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기고]'운빨'과 '구라빨' 그리고 '진인사대천명'

    [기고]'운빨'과 '구라빨' 그리고 '진인사대천명' 지면기사

    자기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자연틈새찾아 생존한 모든생물이 승자자신의 미래 준비하는 학생 드물어부모·사회가 자유로운 선택 방해'운빨' 알속 병아리도 껍질 쪼아야얼마 전 후배로부터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선배와의 대화' 프로그램에 참여해 달라는 전화가 왔다. 진로지도가 아닌 '선배와의 대화'라고 했다. 학업에는 그다지 열의가 없으나 성격 좋고 매사 적극적인 아이들이 참여한단다.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는 초반에 관심을 두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한 법, 처음부터 좀 파격적으로 시작했다. 먼저 세상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어보았다. 대답이 없었다.난 소위 '운빨'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일제히 쳐다보았다."너희 의지에 따라 결정된 것은 아니니 지금 사는 그 가정에서 태어난 것도 운명이다.""공전의 히트를 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애초 주연은 이병헌, 원빈이 거론되었지만, 소속 기획사에서 거절했다는 이야기가 있고, 송중기가 캐스팅되었는데 송중기는 그 드라마로 부와 인기를 얻고 송혜교와 결혼하고 이혼했는데 이 또한 운빨 아닌가."이후 관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여러 번 실패한 나의 2등 인생을 얘기하며 그래도 학교 다닐 때 반장, 회장은 도맡아 했는데 그 이유가 김구라의 그 '구라빨'이라고 했더니 학생들이 크게 웃었다.그 후 본론으로 들어가 다소 진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일본의 생태학자 이나가키 히데히로가 무한경쟁의 틀을 벗어나 자기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자연계 약자의 생존전략을 제시한 '이토록 아름다운 약자들'이라는 책을 소개했다. 느리고 게으른 나무늘보는 한 번 먹고 나무에 매달려 1주일 이상 움직이지 않으면서 이끼 낀 털이 맹수로부터 보호하듯 틈새를 찾아 생존하는 모든 생물은 승자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그러면서 동식물도 이러한데 개개의 한 인간은 얼마나 소중한 존재냐는 질문을 던졌다. 사실 요즘 자신의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고등학생은 극히 드물다. 어쩌면 부모의 바람이나 경쟁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학생들의 자

  • [기고]원칙을 지키면 바보 되는 게 한국 도로?

    [기고]원칙을 지키면 바보 되는 게 한국 도로? 지면기사

    2.1명당 1대꼴로 차 소유했지만운전습관은 여전히 후진국 행태작년 프랑스 파리 방문 관광 경험대부분 CCTV·블랙박스도 없어그만큼 국민 스스로 법규 잘 지켜"원칙을 지키면 바보 되는 게 한국 도로다."얼마 전 지인이 운전 중 겪었던 일을 이야기해주며 이렇게 토로했다. 차선을 바꿀 때 깜빡이를 켜면 옆 차가 양보를 해주기는커녕 오히려 빠르게 가속한다는 것이다. 그는 "눈치를 보고 하염없이 기다리느니 깜빡이를 안 켜고 차선을 바꾸는 게 낫다"고 말했다.우리나라 자동차 보유 대수는 이미 2천368만대를 넘어섰다. 2.1명당 1대꼴로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 이제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합류했다. 그러나 운전습관은 여전히 후진국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도로를 달리다 보면 좌우 깜빡이를 켜지 않은 채 끼어들기를 밥 먹듯 하는 운전자가 부지기수다(범칙금 3만원). 추월 차선을 주행 차선으로 아는지 추월 차선에서 여유를 부리기도 하고, 담배를 피우다 창밖으로 던져버리는 몰상식한 운전자도 적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과속, 신호위반, 난폭운전, 곡예운전, 그리고 차 꽁무니에 바짝 붙어 상향등까지 깜빡거리며 위협 운전을 일삼는 '조폭 운전자'도 흔하다.주·정차 문화도 예외가 아니다. 회전하는 모퉁이, 건널목 위, 소화전 앞에 주·정차 금지 팻말이 버젓이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 주·정차를 해 댄다(범칙금 8만원). 이를 두고 '약탈적 교통문화'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작년 9월 프랑스 공기업에서 일하는 딸을 만나러 파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차를 빌려 외곽 고속도로를 2시간여 달려 유명 관광지를 다녀오면서 프랑스 교통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다. 시내 도로가 자전거 도로와 잘 구분돼 있고, 건널목은 모두 보행자 우선이며 난폭운전과 차량 클랙슨(경적) 소리는 듣기 어려웠다. 우리나라처럼 고속도로 곳곳에 과속 신호위반 CCTV도 없었고, 대부분 승용차에도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궁금해서 현지인에게

