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딸아이와 본방사수했던 드라마 ‘정년이’가 막을 내렸습니다. 여성국극이라는 생소한 장르의 공연을 안방에서 TV 화면을 통해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점도 신선했고, 몇년간 소리를 배웠다는 배우들이 진짜 자기 목소리로 국극을 연기하는 ‘연기차력쇼(?)’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무엇보다, 용감한 왕자가 등장하는 동화를 더 좋아했던 딸아이가 여자도 왕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가끔은 세상물정 모르고 욕심 많은 정년이를 지켜보는게 속터지는(?) 면도 있었지만 그래도 깨끗하게 실력으로 경쟁하고 누구보다 서로의 열정과 노력을 알아주는 정년이와 영서의 멋진 ‘워로맨스’를 보는 일이 뭉클했습니다.
문득 드라마가 끝이 날 때쯤, 이렇게 남자배우가 등장하지 않은 드라마나 영화가 있었나 싶었습니다. 주조연을 빛낸 모든 배우가 ‘여성’인 극이 성공할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문소리 배우가 ‘여배우는 오늘도’에서 남성서사가 주를 이루는 대한민국 속 여배우가 설 자리에 대해 풍자한 바 있고, 소처럼 일한다는 손예진 배우 역시 한 인터뷰에서 소처럼 일한 이유에 대해 남성들이 주인공인 영화판에서 여성배우를 중심으로 한 극을 맡을 수 있음에 책임감을 느낀다 말한 바 있습니다. 페미니스트도 아니며 여성주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음에도, 십수년 한국 사회에서 일하는 여성으로 살아보니 문소리·손예진 배우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래서 정년이의 성공이 유독 반가웠던 것 같습니다. 이번주 일목요연 출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