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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권리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아동권리옹호단에 선발된 아이들은 '권리'라는 말이 생소했다. "음...이를테면 너희들이 어떤 일을 할 때 문제라고 생각되는 게 있다면 자유롭게 너희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말하는 것도 아이들의 권리이지."아이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떤 아이들은 누가 의견을 물어본 적이 없다고도 했고, 스스로 의견을...
공지영
202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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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깊어질수록 아동학대 사건도 정비례하듯 늘었다. 사건을 접할 때 마다 마음이 아팠다. 아동학대를 둘러싸고 어른들은 코로나로 힘들어서 그렇다고 말했고, 코로나로 문 닫은 학교 탓에 학대가 많은 것이라 원망도 했으며, 코로나를 막지 못한 정부 탓을 하기도 했다.미안한 말이지만, 아동학대 사건을 취재하며 '코로나'는 어른들이 둘러대기 좋은, ...
공지영
202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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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추진위원단 활동의 결과로취약계층 아동들 겨울나기 물품을 살 수 있도록후원금을 지원해 무척 기쁩니다작은 숲에 뿌린 씨앗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찬바람이 조금 세차게 불어오는 계절이 돌아왔지만 바람 따위에는 지지 않을 만큼 제법 단단해졌다.지난 10일엔 기쁜 소식이 들렸다. 시흥의 어른들이 나서 시흥 아이들을 돕겠다고 결성한 '시흥사랑 아이사랑 나눔 ...
공지영
2021-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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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가기 싫어 느릿느릿 움직이는 아이들이 토요일 아침, 가장 먼저 일어나 옷부터 챙겨 입는다. 평일 내내 제대로 만져보지도 못했던 일하는 엄마의 손을 붙잡고 제일 좋아하는 센터(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에 가고 싶어서다. 아이들만 북적대던 평일 센터와 주말 센터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손을 잡고 센터 안, 센터 밖 놀이터 곳곳...
공지영
202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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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못 가는 기간 동안 혼자 남겨진 마음이 들었나요?""네…""코로나19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요…"아이들에게 '마음'을 물었다. 지금 네 마음이 어떠하냐고. 어른들은 생각했다. 학교 안 가서 공부도 숙제도 안 해도 되니, 얼마나 좋겠냐고. 마음껏 놀 수 있어서 좋겠다고, 속없는 어른들은 아이들에...
공지영
2021-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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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시흥사랑아이사랑 정기후원신청서가 접수됐다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할 때마다 박홍구 1004추진위원단 단장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간다."거짓말이 아니고, 정기후원 신청이 접수됐다고 띵동 울리면 사업이나 일상의 문제로 쌓인 피로감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기분이에요. 이런 기분은 나도 처음입니다. 정말로 좋습니다."그 감정에 대해 그는 처음 느끼는, 이...
공지영
202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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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나는 방정환 선생님이 무척 고마웠어요"어린 시절이 생각나는 듯 잠시 뜸을 들이던 원영길 시흥시기업인협회 회장은 덤덤하게 말을 꺼냈다. 한부모 가정, 여러 형제들 속에서 자랐다는 원 회장은 어린 시절을 불우했다고 말했다. "우리집은 어렸을 때 형제들 수도 많고 형편도 너무 어려워서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서일까. 방목하듯 키워져서 관심을 받지...
공지영
2021-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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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걸자,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재잘거렸다. 재잘거리는 아이의 입 사이로 까맣게 변한 이를 보았다. 어린이 도서관을 살리기 위해 정왕동을 찾은 임병택 시흥시장이 정왕동 아이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쏟게 된 '동기'는 까맣게 변해버린 아이의 이를 보았기 때문이다. 정왕동 초등학교의 오랜 숙원사업 중 하나가 '보건교사 보강'일 만큼 아이들의 건강과 그에...
공지영
20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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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는 세상의 이치들이 있다.아이를 키우는 일이 그렇다. 제 아무리 유명한 아동 전문가가 쓴 육아책을 읽고, 백번 천번 강의를 들으며 자세한 설명을 듣는다 해도 알 수가 없다.아이를 만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아이가 없을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은 어른을 눈 뜨게 하고 깨닫게 한다. 그래서 직접 아...
공지영
2021-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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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번째 이야기 - 어린이는 놀이의 스승 취재 약속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했다. 아직 아이들이 오지 않았겠다 싶었는데, 10살 하음(가명)이와 현주(가명)가 일찌감치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혹시나 아이들이 점심을 먹지 못했을까 걱정됐다. "얘들아, 점심은 먹었어?"라고 묻자 다행히 하음이는 집에서, 현주...
공지영
202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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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다시 집으로 되돌려 보낼 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코로나와 함께 아이들 방학이 예고 없이 시작됐다. 급한 대로 아이들의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간식 프로그램이 순조롭게 진행되며 한시름을 놓았다. 하지만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과 하려고 준비한 여름방학 놀이프로그램들도 모두 '일시정지'가 돼 버린 것.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할 수 있...
공지영
2021-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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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여름방학만 기다렸는데...수화기 너머 선생님 목소리가 잔뜩 풀이 죽었다. 아이들 여름방학을 위해 준비해둔 프로그램들이 떠올랐는지, 통화 내내 깊은 한숨이 흘렀다. 여름향이 제법 나던 지난달,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1천명대에 진입하더니 순식간에 2천명을 넘어섰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4단계로 격상됐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모...
공지영
2021-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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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가 처음 시흥 정왕동 큰솔공원에 들어섰을 때 아이들에게 '동네에 살면서 무엇이 불편하냐'고 물었다. 애석하게도 아이들은 불편한 것에 대해 잘 말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불편하다는 의미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친구들이 많아서 좋다고 하기도 했고, 안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학년 아이들은 조금 달랐다. 우물쭈물하며 입을 ...
공지영
2021-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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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숲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이제 봄을 지났다. 물론 현실은 문만 열고 나가면 말도 안되는 뙤약볕이지만, 작은 숲은 막 여름으로 들어섰다.한겨울 바람이 쌩쌩 불던 때의 첫 만남에서 봄을 지날 때까지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는 아주 천천히 변하고 있다. 이런 류의 복지센터에 대해 우리가 봐왔던 보통의 속도라면 건물 안이 한번에 후다닥 채워지고 "어린이 여...
공지영
2021-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