  • [기고]2020년, 아이들에게 절망적 유산이 될 기후위기

    [기고]2020년, 아이들에게 절망적 유산이 될 기후위기 지면기사

    새해부터 몰아닥친 코로나 사태70억 인류 17조 와트 에너지 사용화석연료·난개발 온난화 악순환2047년 파멸적인 기상이변 '경고'엄마들 탈핵·탈소비 나서야 할때 2020년은 나의 가족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최악의 해다. 새해부터 몰아닥친 중국발 코로나19의 확산은 인간의 속도를 앞질러 전파되었고, 곧바로 세계 곳곳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였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하는 첫째 아이는 두 달 전부터 새로 장만한 가방과 옷을 걸어만 두고 입학식도 못한 채 3월이 사라졌다.첫째 아이의 1학년 1학기는 코로나 뉴스와 마스크 불안으로 시작되어 학교 교실의 책상, 친구들의 왁자지껄한 실제의 공간과 시간을 상실한 채 디지털이라는 도구로 유령처럼, 짤방처럼 지나가 버렸다. 일주일 넘게 비가 내리는 창가를 바라보며 "엄마, 장맛비가 엄청 많이 온다. 그치?"하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이야기하는 첫째에게 "이건 장마가 아니야, 기후위기야"라고 얘기할 수 없었다.아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에 여기저기 자료를 뒤져보았다. 2020년 우리는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의 인구는 70억명이 넘었으며, 1950년에서 2010년 사이 인구는 거의 3배 증가했고 담수 사용량도 3배 이상, 에너지 사용량은 4배, 비료 사용량은 10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오늘날 인류는 약 2천800억개의 전구를 밝힐 수 있는 에너지인 17조 와트를 사용한다고 한다. 풍요라는 이름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양을 소비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많은 에너지와 물을 소비하고 있으니 지구 생태계가 온전할 리 없는 것이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화석연료의 과용은 지구 온난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지구 온난화 1.5도를 지키기 위한 시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음을 여러 연구자들이 호소하고 있는데, 정치인이나 경제인들은 아무도 관심이 없다. 사람도 체온이 정상에서 1도가 넘으면 미열이 발생하고 1.5도를 넘으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4도를 넘으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지구도 마찬가지다. 지난 100년 동안

  • [기고]우리의 바다, 가치를 높여 다음 세대에게

    [기고]우리의 바다, 가치를 높여 다음 세대에게 지면기사

    지구 표면적 70% 차지 자원 보고 과학 발달 해양 개발·이용 늘자환경 훼손·생태계 파괴 심화인천시 '해양공간관리계획' 수립사회적 갈등해결 '소통의 장' 되길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바와 같이 바다는 지구 표면적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자원의 보고이며 중요한 식량 공급원으로 인류의 생존과 미래가 걸려 있는 중요한 공간이기에 우리 세대는 잘 관리하여 온전히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최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해양의 개발과 이용이 가능해짐에 따라 과거 수산, 교통 등에 한정되었던 해양공간의 이용 방법이 에너지, 자원, 레저·관광, 교육·연구 등의 새로운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이용과 개발의 수요 증가에 따라 환경 훼손,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해양공간을 둘러싼 갈등은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다.우리나라는 반도국으로 육지면적의 약 4.5배에 이르는 넓은 바다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해양공간에 대한 관리는 체계적이지 못하여서 이용·개발 수요가 있으면 각각의 개별법에 따라 인·허가하는 단편적인 방법으로 관리돼 왔다.다양한 이용주체가 선점식으로 바다를 이용·개발하다 보니 바다가 원래 가지고 있는 가치가 낮아지고 갈등 해소를 위한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게 돼 해양공간의 가치를 높이고 지속적인 이용을 도모할 수 있는 체계적 해양공간관리방안의 필요성이 부각된다.해외 주요 선진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선(先)계획 후(後)이용 방식으로 해양을 관리하는 해양공간계획에 착수했으며 현재 70여 개 나라에서 해양공간계획을 수립 중이다. 우리나라도 해양공간관리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정부에서는 '해양공간 통합관리와 계획적 이용체계 구축'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2018년 4월 '해양공간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해양공간계획법)을 제정했다.해양공간계획법 제정에 따라 우리 시는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해양수산부와 함께 '인천지역 해양공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관리계획의 핵심은 해양용도구역으로 바다의 이용과 개발, 보존 현황을 직관적으로

