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서 천천히 간다구 했지유." 일복이형이 수줍어하는 말이 아니고 진심으로 하는 말이어서 형제들은 그만 숙연해졌다. "일복아. 말나온 김에 이번에 아귀를 짓자. 내가 종숙이 어머이한테 ... 얘기를 내어 볼까?" "어머이. 아직 안된단께유. 그러고 어머이 같은 맘씨 고운 여자라면 몰라도 종숙이 그 애는 시집오기 전에 제 입으로 다짐할 게 있단 말여유." "맘씨야 ...
경인일보 1999-05-05
... 사람이 떠내려와 바위에 걸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서에 알리려고 한 사람이 황간으로 나갔다는 것이다. 여전히 어머니나 형제들의 낯빛이 허옇게 변해 있는 것은 어쩌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던 아버지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족들은 그게 아버지라면 세상 근심 하나가 덜어진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의 입에서도 감히 '아버지'일지도 모른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
경인일보 1999-04-29
제2화, 동창이 밝았느냐 13. 무너지는 세상⑨ "내가 기억하기로, 칠복이 너 형제들이 많지 않았니?" 조동창의 물음에 칠복이가 어두운 얼굴을 아래로 숙였다. "…다 ... 안아 주었다. "벌써 저녁 먹었는 걸요." "그래? 뭘로?" "라면 끓여서 밥 말아먹었어요." 아이들 말에 조동창은 그만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아이들 ...
경인일보 1999-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