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큐영화 산책·(17)일]빈자의 빈자에 대한 슬픈 투쟁 '철거' 지면기사
재개발 지역 건설용역의 시선도시빈민 열외된 모습과 닿아거칠게 때려 부수고, 사납게 몰아붙인다. 단순히 그에게 부여된 '일' 일 뿐인데 건물 벽은 무참히 찢겼고 사이사이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어느날 밤, 이미 폐허로 돌변한 재개발 지역의 부서진 건물 공간을 카메라가 정신없이 쏘다닌다. 화면은 재개발 지역의 밤 풍경과 건물이 철거되는 낮의 현장을 교차해 부서진 풍경과 소음, 철거 용역들의 거친 몸짓을 기록했다.제9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젊은 기러기상'을 수상한 박수현 감독의 '일'은 2011년에 벌어졌던 상계 4동 철거 현장의 과거와 현재를 카메라에 담았다. 또 당시 건설용역으로 일했던 '그'의 시각에서 다룬 독특한 영화다.도시 재개발은 세련된 도시외관을 바라는 대중의 욕구와 땅을 소유하고 재산을 증식하려는 욕망 등이 함축된 응축물이다. 영화는 이 욕망의 어느 편에도 흡수되지 못한 두 계층 '용역인부'와 '도시 빈민'을 품는다. 쓰러져가는 공간을 다시 찾아 당시 만났던 도시 빈민의 모습을 담담하게 증언하는 '그'의 시선은 열외된 자들의 절망과 비관에 맞닿아 있다. 사실 그 자신도 내몰린 빈민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자본 시장은 이미 정상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그 속에서 용역노동자와 도시 빈민의 모습은 마치 일란성 쌍생아와 같이 서로를 투영한다. 영화는 다소 미숙하고 또 거친 감이 있다. 그럼에도 약자를 향한 따뜻함을 보이면서도 반면에 냉철함이 눈에 띄는 감독의 시선은 보는 이를 먹먹케 한다. 젊은 감독이 지닌 '사회를 보는 냉철한 시선'과 '대상을 향한 무한한 열정'은 지금 이 시대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할 것이 아닌가.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DMZ국제다큐영화제 제공
-
[다큐영화 산책·(16)벼꽃]자연의 시, 벼의 노래 '농부의 米學' 지면기사
세밀한 카메라, 숭고한 노동 찬가한톨 쌀로 탄생·죽음 주제 담아내한 톨의 쌀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볍씨에서 볏단에 이르는 벼의 생애를 담은 영화 '벼꽃'은 계절의 변화에 따른 자연의 아름다움과 농부들의 숭고한 노동에 대한 예찬을 담고 있다.세밀한 곳에 놓인 카메라의 시선이 흥미롭게 펼쳐지는 이 영화는 제9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한국경쟁부문 '심사위원 특별상'과 '관객상'을 받은 작품이다. 밥풀처럼 보이는 하얀 벼꽃과 강처럼, 바다처럼 보이는 논의 표면, 조용히 논두렁 곁에 선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면서 내는 소리, 찰박거리는 물에 비친 햇살의 눈부심과 뿌연 수면 아래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벼, 농부의 걸음이 모두 하나가 된 듯 느껴진다. 농부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노동할 동안 벼들도 자연과 공존하거나 투쟁하면서 자란다. 오정훈 감독도 그들 곁을 지키면서 관찰하고 기록한다.이 단순한 행위로 벼꽃은 인내와 끈기 외에는 결코 닿을 수 없는 영역이 있음을 증명하는 듯하다. 마른 땅을 갈아엎고 물길을 열어 놓아 논이 돼가는 과정을 통해 이 영화 안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반복과 순환의 주기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 과정을 단순히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영상 속에 숨겨진 탄생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마주하게 된다. 소비와 유통이라는 사회 시스템에 의해 위협받더라도 재배와 생산은 반복될 것이라는 소박하지만 위대한 진리가 이 다큐멘터리의 근간을 이룬다. 시적 아름다움과 자연의 리듬감, 그리고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명확한 진리를 느낄 수 있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DMZ국제다큐영화제 제공
