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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끊긴 한북정맥
​난개발로  '山山조각' 

포천에서 파주까지, 경기북부 지역을 하나로 관통하는 산줄기이자 한강의 주요 물길인 한북정맥이 신음하고 있다. '경기도 자연환경의 보고(寶庫)'라며 한때 모였던 관심은 무한한 개발논리 앞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백두대간 서남쪽으로 장중히 뻗은 한북정맥은 이제 하얀 맨살을 드러낸 채 곳곳이 잘려 있다. 경인일보는 포천 광덕고개에서 파주 장명산에 이르는 한북정맥 경기도 전 구간을 현장 취재했다. 처음과 끝 구간의 조명을 시작으로 훼손된 한북정맥의 현실적인 보전 방안은 무엇일지 짚어본다.

경기북부

허리가

끊겼다

구름
국망봉 골프장
산

맥 끊긴 한북정맥

개발논리 칼날에 도려진
'국토의 뼈대'

한북정맥 경기도 구간의 산줄기가 잘리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건 포천 광덕고개와 파주 장명산만의 일이 아니다.

2008년 당시 연구는 160㎞가량에 이르는 한북정맥 산줄기 중 강원도 철원군에 있는 제 1·2구간을 제외하고 경기도에 속한 포천(제 3구간)부터 파주(제 12구간)까지 총 10개 구간으로 이어진 능선을 대상으로 5개월여간 진행됐다.

취재팀이 현장에서 눈에 담은 양주, 가평, 고양, 파주 등에 걸친 한북정맥의 주요 산줄기는 각종 도로와 택지, 골프장 등 상업시설이 들어서 있거나, 여전히 개발이 한창이었다. 등산로 일부는 길의 모양만 겨우 갖췄을 뿐 이정표가 바닥에 뒹구는 등 정비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경기연구원은 "국토를 쉽게 이해하고 기억하는 데 정맥 개념이 용이하다"면서 한북정맥에 대해 "경기도 자연환경의 보고로서 보전돼야 할 핵심녹지지역"이라고 당시 연구의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한북정맥은 국토의 '뼈대'인 백두대간에서 흘러나온 정맥 가운데 하나로, 오염원이 적은 데다 많은 지역이 군사보호구역에 해당돼 생태계 보전상태가 매우 양호한 산줄기로 꼽힌다.

얼레지, 왜박주가리, 금강초롱 등 희귀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는 것은 물론 계곡에는 쉬리, 퉁가리 등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백두대간과 함께 환경단체 등에서 2000년대 초 복원 필요성이 언급됐다. 이쯤부터 한북정맥은 등산객들 사이에서도 생태 종주 코스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등고선.png

온데간데없는 산줄기

2004년 백두대간이 '백두대간보호에관한법률' 지정 등으로 법적 보호를 받게 됐지만, 정맥은 예외였고 지금까지 법 밖의 존재로 방치돼 있다. 그러는 사이 한북정맥은 점점 잊히고 파괴돼 왔다. 특히 파주 운정, 양주 옥정·회천 등 대형 신도시가 정맥 전부를 도려내고 자리 잡은 건 다른 정맥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한북정맥은 개발 흐름이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남은 정맥이 마주할 위기를 보여주는 단초가 될 수 있다. 한북정맥의 실상을 되짚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山山조각
한북정맥

국망봉~축석령(포천/제 4~7구간)

포천 광덕고개에서 백운산 한북정맥 능선을 따라 자리 잡은 도성고개. 민둥산과 국망봉으로 향하는 포천의 주요 등산로 중 하나인 도성고개 등산로가 끊긴 건 5년여 전 골프장이 산허리에 들어선 뒤부터다.

축석령~울대고개(양주/제 8~10구간)

양주 옥정 회천지구

파주, 양주, 가평 등 경기북부 주요 시군에 세워진 신도시도 한북정맥을 할퀴었다. 양주의 옥정·회천지구는 막은고개에서 샘내고개에 이르는 한북정맥 산림을 무수히 개발하고 올라섰다.

솔고개~장명산(고양·파주/제 11~12구간)

장명산

백두대간에서 160㎞가량 뻗어나온 한북정맥의 마지막 구간인 파주 장명산. 채석으로 산 단면이 잘려나간 반대면에는 산업단지가 들어찼고, 과거 장엄한 산줄기는 이제 온데간데없는 모습이다.

한북정맥 부활 '멈춰버린 16년'

경기도는 지난 2008년 '한북정맥을 살리겠다'고 공언했다. 한북정맥 능선을 따라 경기북부 주요 신도시들이 들어서며 정맥 훼손이 우려되던 시기였다. 이에 도는 한북정맥 보호를 위한 연구 용역을 경기연구원에 맡겨 그 결과를 토대로 복원사업 등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러나 도의 역할은 거기까지였다. 한북정맥 훼손현황과 보전방안을 담은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도 차원의 복원사업과 제도정비는 추진된 바 없다. 도의 공언이 무위에 그치면서 무방비 상태에 놓인 한북정맥 곳곳은 이미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달 24일 오전 10시께 포천시 내촌면 국사봉 진입로. 바닥에 널브러진 '한북정맥 등산안내도'를 거쳐 구분선 없는 흙길을 1시간 가까이 올랐다.

