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지역화폐 리포트
얼어붙은 골목경제
지역화폐로 녹였을까




제대로 쓰이고 있을까?
골목 살리자는 경기지역화폐
'연간 발행액 5조원' 숱한 논란에도 성장은 계속
‘경기지역화폐’가 2019년 경기도 전역에 정착한 지 어언 5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름 그대로 발행된 지역 내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화폐는 사용 장소를 한정해 지역 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됐다. 이후 긴급재난지원금, 청년 기본소득 등 갖가지 공공 정책 지원 수단으로 활용되며 도민들에게 친숙함을 쌓았다. 골목 상권을 살리고 민생도 지원한다는 취지 아래 경기도에서만 발행액이 연간 5천억원대에서 많게는 5조원 가량에 이를 만큼 급성장했지만 크고 작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어느새 정치권 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지만 정작 본질은 주목받지 못했다. 과연 지역화폐가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정말 본 취지대로 골목 상권과 민생 모두를 살리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는지, 숱한 논란에도 왜 지역화폐는 성장세를 거듭하는지 진단과 분석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이에 경인일보는 모두 5편에 걸쳐 경기지역화폐 5년간의 성장사를 되짚으며 그 가치와 의미, 논란과 문제점을 면밀히 살핀다. 명암을 모두 조명해 향후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많게는 5조대 급성장…
학원비 비중 상승세 두드러져
4조4천117억원. 지난 한 해 경기지역화폐가 발행된 규모다. 수원시 1년 예산(3조1천898억원)보다도 1조원 가량이 많은 금액이다. 경기도민들은 이 지역화폐를 어디에 가장 많이 쓰고 있을까.
평균적으로 가장 많이 쓰인 곳은 역시나 식당·카페 등 일반음식점이었다. 총 결제액만 1조원대다. 두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 학원 결제액 비중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학원 결제액은 2022년 19.49%(9천244억원)에서 2023년 22.98%(9천687억원), 지난해에는 26.73%(1조376억원)까지 증가했다. 일반음식점 결제액 비중이 2023년에 비해 지난해 오히려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한 점이다.


20-30대
주머니 사정 궁한 청년층
인센티브 기회 활용 식당 등 생활비 절약
"미용실, 배달, 카페 다양한 곳에 쓸 수 있죠. 인센티브에 소득공제까지 든든해요." 주머니 사정이 늘 궁한 취업준비생에게도, 여기저기 돈 나갈 구멍이 많은 새내기 직장인들에게도 지역화폐는 생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40-50대
가계부담 줄여주는 주부들 필수템
아이들 학원비 등 용돈관리 최적화
"아이 간식비, 가족들 먹거리, 학원비까지 쓸 곳은 정말 많아요." 지역화폐를 ‘최애’로 이용하는 세대는 단연코 40·50대다. 이는 지역화폐를 주로 결제하는 업종 중 ‘학원’이 1~2위를 다투는 점과 무관치 않다.

60대
고령층에 '효자 노릇'
다른 세대比 낮지만 입소문 타고 사용률 상승
"어디 다른 지역으로 멀리 안 나가는 우리들에겐 지역화폐만한 효자가 없지." 고령층의 지역화폐 사용 비중은 다른 세대보다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 그러나 입소문을 타고 써본 지역화폐는 그야말로 '신세계'란다.

'쓰는 사람만 쓰는 지역화폐?'
경기지역화폐 가입자 수는 2022년 458만여명에서 지난해 694만여명까지 증가했지만 이들 모두가 지역화폐를 활발히 쓰고 있진 않다. 지역화폐를 안 쓰는 이유를 물으니, 성별·세대·직업을 막론하고 지역화폐를 잘 쓰지 않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나뉘었다.
가맹점 정보 부족
현재 경기지역화폐 가맹점은 39만여 개로 사업 초기 1만여 개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도는 지난해 지역화폐 가맹점 매출 제한액을 연 매출 10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가맹점 폭을 더욱 넓히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시민들은 가맹점을 찾는 데 불편함을 겪고 있다.
거주지·생활권 불일치
시·군에서 발행한 지역화폐는 해당 시군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지역 내 소비 활성화와 소상공인 매출 증대를 위함이지만, 오히려 이런 부분이 지역화폐를 잘 사용하지 않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서울 등 타 지역으로의 출·퇴근이 많은 경기도민들은 거주지와 실생활권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런 점 때문이다.
이용 불편
지역화폐를 충전하고 이용하는 방식은 주로 카드·모바일이다. 이에 노인,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은 지역화폐를 구매하고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 때문에
젊은 세대에 비해 사용률이 떨어진다.


낮잠자는 인센티브
커진 혜택에 충전러시
정작 지갑에 갇혀 빛 잃을 판
경기도민들이 지역화폐를 쓰는 이유는 단연 ‘인센티브’다. 인센티브를 10%로 가정하면 10만원을 충전하는 것만으로도 1만원의 혜택을 더 누릴 수 있다.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주체는 각 시·군이다. 시·군마다 재정난을 겪고 있지만 그럼에도 지역화폐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인센티브 지급을 이어간다. 지역화폐가 지역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과연 인센티브 지급은 지역 경제에 ‘효자’ 역할을 했을까. 대규모 재정이 투입된 인센티브는 지역 경제 현장으로 가닿지 못한 채 여전히 소비자들의 굳게 닫힌 지갑에 잠들어있다.
인센티브 일단 받고 본다
경인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1월 25~30일 경기지역화폐 사용액’ 자료에 따르면 명절 연휴 기간 경기지역화폐 결제액은 453억2천800만원이었다.
20% 인센티브 지급을 위해 1월 한 달간 150억원을 쓴 수원시의 경우 해당 인센티브 비용을 포함해 어림잡아 900억원이 시민들의 ‘수원페이’에 충전됐지만, 설 연휴 기간 시민들이 쓴 금액은 이중 5.4%인 48억9천600만원에 불과했다. 인센티브가 당장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일단 받고 본다”는 게 소비자들의 대체적인 얘기였다.

업종별 상인들 의견 분분
지역화폐가 골목 경제에 미치는 실효성 자체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 모란시장 상인들은 대체로 “그래도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역화폐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호응 등을 기반으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각 지자체가 인센티브율 상향 등을 꺼내든 것이지만, 들이는 비용 대비 효과가 덜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대로 쓰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