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아버지를 찾아서 17. 아버지를 위하여 ⑦ 낮이 짧아진 겨울 초입이어서 기상 시간이면 깜깜했다. 보충대에서는 아침 점호가 끝나면 아침을 먹고 종일 빈둥거리는 게 일이었는데, 아침부터 술을 마시는 신병들도 많았다. 빈틈없이 돌아가는 기초 훈련 중에는 상상도 못하던 자유를 누리면서도 불쑥 불쑥 전방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곤 했다. 어둠 속에서 ...
경인일보 1999-11-12
... 시내버스 안에서는 내가 질께. 히힛." 고황수가 짐을 지는 조동창에게 말했다. 무거운 쌀을 지게 된 조동창이 칠복이를 놀려 말했다. "야! 네가 서울에 나타나니 온 세상이 다 깜깜하구나." "그러게. 군대에서 아예 숯덩어리가 되었구나." 고황수도 맞장구를 쳤다. 칠복이의 검은 얼굴을 놀리느라 하는 말이었다. 그렇지만 김서창만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
경인일보 1999-07-16
... 익살스럽게 느껴졌다. 조동창이 홍금단의 손을 잡아 단 위로 올라와 방두석 목사 앞에 나란히 섰다. 사노라면 전혀 상상해보지 못한 일을 만나기도 하나보다 하는 생각과 함께 아까 교회 마당 한 쪽에 서있던 사내들의 모습이 불쑥 떠올랐다. 전날, 김통달을 연행해갔던 형사들일지도 모른다. 느닷없이 연행되어 깜깜한 어둠 속에 갇힐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번져갔다.
경인일보 1999-02-08
... '남한강 파크'라구 있어요. 가신다면 제가 특별히 전망 좋은 방 드리라고 전화해 놓을께요. 호호호." 뚱보 주인은 그 몸에 어울리지 않게 아까보다 더 음흉스럽게 눈을 찡끗해 보였다. "깜깜한 밤중에 전망이 좋아봐야 그게 그거지 별 수 있겠수?" "뭔소리당가? 그래도 분위기가 다르제라?" 뚱보 주인이 느닷없는 사투리를 꺼내며 호호호 또 웃음을 내었다. "전화나 ...
경인일보 1999-01-26
... 돌아 댕기는 게 아닐까. 하기야 요즘 아이가 돌아오는 시간을 챙겨보지도 못했다. "형아, 요즘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언제니?" "응, 어제는 만화가 끝나고 한참 있다가 깜깜해서야 돌아왔다?" 마치 작은애가 제 형을 고자질하듯이 말했다. 그렇지만 이 말은 차라리 듣지 말았어야할 말이었다. 전에, 제 엄마가 살아 있을 때도 전자오락실에 들어갔다가 늦게 들어와서 ...
경인일보 1999-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