산행로 우측 접근금지선이 둘러쳐진 낭떠러지가 나타났고, 희미하던 기계소리는 굉음으로 변해 귀청을 때렸다. 낭떠러지 아래 황토색 절벽과 벌판 이리저리 쌓인 회백색 바위들이 펼쳐졌다. 그 사이로 중장비들이 철골조 시설 사이로 바삐 작업을 이어갔다. 이는 산줄기 한 면을 U자형으로 파먹은 1만㎡(3천평)규모의 일반산업단지 모습이다.

이날 확인한 현장은 과거 경기연구원이 지적한 상태보다 심각했다. '대규모 채석장'이 한 공장 크기로 정맥을 훼손하고 있다고 당시 조사됐는데, 산업단지 규모로 인해 훼손 반경이 커진 것이다.

지난 2010년 환경부의 '백두대간·정맥에 대한 환경평가 가이드라인' 도입에 앞서 사업 승인된 양주 회천·옥정신도시 모습. 환경부 가이드라인 도입 전 개발 승인돼 대규모 훼손이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계획상 변동 없이 개발이 진행 중이거나 사업을 완료한 모습이다. 

양주시 유양동의 한북정맥 능선면 역시 산 한쪽을 갉아낸 듯 낡은 판잣집들과 벽면이 벗겨진 폐공장들이 즐비했다. 1980년대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이곳에 주거촌을 형성한 이후, 가구 공장과 소규모 제조업 공장이 들어찼다. 이어 이 지역이 그린벨트로 지정돼 단속이 이뤄지자 폐건물만 남아 과거 모습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한북정맥 훼손지는 꾸준히 늘고 있다. 경기연구원과 산림청의 정맥 산림자원 실태·변화조사를 종합하면, 훼손 상태는 나아지지 않고 악화일로다. 

주목해야 할 점은 훼손 정도를 판가름하기도 어려운 '복합 훼손지'마저 나타난 점이다. 이미 정맥을 통째로 도려낸 신도시 등 주거·상업지역이 정착돼 복합 훼손지라는 별도의 유형까지 생겨났다. 복합 훼손지(2020년 기준)는 모두 8개소로 조사됐으며, 거리로만 26.4㎞에 이르는 정맥을 통째로 훼손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산줄기(160㎞가량)의 16.5%가 이미 소실돼 회복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도 차원의 산지관리 목적 대책은 앞서 두 차례(2015·2022년) 발표된 '경기도 산지관리지역계획'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산지관리법상 중앙단위 종합계획이 수립됨에 따라 의무적으로 후속 이행된 것이었다. 강제성이나 구속력 없는 현황 진단에 불과한 계획이었는데, 앞서 제1차 조사에서 지적된 훼손실태나 개선사항이 제2차 계획에 그대로 담겨 있다.

복원·보전 멈춰버린 메아리

허울 좋은
한북정맥
보호대책
결과는?

한북정맥 훼손 실태를 진단하고 이를 보호하려는 노력이 이어져 왔지만, 유명무실한 조치들만 반복돼 개발로 인한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특히 일찌감치 법률로 보호받아 온 백두대간과 달리 정맥을 비롯한 중소규모 산줄기들은 각 기관에 권한과 책임이 분산된 탓에 일관된 관리가 어렵고,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백두대간과 달리 법적 조치 미비

정맥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실질 규제는 2010년 환경부가 마련한 '백두대간·정맥에 대한 환경평가 가이드라인'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침이 마련됐음에도 한북정맥 능선의 개발사업은 끊이지 않고 있다. 

환경부 가이드라인도 효력 없어

헐거운 지침 탓에 실제 특정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진 경우도 있다. 환경부는 2020년 용인시의 반도체산업단지 조성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남정맥' 일부 능선축이 사업부지에 포함됐음에도 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 통과시켰다.

실질적 보호는 없고…

백두대간에서 뻗어나는 9개 정맥(남한 지역)이 법적으로 구역이 지정되고 보존 가치가 명문화된 것은 4년 전이다. 하지만 이런 규정이 생긴 것 외에 '백두대간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실질적인 보호를 받는 정맥은 전국에 단 한 곳도 없다.

관심도 낮아 복원 대상서도 빠져

산림청이 '백두대간 생태축 복원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한북정맥에서 추진되는 사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 주관 지자체 공모사업으로 진행되는 백두대간 생태축 복원사업은 오는 2029년까지 전국 22곳이 완료될 예정인데, 시급성이나 복원 가치에 따른 적합성 심사 등을 거쳐 한정적으로 선정된다.

