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문화시대 교육, 갈길이 멀다·3]끝 전문가 진단

    [다문화시대 교육, 갈길이 멀다·3]끝 전문가 진단 지면기사

    다문화가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교육'이다. 다문화가정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학령기 다문화가정 자녀 상당수가 어려운 가정 형편과 한국어 능력 부족 등으로 제도권 교육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다문화가정 관련 교수와 단체 관계자들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공교육으로 안내하는 시스템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어 교육이나 공교육 진입을 위한 안내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중도입국 자녀들이 입국 후 수개월을 집에서 보낸다는 설명이다. 또한 전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한국어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외에 다문화가정의 정착을 위한 지원제도는 전무하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다문화사회'를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남동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다문화센터)는 올해 초부터 중도입국 자녀들을 위한 '새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초기 6명이던 학생이 6개월여 만에 30여명으로 늘었다.김기범 다문화센터 소장은 "학생들과 상담을 해 보면 출입국관리사무소나 구청에서 소개를 받고 온 경우는 없다"며 "지인들을 통해서 알고 스스로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들은 수개월을 집에서만 생활하다 이 곳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간에도 정보가 없어 교육을 못 받는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고 강조했다.(사)이주민사회통합지원센터 서광석 소장은 "중도입국 자녀의 경우, 출입국 관리사무소가 다문화센터 등에 대해 간단히 안내하고 있지만, 내용이 부실하고 형식적이라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구청과 교육청,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연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이들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따로 '분리'해 교육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학교 교육도 중요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이들의 적응을 도울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인천시교육청은 다문화공립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서 소장은 "다문화공립학교는 '일반학교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로 설정돼야 한다"며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전문교육기관으로 운영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 [다문화시대 교육, 갈길이 멀다·3]학교 대신 직업전선으로 지면기사

    제도권 교육을 받지 못하는 다문화가정 자녀의 상당수는 이른 나이에 취업전선에 뛰어든다. 당장 생활비가 급한 이들에게 학교를 다닐 시간과 경제적 여유는 없다.중국에서 지난 3월에 입국한 마온일(17)군은 한국어를 공부해 어렵게 학교에 가는 것보다는 직장에서 일을 하는 것을 택했다. 그는 부모님과 떨어져 친척집에서 살고 있다. 어머니가 경기도에서 살고 있지만, 형편이 여유롭지 못해서다. 중국에 있는 아버지는 한국에 들어온 뒤로 한번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당장 생활비를 벌어야 되는 그에게 학교는 그야말로 '사치'다. 마군은 "지금 고등학교를 들어가면, 20살이 넘어야 졸업할 수 있다. 그때까지 학교만 다닐 수는 없다"고 했다. 그에게 먼 미래를 내다볼 여유는 없는듯 했다.신차이(18)군은 지난 2009년에 중국에서 한국에 들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본적인 인사 등을 제외하면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이 어렵다. 최근 한달전부터 서구의 한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오후 9시가 돼서야 일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한다. 자연스럽게 한국어 공부시간은 줄었고, 그로 인한 불편함은 여전하다. 한국말을 못하는 신군에게 막말을 하는 상점 주인도 있었다. 신차이 군 또한 지금 당장 학교에 다니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아무런 정보없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학교에 다닐 때를 놓쳤고 그 사이 또래들은 이미 고3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 다니고 싶어도 입국 전에 중학교 졸업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학교 대신 직업전선에 뛰어든 경우도 있다.올해 중국에서 입국한 이장융(17)군은 중국에서 중학교 졸업 3개월 정도를 남기고 한국으로 왔다. 학교에 다니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중학교 졸업장이 없어 학교에 다니는 것을 미룰 수 밖에 없었다. 그는 현재 매일 부평에 있는 미용학원에 다니고 있지만, 학교에 다니고 싶은 생각에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이 군은 "미용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학교에 다니면서 다양한 것을 배우고 싶다"며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나면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

  • [다문화 시대 교육, 갈길이 멀다·2]다문화가정 엄마들의 고충

    [다문화 시대 교육, 갈길이 멀다·2]다문화가정 엄마들의 고충 지면기사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필리핀 출신의 장연주(44·여·가명)씨는 아이 교육문제로 고민이 많다. 장씨는 "수학은 곧잘 하는데, 사회나 과학은 어려워한다"며 "고학년이 될수록 학업이 뒤떨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피부색이 다른 엄마를 둬 아이가 친구들한테 놀림을 받을까봐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온통 아이 걱정이지만 정작 장씨 자신도 상처를 받은 일이 있었다. 비가 오던 어느 날, 아이가 우산을 챙겨가지 않아 학교로 찾아간 적이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듯 자신을 보자마자 "학교에 왜 왔어!"하며 버럭 화를 냈다고 했다. 장씨는 "쌀쌀 맞은 아이의 낯선 행동에 속상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필리핀 출신인 김주영(45·여·가명)씨는 개구쟁이 외동 아들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 박성진(8·가명)군은 조금은 짓궂지만 착하고 애교가 참 많은 아이다. 인터뷰 내내 아들 자랑에 여념이 없던 김씨는 "아이가 착하고 건강하게 잘 크도록 뒷바라지하는 게 유일한 낙이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김씨의 남편은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일을 한다. 하지만 일감이 없는 날이 많아 집안 살림은 늘 빠듯하다. 요즘 김씨의 가장 큰 고민은 '돈'이다. "아빠가 일이 없어 집에 있을 때가 많아요. 앞으로 아이가 크면 학원도 보내야 하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워 걱정이에요." 김씨가 눈물을 글썽였다. 인터뷰를 돕던 부평구 부광다문화가족센터 직원이 "주영씨, 힘내요. 아이가 잘 크고 있잖아요"하며 다독이자, 김씨는 이내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고야 말았다. 김씨를 안쓰럽게 바라보던 직원은 "주영씨에겐 아이가 전부인데, 형편이 넉넉지 않아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집안 얘기를 꺼리던 김씨는 그동안 마음 속에만 담아뒀던 고민들을 하나둘씩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특히 남편에 대한 원망이 컸다. "아빠가 가끔 술을 먹고 잔소리를 심하게 한다"는 김씨는 "아이 학원비라도 마련할 생각에 일을 해 돈을 벌고 싶지만,

