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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인 것처럼 '꽃 떨군 봄나무들이 신록을 이루면서 저마다 다시 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던가. 나무가 있는 한, 꽃은 지지 않으며 설령 진 꽃이라도 '저마다 더 큰 꽃'으로 환원되기 위한 것. 나무가 온몸이 꽃인 것은 스스로 생멸을 가능케 하는 존재이기에. 무엇인가 생산하고 있는 당신도 '온몸으로 꽃'이 된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
202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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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맞출 수 있는 것. '당신께 모든 것을 드립니다'라는 꽃말을 가진 냉이꽃은 5~6월 '서로 보는 일 하나로 가지 못할 곳이 없는 봄날' 개화한다. '키 작은 냉이를 무등이라도 태우듯 들어 올릴 수' 있는 힘은 바로 정해진 관념을 버리는 데서 온다. 그렇다면 언제나 '봄은 오고 또 와도 '새봄''으로 남는 것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
20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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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명적으로' 흥망성쇠를 가늠하기도 한다. 이처럼 '말의 꽃'은 얼마나 쉬우면서 어려운가. '어떤 황홀함도, 어떤 비참함도 다시 불러올 수가 없다고' 말하는 모든 꽃이 '시든 나무'를 보라. '꽃의 말' 때문에 시들어갈 '웅성거리는 헛뿌리' 하나 떠오르지 않던가. 그 누구도 어떤 진리도 헛뿌리에서 태어나고 사라진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
202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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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의 '잎이 되어 다시 그늘이 되어' 보냈던 숱한 나날들을 기억한다. 떨림은 꽃이 되고 사랑이 되고 한 시절이 되어 툭툭 떨어져도 좋았다. 아직도 세월의 등 뒤에 사랑의 귀를 대면 '피고 지는 꽃들이 하얗게 몸살을 앓는 봄밤'이 당신을 깨우질 않던가. 봄날 꽃가루처럼 '아픈 기침소리'가 망각의 계절을 뚫고 날아다닌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
202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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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는 시공간을 목격하게 된다. 그것은 '쳐다보는 사람 머릿속에 있는 아득한 색소 물'이다. 봄으로부터 감염된 아름다운 전파의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얼마든지 허락할 수 있는 이러한 감염은 무엇을 물들이냐가 아니라 무엇이 물들이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어떤 존재로 채색되어 있는지도 살펴볼 일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
202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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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서운 속도로 사라지고 만다. 벚꽃은 비로소 제자리로 돌아간 것이고 벚꽃에 기댄 자신만이 남아버린 것이다. '이 치 떨리는 배반'을 한 것은 벚꽃이 아니라 그것을 믿었던 자신일 뿐. 이렇듯 '다시는 사월의 몽환에 젖지' 않으려면 벚꽃을 '그녀'로 호명하지 말아야 할지니. '짧은 믿음'이 '긴 배반'으로 남는 것과 같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
2021-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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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것들이 피어난 것이 아닌가. 저기 보이는 꽃잎들은 '뜨겁고 아픈 경치를 지고' 있는데, 그 한 장에는 빛과 어둠이 포개져 '뭉개진 비탈 저쪽 아득히' 왔다 가는 것이다. 비록 '오지게 눈치 없는 차림'으로 보이지만 이는 '오지게 눈치 빠른 차림'으로써 다음의 열매를 기약하기 위해 '내 또 예꺼정' 펼쳐진 풍경일지니.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
2021-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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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언제나 새롭다. 당신과 함께한 '꽃잎처럼 흩어진 시간 끝에서도, 벼랑 끝에 바람이 불 때도, 우리의 생은 스러지기 전에 크게 한 번 빛나는 벚꽃'이었지 않던가. 그렇게 '잎 떠난 자리에' 흘린 그 눈물이 버찌가 되듯이. 이제 꽃비로 상처를 마감하는 벚꽃은 꽃말처럼 '순결'한 '정신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중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
202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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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순간 속에' 있다가 가는 것일 뿐. 함께 하는 동안 '모든 꽃들이 시든다고 해도' 시들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지금에 충실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속절없이, 어찌할 수 없이' 변한다는 것만이 변하지 않는 진리인 것처럼. '자연에의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목련에게서 변할 수 없는 사랑의 이치를 발견하게 된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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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순간 속에' 있다가 가는 것일 뿐. 함께 하는 동안 '모든 꽃들이 시든다고 해도' 시들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지금에 충실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속절없이, 어찌할 수 없이' 변한다는 것만이 변하지 않는 진리인 것처럼. '자연에의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목련에게서 변할 수 없는 사랑의 이치를 발견하게 된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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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릇파릇 한 미나리'는 꽃이 피기 전 '아직 날 것'인 상태로 식단에 오르며 기운을 북돋워 준다. '엄마꽃'이 출산한 봄을 '잘근잘근 씹고' 있는 당신도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아가 꽃을 피울 것이다. 누군가 걸어 다닐 수 있는 '대퇴부 뼈'를 형성해주는 것처럼. 성의와 고결이라는 꽃말을 가진 미나리로 이 봄도 기운이 돌아간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
202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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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이며 '잠자는 꽃'으로 '어두운 태중의 아이'가 꽃의 미라다. 그러므로 손으로 만져도 그 꽃이 만져지지 않는 그런 꽃은 멀다. 마치 이름도 표정도 없이 시들어 '머나먼 당신'이 되어 버린 '미라의 사랑'처럼. 그러나 머나먼 당신은 당신이 오기 전 본래 자리로 돌아간 것으로 색색의 씨앗을 품은 '꽃의 본적'과 다르지 않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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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응하는 것이 빨리 소멸하듯이 '황홀한 불화'같이 '황홀한 붕괴'처럼 목을 꺾는 목련. 말보다 앞서 행동을 보인 것이다. 이별을 두려워하는 당신도 목련과 같이 '과묵하게 작별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전위적인 사랑도 이와 같이 '겁 없이 사랑'하는 것이니. 목련 꽃말같이 고귀하다는 것은 이러한 용기가 뒤따라야 하는 법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
2021-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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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떠났다면 그 아픔은 '모든 꽃이 다 피어나서 자신을 때리는 것'만큼 충격적일 것이다. 꽃은 지기 위해 절정에 이르는 것처럼 우리 목숨 또한 언제 그럴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 '당신 떠나시던 날이 꽃피는 날이란 걸' 알고 싶지 않다면 어제 한 약속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그것은 용기가 아니라 생에 대한 예의일지니.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
2021-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