  • [기고]100세 시대, 고령자 면허증 자진반납의 의미

    [기고]100세 시대, 고령자 면허증 자진반납의 의미 지면기사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축복그러나 가속 페달·역주행 착각65세 이상 어르신 교통사고 급증세대응능력 저하 '신체적 제약' 원인이젠 탑승자로 드라이브 즐기시길'100세 시대 건강한 삶'은 축복임에 틀림없다.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모두의 바람이다.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현황을 보며 '건강한 삶'의 의미를 새삼 되짚어보게 된다.도로교통법상 규정된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가 최근 수 년 새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얼마 전 75세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오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사고를 낸 데 이어, 한 77세 운전자가 고속도로 인근에서 휴게소 출입구를 착각해 역주행한 사례까지 언론에 조명되면서 고령 운전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다.고령 운전자 교통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신체적 제약'으로 분석된다. 갑자기 발생하는 위험한 도로상황에서 순간적 대응능력과 민첩성이 떨어지는 탓에 교통사고가 늘어난다는 게 중론이다.이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를 중심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 절반 줄이기'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정부 역시 지난해부터 75세 이상 운전자 면허갱신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줄였고 교통안전교육 이수를 의무화했다.경기도에서는 지난해 3월 도민 1천명을 대상으로 '고령 운전자 면허증 자진반납'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자진 반납자에게 지역화폐 1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제도'란 65세 이상의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할 경우 지역화폐, 교통카드, 상품권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자체별로 내용은 다르지만, 대체로 10만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지급하고 있다.현재 도내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74만명으로 면허 반납제도가 시작된 지난해 9월부터 올 6월 말 현재까지 2만6천명이 면허증을 자진 반납했다. 연말까지 목표인 3만명의 87% 달성이 예상되는 등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경기도는 제도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대체 교통수단을 확보하는 한편, 안전한 교통환경을 조성하고자

  • [기고]작은 학교, 포스트 코로나 미래교육을 열다

    [기고]작은 학교, 포스트 코로나 미래교육을 열다 지면기사

    농촌의 장점 '자연' 활용한 교육과정 빛나전학 문의 이어 실제전입 50여명 '이례적'주거지 못 구해 발길 돌린 사례도 줄이어환경교육·공동체 체험 'ECO 스쿨' 눈길강화 지역의 초등학교 21개교(분교 1 포함) 중 6개교, 중학교 9개교 중 4개교가 50명 이하의 극소규모 학교다. 늘 폐교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었고, 지난 2019년 난정초등학교의 폐교는 강화지역 소규모 학교에 정상적 학교운영의 어려움이 지속할 것이란 위기감을 가져왔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정상적인 교육이 어렵다는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었기에 작은 학교의 미래 문제는 강화교육장으로서 해결해야 할 가장 심각한 난제였다.2019년 부임 이후 강화 관내 작은 학교를 대상으로 농촌 지역의 장점을 살린 자연과 함께하는 계절학교 등 '작은 학교 살리기, 빛깔 살린 탄탄한 교육과정'을 운영·지원해왔다. 그리고 이런 노력이 최근에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작은 학교에 '반가운' 민원 전화가 늘고 있다는 현장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강화 지역 학교로 전학을 하고 싶은데, 여러 가지가 궁금해요"란 학부모의 전입 문의가 늘며 실제 전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코로나19의 어려움을 참작했을 때, 실제 전입 학생이 50여 명에 이르고 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도 놀라운 사건이라 할 수 있다.특히 내가초등학교의 사례는 감동적이다. 내가초는 고주희 교장 선생님의 리더십 아래 모든 선생님의 열정과 헌신으로 '함께 배우고 나누며 꿈을 키우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 있다. 농어촌 지역 작은 학교에 다니더라도 정상화된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 개개인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기초학력을 기르고,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다양한 교육활동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이 준 환경 속에서, 마을의 색깔을 잘 살려낸 차별화된 맞춤형 교육과정을 지원받는 아이들은 시나브로 인문학적 상상력을 길러가는 중이다.그 결과 올해 3월만 해도 전교생이 38명이었는데, 7월까지 15명의 학생이 늘고 대기자도 4명이나 있을 정도로 '가고 싶고

