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 [참성단]'괴물 신인' 소형준

    [참성단]'괴물 신인' 소형준 지면기사

    2006년 10월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정규리그 경기. 7회 말 한화의 류현진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 3이닝을 1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프로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류현진이 프로야구사상 신인 처음으로 200이닝-200탈삼진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다. 역대 기록으로도 통산 10번째 대기록이다. 그해 18승 6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한 류현진은 신인왕을 수상했다. 그의 나이 만 19세였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맹위를 떨치는 '몬스터(monster)' 류현진은 떡잎부터 달랐던 것이다.kt 위즈 신인 투수 소형준이 지난 주말 시즌 10승을 신고했다. 수원 홈에서 열린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6과 3분의 1이닝 6피안타 9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고졸 신인 선발 10승 투수는 류현진 이후 14년 만이다. 시즌 기록으로도 양현종(KIA)·임찬규(LG) 등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국내 투수 첫 두 자릿수 승수를 쌓았다.야구계는 그를 류현진과 닮았다고 극찬한다. 두 선수 모두 다양한 구종(球種)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포심과 체인지업, 커터, 슬라이더, 커브가 공통 구질이다. 류현진은 싱커를, 소형준은 투심을 던지는 게 조금 다르다.체격 조건도 쌍둥이에 가깝다. 류현진은 키 190㎝에 몸무게 90㎏, 소형준은 189㎝에 92㎏이다. 당돌한 배짱과 구종을 쉽게 익히는 천재성, 다양한 볼 배합으로 삼진을 빼앗는 노련함, 경기 운영 패턴까지 판박이라는 게 야구전문가들의 평가다.소형준이 맹활약하면서 kt 위즈가 가을 야구에 성큼 다가섰다. 14일 현재 58승 1무 46패로 4위 두산과 승차 없는 5위다. 3위 LG와는 단 1게임, 선두그룹 NC·키움과도 3게임 차에 불과하다. 투·타가 안정감을 더하면서 무서운 상승세를 타 선두권도 욕심낼만하다.대형 신인 소형준은 사실상 '신인왕'을 예약했다. 류현진의 뒤를 잇는 유망주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kt뿐 아니라 야구 팬 모두의 즐거움이다. 팬데믹으로 야구장에서 직접 볼 수 없는 게 아쉽다. 소형진이 등

  • [참성단]공인(公人)의 과공(過恭)

    [참성단]공인(公人)의 과공(過恭) 지면기사

    2015년 7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미국 방문 중에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 용사들과, 알링턴 국립묘지의 월튼 워커 장군 묘비에 큰절을 올렸다. 김 대표는 한국전쟁 때 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생존 미 참전용사와, 미군 사령관에 대해 한국식으로 극진한 예의를 표한 것이다. 야당과 진보인사들의 생각은 달랐다. 당시의 진중권은 "세계 외교사에서 다시 보기 힘든 해괴한 장면"이라며 집권여당 대표의 과공(過恭)을 비판했다. 김무성을 향한 야당 비판의 핵심은 '대미 사대주의'였다.2년 뒤엔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방문이 문제가 됐다. 베이징대학 연설에서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에 비유하면서 "중국몽이 아시아 모두,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란다"며 "한국도 작은 나라지만 그 꿈에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도 야당이 발끈했다. 시진핑의 중국몽을 극찬한 중화 사대주의 외교라 폄하했다. 스스로 소국을 자처한 대목에 반발하는 여론이 작지 않았다. 여당 대표와 대통령의 대미, 대중외교가 '과공' 시비로 본질이 흐려진 장면들이다.일반 시민사회에서 지나친 공손, 과공이 문제되는 경우는 드물다. 처세로는 무례보다 과공이 백번 낫다. 하지만 공인의 과공은 종종 문제가 된다. 우선 국가, 국민, 시민에게 집단적 굴욕감을 줄 수 있다. 여당 대표와 대통령의 대미, 대중 외교가 '과공' 시비에 휘말린 이유다. '트럼프의 푸들'이라는 아베 같은 지도자는 우리 국민 정서에 안 맞는다. 공인의 과공은 직무의 불신을 초래할 수도 있다. 만일 국회의장이, 대법원장이 대통령에게 허리 숙여 인사한다면, 국민은 3권 분립의 적신호로 여길 것이다.지난 11일 문 대통령의 등을 향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90도 폴더인사가 화제가 됐다. 자신의 임명장을 들고 와 질병관리청 출범을 격려해준 대통령에 대한 예의였을 것이다. 지난 7월엔 국회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도 90도 폴더인사를 했더랬다. 대통령과 야당 원내대표에게 90도 인사를 하는 방역사령관의 모습이 '방역의 정치 종속'으로 비칠까 봐 걱

