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려놓은 듯 땅에 엎드려 꽃자루 없이 앉은뱅이 꽃 피우는 노랑 민들레”를 보라. “흔해서 보이지 않고 흔해서 짓밟히는 꽃이”지만 “하늘로 꽃대 단숨에 쑥쑥 밀어 올리는 꽃”이지 않던가. 어쩌면 당신이 무참하게 뭉개버린 '마지막 자존심'을 보이는 것이니. 흔하게 자란 시간만큼 숨어서 보낸 귀한 시간이 거기에 스며있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 2021-08-17
... 하얗게 소멸되고 속도나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여백에서 환상적인 봄날이 흐를 뿐이다. 현실에서는 '다만 그 봄날 함께할 수 없어서 서러울 따름'이지만 여전히 구석구석 기억의 산실에서 진행형이다. 그러한 당신은 '한 폭의 그림'처럼 언제나 정지되어 있으나 매 순간 시공간을 초월하여 횡단하며 그곳으로 두런거리다 돌아오고는 한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 2021-08-10
... 순백'으로 다시 일어서는 '넉넉한 향기는 온 우주를 삼킬 듯'하다. 삶이 깊은 바닥에 이를수록 '세상의 오물 모두 다 품어내고도 철철 남을' 고독의 바다에서 더 깊어지는 법. 그러니 당신도 늦게 핀다고 서둘지 마라. 늦봄이 올 때 이전 것 모두가 어제가 되는 날, 오늘 고독한 당신도 내일 태산목과 같은 이름을 가질 수 있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 2021-08-03
... 아니라 지금―여기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일 뿐이다. 여기서 생존한다는 것은, 이른바 가뭄에도 오랫동안 꽃을 피우는 백일홍처럼 '봉인을 풀듯 나직한 그림자 적시며' 살아남은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어미꽃의 몸냄새'를 잘 기억하기 때문에, 어떠한 팬데믹 상황이 와도 '어리고 푸른 어미꽃'을 남겨 주기 위해 유전하는 데 있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 2021-07-27
... 2월에 만개한다. 빨갛게 피었다가 일순간 떨어지는 '핫'한 동백꽃은 여행자의 삶을 가리킨다. 길 위에서 나고 길 위에서 살면서 다시 왔던 길로 복귀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 혹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이 길 위에서 동행하고 있다면 그 만큼 자신의 무게를 버린 돌탑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 2021-07-20
... 매달고 있다. 따라서 이 시간은 어제 그토록 살고자 했던 사람들의 피어나지 못하는 시간이 된다. 삶과 죽음은 '백기처럼 들어올렸다 내리는 일' 같아서 오늘 피었다고 해서 내일도 피어ㅌ난다는 보장이 없는 법. 오늘이라는 시간 속에 '담대한 꽃냄새'를 남긴다는 것은, 가령 내일 피지 못한다 해도 향기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니.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 2021-07-13
... 그만큼 세파에 떠밀려 소중한 것은 바로 주변에 있는데 멀리서 찾아내려고 하면서 귀한 것이 파기되는 것. 이러한 것에 대한 후회와 반성이 주는 빛나는 슬픔이 있다면 “눈물 닦고 보라 꽃 아닌 것은 없다”는 말이 꽃보다 진하게 파고들지니. 눈을 뜨고 보라. 당신이 하찮게 여긴 것들이 하나라도 보배롭지 않은 것들이 없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 2021-07-06
... 노란 오이꽃들이 별처럼 점점이 박힌 것'은 사실상 꽃도 별도 아니라 상상력의 힘이다. 결국 '상상의 넝쿨을 뻗치는 것'에 있는 것. 어느 날 문득 당신의 '하늘에도 노란 오이꽃들이 하나둘 피어나는 것'은 이젠 바라볼 수 없는 사람을 '기억하는 방법'이다. 이로써 잠든 생각을 어둠 속에서 반짝이며 넝쿨처럼 뻗어 가게 한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 2021-06-29
... 꼬물꼬물' 가듯이 '정충들처럼 기어' 가듯이 '빠르게 걷고 멈춰서 숨 쉬고 다시 걷고' 해야 한다. 그러나 당신의 '추억은 몸의 끝에서 엄청난 속도로 빠져나가고' 삶이라는 놀이 때문에 “달아나지도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는 현실. 우리는 '그것도 꽃이라고' 술래의 입에서 나온 무궁화꽃을 통해 그러한 삶을 먼저 배운 것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 2021-06-22
... '그녀의 귓구슬 속'에서도 '그녀의 흰머리'에서도 미적인 것을 보게 된다. 이처럼 대상이 가진 모든 것들을 연꽃과 같이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것은, 그것을 구성하는 전체에 대한 경이로움의 인식이다. 이 인식을 사랑이라는 대상으로 말하자면 그녀를 그녀로 존재하도록 하는, 그 모든 것들이 그녀를 피워올린 보배로운 연꽃인 셈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 2021-06-15
... 명예스러운 것이 되는 것 같이. 순수한 의미에서 사랑에게 당신을 남기고 싶다면 그 대상을 끝내 보호해야 하는 것. 그렇다면 '기다리지 않아도 기어코 올 것'이 오는 순간에도 당신은 당당해질 수 있다. '여성'과 '명예'라는 꽃말을 가진 능소화를 보면 '하늘마저 능멸하는 슬픔'이 저리도 오래 피어 있구나라고 감탄하게 된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 2021-06-08
... 사람은 산을 통해 산 같은 사람이, 물을 지향하는 사람은 물을 통해 물 같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태산처럼 높은 욕망도 산을 오를수록 낮아지고, 물처럼 흐를수록 높고 깊은 곳에 다다를 수 있다. 고개를 내미는 '봄꽃' 또한 '산은 깎여 내려앉고 물은 살이 쪄' 피어나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차오른' 것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 2021-06-01
... 밀려가는' 나의 전부인 셈이다. '그곳에서 나는 눈을' 뜨고 있다는 것은 공동체 안에 내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곳이 삶의 바다라면 '그곳의 붉은 파도 자락을 놓지' 말아야 한다. 누구든지 스스로 있는 자가 없듯이 '내 밖의 네 안'에서 나를 찾고 있는 우리는 '그곳에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는 인생을 항해하고 있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 2021-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