  • [기고]남성들이여 자신의 PSA(전립선특이항원)수치에 관심을 가져라

    [기고]남성들이여 자신의 PSA(전립선특이항원)수치에 관심을 가져라 지면기사

    비뇨기 문제, 수치스러운 것 아냐전립선암은 모든 암 중에 유일혈액 한 방울로도 진단 가능유전성 높아 국가적 경각심 필요40세 이상 PSA 검사 의무화해야요즘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 가보면 비뇨기과에 남성 환자가 아주 많이 대기하고 있음을 본다. 어떤 이유인가 궁금하겠지만 사실 내용은 거의 공통적인 것 같다.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다", "비대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전문의에게 진료를 신청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놀랄만한 사실은 자신의 소변이 시원치 않음에도 동네 비뇨기과를 찾고 종합병원에 오기까지 상당한 남성들이 시간을 수년째 허비한 채 어려운 지경이 돼서야 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 원인의 첫째는 자신의 소변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별일 아닐 것', '단순한 노화의 현상'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걱정해서 기껏 동네 비뇨기과나 일반의원을 찾더라도 전문의조차 비대로 치부하고 비대약 정도로 처방해 시간을 허비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물론 여기에는 남성들에게 치명적인 전립선암이란 무서운 병이 뒤에 도사리고 있음을 모르는 무지도 한몫 거든다. 또 남성 비뇨기과 문제라면 애써 드러내 알리고 싶지 않은 남성들의 부끄러운 수치심이 자리 잡고 있음도 무시할 수 없다.비뇨기 문제는 결코 부끄럽거나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 칼럼을 읽는 이 땅의 모든 남성은 이 순간부터 중요성을 다시 일깨우고 남성 건강 문제에 대해선 보다 당당해지고 깊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그렇다면 남성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단계는 무엇인가.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40세가 넘은 남성들은 1년 단위로 병원에 가서 혈액을 채취해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는 것이다. 전립선암은 모든 암 중에서 유일하게 혈액 한 방울만으로도 암의 유무를 알 수 있게 하는 자비로운 암이다. 따라서 40세 이상의 남성에게 이 검사는 생활화되고 준강제화해야 함에도 우리나라에선 아직 그 길은 요원한 것만 같다.국가의료체계에 있어 아직 남성 전립선암에 대한 인식이 크게 부족하고 이에 따른 의료전문의들이나 환

  • [기고]느림의 미학, 성찰의 예술 '서예'

    [기고]느림의 미학, 성찰의 예술 '서예' 지면기사

    서울 예술의전당 '한국근현대 23인 명가전'먹하나로 서양 앞지른 그들의 외길 한눈에특히 손마비 극복한 인천 출신 검여 유희강독보적 필세 개척 동정 박세림 작품 '감동'하늘이 없는 것처럼 긴 장마에 미루고 미룬 서울행, 눈 뜬 아침에 솔깃 귀를 채우는 매미 소리가 반갑기 그지없다. 소식 없이 지냈던 죽마고우를 만나러 가는 만큼이나 반가운, 서울 예술의전당 '한국 근·현대 서예 23인 명가전'.구한말 또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질곡의 세월을 살아가며 서예에 천착한 23인의 작품을 보며 서예는 '느림의 미학'이고 '성찰의 예술'임을 또다시 느낀다.너나 없이 가난한 시기, 우리는 서예와 가까이 살았다. 서재 또는 대청마루에 작가 불문 서예 작품 한두 점은 걸어두고 산 세월이 있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일상이 바뀌며 아날로그 시대가 디지털 시대로 변모하고 컴퓨터나 스마트폰 없이는 하루도 살기 힘든 예측불허의 시대에 우리는 잊어버린 것이 너무나 많다. 서예가 그중 하나로 상실된 기억이 아닌가 한다. 그 기억의 창고에서 꺼내 의식을 찾아볼 전시다.입추 지나 말복, 사람들은 복달임한다고 보양식 타령이지만 옛 사람들(선비)은 여름을 나며 소하기(消夏記·여름 더위를 지내는 기록)를 남겼다. 서당과 마을의 정자에 모여서, 쓴 작품을 들고 나와 돌려보며 무더위를 식히며 나는 소회(評)를 모은 기록이다. 나의 여름 복달임은 바로 이 전시로 보양하는 것이다.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에 녹아있는 혼을 한글 전서(篆書)로 쓴 소전 손재행의 독창미 넘치는 작품에서부터 광개토대왕비의 웅혼한 기백과 한민족의 미감이 훈민정음 글자꼴에 그대로 담아 혼을 불러내는 여초 김응현의 작품 또한 눈이 부시다. 작품마다 기와 혼이 살아 생명력이 넘칠 뿐만 아니라 감상하는 내내 정신을 한군데 모으지 못하는 어지럼증을 부른다. 한자 문화권의 사의화(寫意畵·마음을 그린 그림)는 먹 하나로 서양을 앞지른 그들의 '서예 외길' 감동이다. 조선 궁녀들의 한을 한 획, 한 획에 삭여 산골 샘물처럼 쓴 청정한 필치의 한글서예, 궁체의

