 토박이다. 대학시절 서양화를 전공했던 그는 전공필수 과목인 한국미술사 공부를 위해 국내 유적지를 돌면서 시나브로 우리나라 역사에 관심을 두게 됐고, 대학을 졸업하던 1991년 로마여행에서 문화적 충격을 받은 뒤 역사 공부의 필요성을 되새기게 됐다.
그는 “로마여행에서 노인 한 명이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화강암을 다루는 것을 보고 흔한 노숙자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1천년 전 방식 그대로 보도블록을 수리하는 장인이었다”며 “1천년 전 방식 그대로 복원하는 것도 놀라웠지만, ‘이것이 바로 문화구나’라는 충격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국내로 돌아온 그는 조각과 회화활동을 하면서도 꾸준하게 국내 문화유적지를 찾아다니며 역사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다.
2004년 하남문화원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그는 자신의 고향인 하남의 역사 정체성과 뿌리를 찾는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던 2005년 일본 기쿠치현 복원 현장을 둘러보다 박물관에서 ‘7세기 멸망한 백제 유민들이 이성산성을 본떠 만든 성’이라는 기쿠치성 박물관의 설명을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이어 2007년 기쿠치성 재방문에서 박물관이 ‘한반도에서 넘어온 유민들이 지은 성’이라고 설명을 바꾼것을 보고 현지 학예사에게 이유를 묻자, 현지 학예사는 “한국에서 이성산성이 통일신라 유물로 백제보다 200년이나 늦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기 때문에 ‘백제’ 대신에 ‘한반도’ 유민으로 바꾼것”이라는 설명을 들은 뒤 귀국 직후 그는 향토사학자 등을 불러모아 ‘하남 백제연구회’를 구성했고, 잇따라 향토사연구소도 개소했다.
그러나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이성산성은 여전히 통일신라 유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이성산성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며 “정통 역사학자가 아니므로 그 누구도 내 말을 믿어줄 수 없겠지만, 그 자료를 바탕으로 소설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역사의 진실을 찾기 위해 지금도 삼국시대의 건국설화를 공부하고 있다는 그는 “유럽에서는 중세 건물의 외형을 중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고리타분하다고 말하지 않고, 되레 선진국이라고 말한다”며 “선진국이란 외형적 발전보다 문화적 의식이 강한 사람들이다. 우리도 문화적 의식이 강한 나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남/최규원기자 mirzstar@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