끊기고
잘리고
방치된
​한북정맥

'호랑이가 스스로 허리를 끊었다'.

지난 1일 군포시 한 사무실에서 만난 오병철(64)씨는 '한북정맥 종주'를 진행하며 "답답한 기분이 못내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한북정맥을 이미 경험한 지인들로부터 등산로가 끊겨 있거나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고 들은 바 있었지만, 직접 경험한 산행길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그는 백두대간 종주(전 구간 산행)를 마치고 수피령(화천)에서 장명산(파주)에 이르는 한북정맥 종주를 이번달 말을 목표로 한창 진행 중이다. 오씨를 처음 만난 건 그로부터 며칠 전 한북정맥 종주 코스 중 하나인 포천의 국사봉 자락에서였다. 인적이 드문 평일 산행길에서 그는 우연히 만난 취재진과 몇가지 얘기를 나누고 "종주를 진행하고 있으니 따로 약속을 잡자"면서 "등산길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조심하셔야 한다"는 당부와 함께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산행길 진입로 군사지역 막히고
등산로에 대단지 주택과 골프장

다시 만난 그는 뒤늦게 알게된 9개 정맥(남한 지역) 종주를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삼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한북정맥 산행 경험에 대한 아쉬움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산행길 중 진입로가 군사지역에 막혀 있고, 등산로가 안내됐던 경로에 대단지 주택과 골프장이 들어서 있어 느닷없이 도심길을 걸었던 기억을 되짚었다. "백두대간과 함께 생태코스로 남은 한북정맥을 넘고 있지만, 생활과 문화의 토대가 된 산줄기들이 개발로 인해 통째로 사라진 것을 눈으로 보니 허망한 기분도 남습니다."

물론 이런 아쉬움이 지금의 정맥 능선의 가치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한다. 그는 남은 종주를 충분히 즐길 마음이다.

개발로 인해 통째로 사라져 허망
기본 보호책도 없이 상징성 외면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일제가 쇠말뚝으로 한반도의 맥을 끊으려 했다는 이 설화적 문구는 그 진위와 별개로 땅을 소중히 여기는 민족의 공감대를 자주 건드렸다. 이는 실제 국가적인 노력으로도 이어졌다. 조선후기 '산경표'로 정리된 고유 산맥체계를 복원하고자 20년 전 백두대간 등을 보호하는 법체계가 마련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맥은 늘 예외였다. 백두대간에서 뻗은 정맥들 위에는 대규모 신도시와 산업단지, 골프장 등 상업시설 등이 '쇠말뚝'처럼 내리꽂혔다. 생태적 가치를 알리고 경험하기 위한 최소한의 등산·산책로도 끊기거나 방치된 곳이 부지기수다.

오씨처럼 한북정맥의 생태적 가치를 인식하고 경험한 이들은 끊긴 산지의 연결과 등산로 정비 등 최소한의 보전 움직임을 당국이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북정맥
우리 스스로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국사봉.jpg

방치된 상흔
'한북정맥'

한북정맥 보전가치

지금이 골든타임

한북정맥 환경가치

한북정맥의 환경가치가 금액으로 연간 3조원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한 지역 전체 9개 정맥 가치를 합산한 값의 8할에 가까운 비중이며, 과거 조사 결과 대비 2배가량 상승한 수치다.

한남정맥의 10배

경기 남부지역을 지나는 한남정맥의 연간 가치는 3천5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북정맥의 11.6%에 불과해 큰 차이를 보였다. 한남정맥 능선의 90%가량은 개발 등으로 인한 훼손지로 평가된다. 

한북정맥 인지여부

한북정맥 이용자 365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백두대간을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53.4%(195명)이었던 반면 한북정맥 인지여부에 대해서는 18.9%(69명)만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정맥살리기 출발점

산림당국 적극행정 펼쳐야

한북정맥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면서 난개발로 인한 훼손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가운데,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의 산줄기 보전·복원사업이 정맥 살리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사업 추진이 지자체 의지에 좌우되는 측면이 크고 예산 문제 등으로 단발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궁극적인 보전을 위해선 정맥에 대한 일원화된 관리체계 마련과 함께 산림당국이 훼손지를 조사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12일 경기도 내 일선 지자체에 따르면 포천시는 한북정맥 능선이 자리 잡은 운악산 정비사업 추진에 앞서 실태조사 및 설계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포천시는 이 사업을 위한 예산 17억원을 확보했으며 오는 8월에 나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한북정맥 살리기

난개발로

깊어진 상처
덧 나기전
'생태계 보전'

수술대로

경기북부 산줄기 자연 훼손 계속

백두대간에서 뻗어나와 경기북부 주요 시군을 관통하는 한북정맥의 상처가 난개발로 깊어지는 사이, 환경보전 가치가 상승하는 역설은 그만큼 한북정맥 보호가 시급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능선 길이가 160㎞에 달하는 한북정맥은 도로, 채석장, 산업단지, 골프장, 군사시설에서 나아가 상업·주거·교통시설 등을 포괄하는 신도시 개발로 훼손되거나 형체를 잃은 곳이 이미 넘쳐난다.

