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 소설 ‘투명인간’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천지지간 만물지중 인간이 가장 귀한 이유가 뭔지 아느냐? 염치를 알기 때문이다. 염치는 제 것과 남의 것을 분별하는 데서 생긴다. 염치, 이 두 글자를 평생의 문자로 숭상하여라. 그러면 너는 어디를 가든 사람답게 살 수 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으리라. 천분을 넘어서는 것을 욕심내지 마라. 욕심이 과하면 탐심이 생긴다. 탐심은 남의 것을 훔치게 만든다.- 나이가 들수록, 사회생활을 오래할 수록, 사람의 마음을 고민할 일이 많아집니다. 그 마음 중에서도 저는 ‘염치’를 꼽습니다. 염치는 체면을 차릴 줄 알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입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잘못할 수 있습니다. 허물 없는 사람은 없는 법이니까요. 그런데 실수한 줄 알고 잘못한 줄 알아서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염치를 갖는 일이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복잡하다 못해 치졸하게 돌아가는 선거판, 그 선거판을 보도하는 뉴스들을 보니,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일지 모르죠. 그래도 말입니다. 우리, ‘염치’있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