  • [기고]코로나19 극복, 사회복지사 덕분입니다

    [기고]코로나19 극복, 사회복지사 덕분입니다 지면기사

    감염병 진정되나 싶더니… '9월 대유행' 이라는 슬픈 소식활동 제약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엔 정신·신체리듬 깨져 사망 비보도비대면 삶, 복지기관 역할 더 중요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코로나19가 우리는 지금껏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경험을 하게 하는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마스크가 휴대전화와 같은 필수품이 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네트워크 모임과 종교행사가 제한되고 있다.사회적 공포심으로 비롯된 마스크 파동은 공적마스크 5부제 판매란 제도를 만들었고 각종 공공시설은 잠정적 휴관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코로나19가 조금 진정됐나 싶다가도 이유 모를 확산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등 9월 대유행이란 슬픈 소식도 들린다. 우리는 이를 대비해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기대와 우려도 함께 하고 있다.코로나19는 사회적 약자에 더 큰 고난을 주고 있다. 나로 인해 다른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 두려워 외부활동을 하지 않는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저소득 주민들이 모여 있는 지역은 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에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어 이들의 정신적 신체적 리듬은 당연히 깨질 것이고 심리적 위험이 더해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요구된다.얼마 전 능실종합사회복지관 이용 어르신이 갑자기 돌아가셨다. 개관부터 현재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자원봉사를 해주셨고 장애를 갖고 있지만 활동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던 어르신이었는데 갑작스러운 비보에 직원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르신이 돌아가신 이유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지속적인 복지관 봉사활동이 개인의 힘든 부분을 어느 정도 해소해 주지 않았을까'란 추측도 해본다. '복지관에서 계속 봉사활동을 했다면 더욱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하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해본다.코로나19로 인해 보이지 않게 헌신하고 있는 의료인들을 위한 존경과 위로의 표현으로 '덕분에 챌린지'가 온라인과

  • [기고]코로나19와 디지털 사회의 명암(明暗)

    [기고]코로나19와 디지털 사회의 명암(明暗) 지면기사

    지하철이다. 주변을 둘러봤다. 다들 스마트폰 삼매경(三昧境)에 빠져있다.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5초도 지나지 않아 나도 그렇게 됐다. 헛웃음이 나왔다. 10년 전만 해도 책이나 신문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스마트폰의 노예가 돼버렸다. 디지털 사회의 한 단면이다.물건을 사고 결제할 때 현금을 내는 사람은 이제 별로 없을 것이다. 카드도 한물 갔다. 스마트폰이 대세인 듯하다. 이 정도는 기본이다. 웬만한 분야마다 디지털 산물(産物)들이 진을 치고 있다. 사람과 사람뿐 아니라 사람과 사물, 심지어 사물과 사물 간에도 적용된다. 어지러울 정도다. 하지만 인간의 삶은 편리해졌다.디지털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푸대접을 받는다. 필자도 기계치에다가 디지털과는 거리가 먼 아날로그형이다. 이 때문에 동료 공직자들로부터 수시로 핀잔(?)을 듣는다. 이러다 문맹자 취급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디지털은 인류사회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대면접촉이 대폭 줄어들고 비대면 온라인 접촉이 대체재로 자리 잡으면서 디지털 활용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화상접촉을 위한 각종 앱 개발과 온라인 구매 증가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가 디지털 확산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셈이다.하지만 디지털이 인간사회에 혜택만 줄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인간의 문명이기(文明利器)에 긍정과 부정이 함께 있듯이, 디지털에도 명암(明暗)이 공존한다. 명(明)은 앞에서 다뤘으므로 언급하지 않겠다. 대표적인 암(暗)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분탕질하는 악플이다.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디지털을 악용한 원격 사생활 침해도 있다. 암호화폐로 큰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디지털 사회의 부작용을 예방하고 최소화하는 일에 소홀히 할 수 없다. 인류 문명은 돌 깨기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구석기혁명이다. 이후 농업혁명, 산업혁명을 거쳐 정보화혁명 단계에 이르렀다. 핵심은 디지털이다. 인간은 삶의 편의를 위해 디지털화를 추구해 왔고, 추구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디지털 진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