지금처럼 정맥을 보호할 법체계가 마련되지 않고 산림당국과 경기도 차원의 뚜렷한 개선 노력이 없다면, 한북정맥 생태계는 미래 세대에게 남길 수 없는 치유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산림·생태 전문가들은 "정맥의 생태·환경적 가치가 이미 다양한 연구 조사로 확인된 데다가 특히 한북정맥의 경우 수도권과 접해 보전가치가 상당하다"면서 "한북정맥의 보전 방안을 찾는 건 다른 정맥을 보호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산림청 주관 '한북정맥 자원실태변화조사 및 관리방안 연구'(2020년)에서 책임연구를 맡았던 김동필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한북정맥은 수도권 개발로 훼손문제가 심각해 보전 필요성이 어느 곳보다 높지만, 사유지 비중이 커 훼손지를 복구하는 데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김 교수는 "소유주들이 실질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땅을 중심으로 재산세 감면 등 유인을 주는 방식을 통해 매입한 뒤, 보호하고 복원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정맥 등 산줄기 보전·복원 사업에 적지 않은 예산이 드는 만큼, 지속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결국 정부와 지자체 등 기관 사이의 유기적이고 체계적인 협력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국토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녹지 보호 관련 정부 예산이 줄어드는 추세에 환경부와 산림청 등 부처의 사업까지 제각각이어서 사업 효율은 계속 떨어진다"며 "'정맥 보호'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함께 실태를 진단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북
정맥

동네 사람들은
이 산을
'단명(短命)'산
이라고 부른다

경기북부 녹지생태축 한북정맥이 속절없이 앓고 있다. 이는 포천 광덕고개뿐 아니라 파주 장명산까지 160㎞에 이르는 한북정맥 능선 전 구간에 해당하는 얘기다.

한북정맥이 이렇게 된 데에는 무분별한 난개발의 영향이 절대적이지만, 정맥을 보전하고 관심을 이끌어야 할 산림당국과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문제도 크다. 한북정맥 경기도 끝 능선 구간인 파주 장명산의 훼손도 현재 진행형이다.

장명산은 1990년대 중반 신도시 건설 붐이 일었을 당시, 산의 모래와 자갈이 건설용으로 파헤쳐져 산허리 절반이 이미 뜯겼다. 채석장이 그렇게 쓸모를 다한 현재는 잘려진 절단면을 배경으로 콘크리트 공장이 들어서 있다. 현장에는 덤프트럭이 줄지어 모래바람을 날리며 오갔다.

장명산 아래 마을에 대를 이어 살고 있는 김모(70·파주 오도동)씨는 "선대로부터 이 산이 한북정맥의 줄기라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다"면서도 "일제강점기 때부터 훼손이 시작돼 지금은 이미 파일 대로 다 파인 죽어버린 산"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인지 동네 사람들은 이 산을 '단명(短命)'산이라고 부른다"고 자포자기하듯 말했다.

2008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북정맥 훼손실태와 보전방안 연구를 진행한 경기연구원 이양주 선임연구위원은 "백두대간에서 흘러나온 산줄기인 정맥은 생태계 보고로서의 가치는 물론, 물줄기를 낳고 동네를 형성하는 근본으로 의미가 크다"며 "당시(2008년) 실태 조사 때도 훼손유형과 정도가 심했는데, 그 이후로도 보전 사업 없이 한북정맥의 주요 거점지역은 신도시 개발 등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망가져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북정맥

맥 끊긴
한북정맥
​위치도

한북정맥은 포천에서 파주까지, 경기북부 지역을 하나로 관통하는 산줄기이 자 한강의 주요 물길이다. '경기도 자연환경의 보고(寶庫)'라며 한때 모였던 관심은 무한한 개발논리 앞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포천 광덕고개 상업시설

한북정맥 3구간

포천 국망봉 자연휴양림

한북정맥 4구간

포천 A골프장

한북정맥 4구간

포천 수원산 전망대

한북정맥 7구간

포천 국사봉 채석장

한북정맥 7구간

양주 B골프장

한북정맥 8구간

양주 고읍지구

한북정맥 8구간

양주 회천신도시

한북정맥 8구간

양주 유양공단

한북정맥 9구간

고양 서삼릉구간

한북정맥 11구간

파주 장명산 채석장

한북정맥 12구간

파주 교하신도시

한북정맥 12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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