-
[다큐영화 산책·(15)워쇼]오늘의 시리아, 희망의 반댓말 지면기사
'아랍의 봄'후 내전 화면에 담아도피하며 찍은 영상 생생한 현실희생된 친구 부르며 기억 몸부림동시대 가장 참혹한 환부가 되어 버린 국가 시리아. 라디오 DJ이자 이 영화의 공동 감독인 오바이다 자이툰과 친구들이 주인공이다. 지난 2011년 '아랍의 봄'이 시리아에 찾아왔다. 40년간의 시리아 독재 정권을 겨냥한 혁명의 분위기가 고조됐을 무렵, 오바이다와 친구들도 혁명의 물결에 자기만의 방식으로 참여한다. 그들의 희망과 달리 사태는 점점 악화됐다. 시리아가 내전에 휩싸이고 테러집단이 창궐해 난민이 발생했고 결국 불우한 땅이 돼 버렸다. 하지만 '워쇼'는 우리가 체감하지 못한 것을, 끝내 말할 수 없는 것들을 가장 사적인 차원에서 담아냈다. 오바이다가 도망치고 숨어서 찍은 영상들은 국제 정세에 관해 기술된 몇 줄의 문장으로는 옮길 수 없는 가혹한 현실을 관객에게 생생하게 전한다.7개의 장으로 나눠 시리아의 현황을 짚어 나간 구성은 감독의 치밀함을 엿볼 수 있지만 5장 '기억'에서 그녀가 친구들의 이름을 하나씩 호명할 때에는 이 영화가 꺼져버린 생명과 희망에 관한 자화상이라는 것을 절감할 수 있다. 참전의 폭력과 환멸의 폭력 사이, 희생과 새로운 내일에 대한 희망 사이에 우리는 어디쯤 서 있을까. 영화는 제9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사진/DMZ 국제다큐영화제 제공
-
[다큐영화 산책·(14)라이프-이미테이션]꿈꾸듯 부유하는 현실, 흔들리는 현대인 지면기사
가상세계와 실재의 삶 연결불안한 군상 유기적 시각화어두운 밤, 한 여성이 로스앤젤레스 거리를 서성인다. 거리는 수상하다. 죽었거나 혹은 잠든 것 같은 사람들이 곳곳에 쓰러져 있는 거리에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영화의 배경은 가상현실, 게임 속이다. 게임 속 캐릭터가 밤거리를 헤매는 사이사이에 캐릭터를 실제로 움직이는 현실 속 상하이 청년들이 거친 숨소리를 내쉰다. 그건 현실이다.영화 '라이프/이미테이션'은 모순의 언어로 이루는 하나의 세계, 롤플레잉 게임을 하듯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과 그들이 조종하는 가상세계를 절묘하게 교차시켰다. 영화는 가상과 현실을 오가며 중국 상하이 젊은이들의 불안과 우울을 드러내고 있다.텍스트 대화는 현대인들이 누군가와 가장 내밀하게 소통하는 수단이다. 이 대화를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가장 현실적이지만, 실재하지 않는 시공간으로 관객을 끌어당긴다. 사랑과 고독에 대한 번뇌로 점철된 채팅메시지는 바로 컴퓨터 게임의 가상현실로 이어지고, 또다시 상하이 어딘가의 진짜 현실로 이어진다. 이러한 장면들이 매우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마치 가상과 현실의 세계가 경계 없는 하나의 덩어리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잠에서 깨면 사라질 꿈처럼 보이기도 하고, 카메라-인물-가상 프레임이 서로를 응시하는 거울같기도 하다.존재의 개념을 다각도로 확장시키면서 영화는 젊은이들의 불안과 우울을 초현실과 본질로 증폭시킨다.제9회 DMZ국제다큐영화제 '아시아의 시선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오가며 삶과 게임간의 경계 및 범위를 탐구한다. 변화하는 기술이 제공하는 소통의 방식에 따라 젠더, 사회 규범, 전통적인 매체, 소셜 미디어, 각종 형태의 소외, 그리고 젊은 세대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가상의 연결에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DMZ국제다큐영화제 제공
-
[다큐영화 산책·(13)성찬식]불행과 싸우는 소녀, 부서진 가족의 배고픈 성찬식 지면기사
