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다양한 모습 자체가, 그 변화 자체가 그이기 때문이다.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관계는 그의 모습에 구애받지 않는다. 그가 가구를 만드는 것은 어쩌면 변하지 않고 고정된 모습으로 살고 싶은 소망인지 모른다.
백종열 감독의 ‘뷰티 인사이드’가 입소문을 타고 조용히 손익분기점인 180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매일 모습이 바뀌는 남자와의 사랑이라는 소재는 참신하고 신선하다. 이렇게 많은 배우가 한 인물을 연기한 적이 있었던가.
매일 모습이 변하는 남자 우진 역에 김대명·도지한·배성우·박신혜·이범수·박서준·김상호·천우희·우에노 주리·이재준·김민재·이현우·조달환·이진욱·홍다미·서강준·김희원·이동욱·고아성·김주혁·유연석이 출연했고, 그를 사랑하는 여자 이수 역은 한효주 혼자서 열연을 펼쳤다.
우진은 매일 얼굴이 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수는 우진을 사랑한다. 왜냐하면 모습이 어떻건 간에 우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기동일성을 전제로 한다. 그의 외형이 변하더라도 그것은 표면일 뿐, 동일한 내면을 가지고 있는 그는 우진이라는 것이다.
매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우진은 언제나 낯설다. 누가 우진이 되어 나타날지 모르고, 그 낯선 사람을 받아들이고 익숙해질 여유도 없이 우진은 또 다른 모습이 되어 나타난다. 영화 속에서 이수는 이 때문에 신경증을 앓는다. 표면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한 채 내면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진에게 있어서 분명한 것은 변화 그 자체뿐이다. 그것을 부정하고 내적 동일성에 집착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영화가 실제로 보여주는 것은 아름다운 배우들의 외모 뿐이다. ‘뷰티 아웃사이드’라는 빈축을 살만하다.
‘뷰티 인사이드’는 예쁘다. 그러나 변화를 거부하고 내적동일성에 집착하면서도, 배우들의 수려한 외모를 전시함으로써 참신하고 독특한 소재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듯하다. 오랜만에 좋은 멜로 영화를 기대했던 마음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대연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