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올해는 장마를 앞두고 ‘무시무시한’ 경고들이 많았습니다. 한반도 하늘에 구멍이 뚫린다, 역대급 물폭탄 예고… ‘드라이’하게 뽑는 날씨예보 기사제목이 이렇게 ‘오바’해도 되나 싶을 정도죠. 아마도 최근 몇년동안 기록적 폭우로 예기치않게 겪어야 했던 사고들에 대한 공포때문일 겁니다. 반지하에 갇혀서, 지하차도에 물이 차서, 예상하지 못해 대비조차 못했던 일상의 공간들이 공포가 됐던 그 기억말입니다.
그렇게 장마가 시작되고 난 후 지자체 공무원과 장마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경고성’ 예보들이 나온 밤엔 잠을 설친다고 합니다. 혹시 새벽에 비상근무를 해야 할 수도 있으니 말이죠. 그러면서 걱정을 했습니다. 반지하가 있는 지역에 물막이판을 설치해뒀는데, 장마 대비를 위해 순찰을 가보니 대부분 없어져 있더랍니다. 집주인, 세입자에게 물어봐도 행방은 알수가 없었습니다. 최소한의 조치인데, 왜 없어졌을까 물어보니 ‘집값’이 원인이었습니다. 생명을 지켜줄 순 있지만 집값은 못 지키는, ‘수해지역’이라는 꼬리표이기 때문이죠. 공포와 집값 그 사이에서, 참 씁쓸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