어린 가장의 무거운 인생 포착인물 밀착한 촬영·영화적 편집우리가 타인을 보는 시선 넓혀바르샤바 인근의 허름하고 비좁은 아파트에 사는 14세의 소녀 올라(Ola)는 이 집의 가장이나 마찬가지다. 아빠는 술에 취해 무능하기 짝이 없고, 엄마는 집을 떠나 간혹 전화만 나눌 뿐이다. 자폐아인 두 살 아래 남동생은 늘 불안한 상태다. 영화는 올라가 남동생 니코뎀(Nikodem)의 성찬식을 준비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나이에 걸맞지 않은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소녀의 일상을 섬세하게 관찰한다. 가톨릭교 신자가 95% 이상인 폴란드에서 첫 영성체를 하는 성찬식은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로, 온 가족이 모두 모여 화합하는 날이기도 하다. 올라는 자폐증으로 인해 주의가 산만한 남동생이 성경의 가르침을 외우도록 돕는 한편, 제구실을 못하는 아버지를 돌보아야 하고, 멀리 떠나 살고 있는 엄마가 성찬식에 참석하도록 설득한다. 성찬식 이후 엄마가 갓난아기를 데리고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급격히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안나 자메츠카 감독은 이 첫 장편영화에서 인물들과 친밀한 관계를 쌓으며 극적인 순간들을 포착하는 데 성공한다. 제9회 DMZ국제다큐영화제의 대상인 흰기러기상을 수상한 '성찬식'은 타인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풍요롭게 해주며 나아가 우리 자신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게 해준다. 연출자가 개입하지 않는 가운데 인물에 밀착한 신중한 촬영과 극영화에 가까운 숙련된 편집이 영화의 완성도를 더하며 심사위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영화는 28일 오후 5시20분 고양 메가박스 백석8관에서 특별 상영된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사진/ DMZ국제다큐영화제 제공
-
[다큐영화 산책·(12)반 고흐 인 차이나]자본에 채색된 세상, 고흐를 동경한 그림공장 화가 지면기사
거대하게 성장한 모사품시장 이면자신만의 꿈 찾으려 애쓰는 주인공희망·절망 오가는 생생한 삶 기록중국 남쪽, 선전시 다펀마을은 1989년에 생긴 세계에서 가장 큰 유화촌이다. 고층건물이 즐비한 도심 속 눈부신 경제성장 이면에 화가들이 살고 있다. 1만명도 넘는 이 화가들은 척박한 조건에서 '짝퉁'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다. 그린다는 표현보다, 가내수공업으로 생산한다는 것이 더 잘 어울리는 그들은 서양 유명화가의 모조품을 생산해 세계 각처 박물관 인근의 기념품 가게로 보낸다.'반 고흐 인 차이나'는 중국의 경제성장 이면의 낯선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고흐의 그림을 그리는 주인공 쟈오 시아오용은 이 바닥에서 제법 잔뼈가 굵다. 20년 가까이 그렸지만 한번도 고흐의 진품을 보지 못했다. 그의 소원은 고흐의 진품을 보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존경과 경탄을 안고 우여곡절 끝에 반 고흐의 자취를 찾아 유럽으로 떠났다. 여행 중에 그는 프랑스 아를에서 꿈에 봤던 반 고흐를 대면한 듯한 착각마저 한다. 이 여행으로 그는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를 실행하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한 것. 첫 작품으로 그는 어머니의 초상화를 그린다.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그에게 의미 있는 출발이다.감독은 화려한 도심 이면의 낯선 직업을 통해 중국인의 삶 속에 깊숙이 침투한 서구적 가치의 형국을 포착한다. 주인공의 내면에 있는 희망과 절망을 통해 그 낯빛을 생생하게 목격한다. 주인공은 굴욕과 명예, 자부심과 열등감, 꿈과 악몽의 극점을 수없이 오간다. 목구멍으로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가 하면, 경탄에 들뜬 눈빛, 굴욕이 깃든 얼굴 표정이 여과 없이 전달된다. 어마어마하게 모사품을 생산해내는 중국의 유화 시장과 그 안에서 자신의 진정한 꿈을 찾으려 애쓰는 개인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제9회 DMZ국제다큐영화제를 통해 22일과 26일 메가박스 파주출판도시와 메가박스 백석에서 상영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DMZ국제다큐영화제
-
[다큐영화 산책·(11)망각과 기억2: 돌아봄]'진실'이 떠오를 때까지… 앞으로 가기 위한 돌아보기 지면기사
