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에 날라온 재난문자로 집 안 가득 휴대폰 진동소리가 울려퍼집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평화가 흐르던 집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바뀝니다. 서둘러 TV를 켰고, 뉴스를 확인했습니다.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관련뉴스를 빠르게 검색해봅니다. 각종 쓰레기를 담은 ‘오물풍선’을 통한 북한의 도발이라고 결론났지만, 그날 밤 등줄기를 타고 서늘하게 흐르던 긴장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런 류의 긴장은 묘하게 낯이 익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무심하게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하는 그 공포가 익숙하다는 말입니다. 소설가 한강씨가 2017년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미국이 전쟁을 언급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에서도 “실제로 상황에 대해 무관심하고 전쟁의 공포를 극복해서가 아니라 수십년간 축적된 긴장과 공포가 한국인들의 깊숙한 내면에 숨어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죠. 오물풍선만 날아든 줄 알았더니 인천에선 북한의 GPS 교란사태도 일어났습니다. 얼마전엔 훈련병이 기합을 받던 중 목숨을 잃었고 지난해 수해 피해를 돕던 채상병의 죽음은 우리 정치판을 흔드는 뇌관이 되었습니다. 관련없을 것 같은 사건들이 실타래처럼 엉켜 괜히 머리 속을 어지럽게 합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현충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