  • [다문화 시대 교육, 갈길이 멀다·1]학교 가고 싶어요

    [다문화 시대 교육, 갈길이 멀다·1]학교 가고 싶어요 지면기사

    최근 결혼이주여성 급증으로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돌봄이 필수. 하지만 학령기 다문화가정 자녀 상당수가 정규 교육과정에서 소외돼 있는 실정이다. 경인일보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생활상을 들여다보면서 다문화가정 부모가 바라는 점, 공교육의 애로사항, 대안 등을 세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편집자 주지난 3월 중국에서 입국한 김향옥(18)양의 꿈은 통역사다. 중국과 한국인의 소통을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처음 한국에 들어와서 수개월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한국어를 하지 못해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만 지냈다. 이 기간 그가 한 것이라고는 가족들과의 간단한 대화와 컴퓨터 게임이 전부다. 그는 입국한 지 4개월이 지나서야 지인을 통해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알게 됐다. 그 전까지 그에게 한국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알려주는 이는 없었다.김양은 현재 이 곳에서 한국어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자신의 꿈인 통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에 가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또래들이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에 가는 것조차 버겁다.김양은 "처음 집에 있을 때 너무 외로웠다"면서 "다른 학생들처럼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니고 싶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일단은 한국어를 배우는 데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김양 뿐 아니라 많은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공교육 과정에서 소외돼 있다. 특히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자란 뒤 중도에 한국으로 들어온 다문화가정 자녀 상당수가 '한국어 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학교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다문화 관련 단체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학교 입학을 준비하거나, 일부는 공장 등에 들어가 돈을 벌고 있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인천지역 다문화가구 수는 1만9천388세대, 세대원은 4만9천351명이다. 이들이 인천 전체 가구(92만9천489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를 상회한다. 50가구 중 1가구는 다문화가정인 셈이다. 하지만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 실태에 대한 정확한 통계

  • [다문화시대 교육, 갈길이 멀다·1]중도입국 자녀들 일상

    [다문화시대 교육, 갈길이 멀다·1]중도입국 자녀들 일상 지면기사

    학교에 다닐 나이지만,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한국말'이 서툰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다. 특히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고 중도 입국한 자녀들은 여러 이유로 학교에 다니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다.지난 14일 오후 5시 인천시 남동구에 위치한 아시아 전통음식점 '다문화 샤브'. 분홍색 앞치마에 빨간색 고무장갑을 끼고 주방에서 그릇을 닦는 초샹궈(17)군을 만났다. 손님이 많지 않았지만, 한국말이 서툰 그는 다른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지시에 따라 말없이 움직일 뿐이었다.지난 1월 중국에서 온 초군은 중도 입국 자녀다. 입국한 지 반년이 지나서야 남동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날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한국어 수업을 듣고 바로 식당으로 일을 하러 왔다. 또래의 학생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에 센터와 식당에서 생활하는 일상이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초군은 식당일을 마치고 밤 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에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자주 마주친다. 그는 "같은 나이의 또래들끼리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학교에 다니고 싶은 생각이 커진다"며 "아직 한국말이 부족해 학교에서 적응하기 힘들 것 같다"고 속상해 했다.초군은 또래 여느 아이들처럼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많다. 그는 "학원에서 기타도 배우고 싶고,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고 싶다"면서 "하지만 한국어가 서툴어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초군은 한국에서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다. 지금 하고 있는 식당일도 나중에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고된 식당일에 치질대로 지친 초군은 오후 9시가 넘어서야 비닐 앞치마와 장화, 그리고 고무장갑을 벗고 식당을 나설 수 있었다. 그의 고단한 하루 일과는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초군과 달리 '한국어능력 부족'이 아닌 다른 이유로 학교에 가는 것을 주저하는 아이들도 있다. 보통 중도 입국 학생의 경우, 서툰 언어 때문에 학습 능력이 또래들보다 떨어지기 마련이다. 한국어를 곧잘 해도 학교 수업을 따라갈 자신이 없어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장쉐웬(17)군이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