故 김관홍 잠수사의 투쟁활동 등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 조명풍자·치유 담은 5편의 옴니버스2014년 4월 16일. 인천을 떠나 제주를 향해 가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476명을 태웠는데 304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규명되지 않은 진실 앞에 유족들은 끊임없이 참사를 기억하고자 투쟁했고, 그 반대편에서 누군가는 지우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올해 DMZ국제다큐영화제에 출품된 '망각과 기억2: 돌아봄'은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가 겪은 집단적 트라우마를 기록한 5편의 옴니버스 다큐멘터리다. 특히 이 사회에서 304명의 희생자가 온전히 영면할 수 없는 이유를 물으며, 참사 뒤에 가려진 숨은 이야기를 끌어냈다.안창규 감독의 '승선'은 세월호 마지막 탑승자이자 마지막 탈출자인 김성묵 씨의 이야기를 담았다. 친구를 위해 구명조끼를 내준 소년과의 짧은 만남을 회상하는 그의 얼굴 뒤로 세월호 희생 학생의 초상화가 포커싱 아웃되며 관객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하다.박종필 감독의 유작 '잠수사'는 故(고) 김관홍 잠수사의 삶과 죽음을 다룬다. 그의 장례식 뒤에 남겨진 이들 역시 진실을 위해 끝까지 싸우고 있다. 영화는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이들의 투쟁을 담았다. 김환태 감독이 연출한 '세월오적'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즉 적폐의 대상을 추적한다. 영화는 풍자적 요소들이 요소요소 가미돼 있는데, 그것은 아마 차마 보기 힘든 대상을 마주해야 하는 관객을 배려한 최소한의 장치다. 김태일, 주로미 감독의 '걸음을 멈추고'는 마임배우 류성국와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어머니가 연극 '그와 그녀의 옷장'을 통해 만나 치유하는 과정을 그렸다. '기억의 손길'을 통해 문성준 감독은 안산 세월호 추모공원 조성을 둘러싼 시민들의 갈등을 그렸다. 세월호 유족들은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추모공원을 혐오시설이 아니라 사업적 가치가 있음을 설득해야만 한다. 영화는 오는 22일과 24일에 각각 메가박스 파주 출판도시와 백석에서 상영된다. /공지영기자 jyg@kyeon
-
[다큐영화 산책·(10)카운터스]인종혐오에 날리는 유쾌한 카운터 펀치 지면기사
혐한단체 '재특회' 맞선 일본인들'이에는 이' 기상천외한 '반사' 활동자유·연대 민주적가치 돌아보게 해"조선인은 꺼져라! 바퀴벌레 조선인은 꺼져라!" 일본 거리 한가운데, 재일 한국인을 혐오하는 말들이 넘쳐난다. 재일 한국인이 일본 사회에서 특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재특회(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가 거리 시위를 통해 2013년부터 지금까지 1천여 건이 넘는 헤이트 스피치, 이른바 혐오발언을 쏟아냈다. 그런데 거센 혐한 물결 속에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는 저항세력이 나타났다. 그것도 재특회와 같은 일본인들이 직접 나섰다.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선보이는 '카운터스'는 일본 내 인종 혐오에 맞서 싸우는 행동주의자들의 이야기다. 일본 조직폭력배인 야쿠자 출신의 '다카하시'를 중심으로 한 이들은 자신들만의 유쾌한 방식으로 혐오발언에 대항한다. 다카하시를 필두로 카운터스의 행동대 '오토코구미'와 만난다. 이들은 재특회 회원들의 혐오발언을 '반사'하기 위해 진지하게 욕설을 연마하기도 하고, 재특 시위대 앞에 무작정 드러누워 도로를 점거해 시위를 방해하는 기상천외한 전략으로 일본 내 인종혐오 현장의 최전선을 지킨다.이들의 과격한 방식 탓에 카운터스 안에서도 과격한 폭력단체라고 비난받기도 하고, 재특회 회원과 몸싸움을 벌여 경찰에 연행되기도 하지만, '차별을 없애자'는 목적을 지키기 위해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가는 이들의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자유와 평화, 연대의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작품은 독특한 캐릭터와 재기발랄한 전개, 감각적인 편집으로 이번 DMZ국제다큐영화제의 국제경쟁에서 유일하게 상영된 한국작품이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DMZ국제다큐영화제 제공
