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그날 집에 돌아왔을 때였다. 점심을 굶어서 배는 고픈데 형들이 여전히 보리 방아를 찧고 있어서 아버지가 양식을 팔아오지 않아서 또 죽을 먹어야 하는 줄 알았다. 마루에는 ... 방으로 떠메어져 들어가며 연신 신음을 내었다. 저녁때가 되어 칠복이 형들을 따라 다래끼를 들고 보리 목을 따러 보리밭으로 갔다. 보리 목을 따 담던 오복이형이 시무룩하게 말했다. "어머이, ...
경인일보 1999-03-17
... 때였다. 칠복이가 누웠던 자리에서 일어나 좁은 마루로 나왔다. 시퍼런 보릿단을 베어다 놓고 보리 목을 따던 새어머니와 두 형이 칠복이 쪽을 쳐다보았다. 소쿠리에는 보리목이 수북히 담겨 있었다. ... 그리고 어젯밤에 건넜던 개울과 흰모래와 자갈밭이 보였다. 그리고 개울 이 쪽으로 다시 좁은 밭들이 보이고, 집들이 늘어서 있었다. 이 모든 풍경이 한 부채 속에 들어 있었다. 두 형과 어머니가 ...
경인일보 1999-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