-
[다큐영화 산책·(9)올드마린보이]가족 위해 고통의 바다 뛰어드는 경계인 지면기사
남한 사회 속 탈북 잠수부의 삶500시간 기록 현대인 상징 투영한국 다큐멘터리 영화 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진모영 감독의 신작이다. 잠수부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던 진 감독은 탈북자 박명호씨를 만나게 됐다. 올해로 탈북한 지 10년이 된 그는 남한과 북한의 국경 마을에서 재래식 머구리 잠수부로 살고 있다. 제일 위험한 경계를 넘어왔지만 지금도 여전히 생과 사의 경계선 위에 서 있다. 영화는 줄 하나에 의지해 바닷속으로 끝없이 침잠해가며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시작하고, 바다에 몸을 맡긴 채 힘차게 발을 구르며 잠수복에 공기를 채워 수면을 향해 올라가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진 감독은 "남한사회의 이방인을 넘어 수많은 고난과 고통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묵묵히 전진하는 모든 현대인의 상징으로서 그를 담았다"고 했다. 가족을 위해 삶을 걸고 싸워나가는 한 남자의 용감한 초상이자, 2년 반이라는 촬영 기간 동안, 500시간의 기록으로 경계인의 눈에서 바라 본 우리 사회를 포착한다. 제9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9월 21일 오후 7시 파주 민통선 내 캠프그리브스 체육관에서 열리는 개막식에서 첫 상영한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사진/DMZ국제다큐영화제 제공
-
[다큐영화 산책·(8)휴먼]넓게 내려다본 세계, 깊이 들여다본 세계인의 삶 지면기사
3년간 60개국 돌며 인터뷰 진행결속·반목 공존하는 인류 성찰자연과 인간 조화 사색적 접근'휴먼'은 지난해 DMZ국제다큐영화제 메인 포스터로 쓰인 사진을 촬영한 사진작가이자 감독인 얀아르튀스-베르트랑의 최신작이다. 모자이크적 방식으로 인류의 삶을 총체적으로 구성하고자한 감독의 야심찬 시도가 돋보인다. 영화는 3년간 60개국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인터뷰이들은 행복, 사랑, 증오, 전쟁과 같은 관념적인 주제에 관한, 경험이 담긴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선악이 공존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성찰과 함께 결속과 반목이 공존하는 전 인류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 사유할 기회를 제공한다.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조합하는 이 영화는 흡사 전 인류의 목소리를 집대성한 거대한 건축물처럼 보인다. 감독은 인터뷰이들의 얼굴에 시선을 집중하고 그들의 말에 경청할 수 있도록 부차적인 영화적 요소들을 배제하는 과감한 방식을 택했다. 사람의 얼굴을 깊이 있게 응시하게 만드는 동시에 사람의 말에 주의 집중하게 만드는 그의 방식은 시청각을 자극해 관객을 타인의 삶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더불어 감독은 광활한 대지의 풍경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메트로폴리스에 장식처럼 존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시적인 이미지를 통해 인간과 문명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공생적 관계에 대해 사색적으로 접근한다.영화는 8월 26일 오후 2시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전용관 판타스틱큐브에서 상영된다. 관람 신청은 DMZ국제다큐영화제 홈페이지(www.dmzdocs.com)에서 접수할 수 있다. 관람비는 무료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사진/DMZ국제다큐영화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