  • [참성단]2차 재난지원금

    [참성단]2차 재난지원금 지면기사

    인도네시아의 발리 섬 동쪽에 있는 탐보라(Tambora) 화산이 1815년 4월 폭발했다. 화산재 150억t이 분출됐다. 지진·태풍 등 지구 상 모든 천재지변을 넘어서는 최악의 재난이었다. 해발 4천m를 넘던 산의 윗부분이 날아가 2천851m로 낮아졌다. 그 섬에서만 1만여명이 사망했고, 병과 기아로 8만2천명이 더 희생됐다.북반구도 초토화됐다. 미국 북동부는 7·8월에 서리가 내렸다. 그해 겨울 옥수수 가격은 2배, 밀은 5배 이상 급등했다. 농부들은 가축의 먹이 풀과 곡물이 모자라 도살하거나 생선을 먹였다. 유럽 쪽 상황은 더 나빴다.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식량 폭동이 빈번했고, 약탈이 이어졌다. 아일랜드는 기근과 함께 장티푸스가 번져 2년간 5만명이 사망했다.조선 땅도 비켜가지 못했다. 순조 16년 시작된 대흉작은 7년간 이어져 아사자가 592만명에 달했다. 구휼미를 풀었으나 태부족이다. 함경·평안북도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인육을 먹었다고 한다.코로나 재앙으로 힘겨워하는 국민을 위해 정부가 2차 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하고, 7조8천억원 규모의 4차 추경예산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또 13세 이상에 통신비 2만원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9천300억원이 소요된다. 550여만명인 초등학생·유아를 둔 가정에는 자녀 1인당 20만원을 지급한다. 초등학생 한 명, 미취학 아동 한 명이면 40만원이다. 1조1천억원으로 추산된다.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를 위한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에 2조원, 자영업자들에겐 3조원 규모의 지원이 이뤄진다. PC방 등 사회적 거리 두기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는 최대 200만원을 지원받는다.경기도는 추석을 앞두고 지역 화폐 사용자에게 25%의 인센티브를 주는 지원책을 내놨다. 1천억원의 도비가 쓰이는 '경기도식 2차 재난지원금'이다.재난지원금을 두고 여·야가 다투고, 여권 내부가 분열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정부의 선별 지원과 통신비 지원에 비판적이다. 팬데믹이 그치지 않으면 또 지원금을 줘야 한다. 4월에 주고 10월에 줬으니 내년 상반기일 것이다. 씀씀이가 임계치를

  • [참성단]코로나19 전국민 진단검사

    [참성단]코로나19 전국민 진단검사 지면기사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자가진단키트 보급을 통해 코로나19 전국민 진단검사를 주장했다. 한 달에 4억 개인 자가진단키트 생산능력을 감안하면 "한두 달 안에 전국민에 대한 검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100개국 이상에 수출하는 자가진단키트를, 수출국인 우리나라 국민도 써야 한다는 논리였다.주 원내대표의 지적은 상당수 국민들이 갖는 의문을 반영한다. 많은 국민들이 전국민 진단으로 확진자를 가려내지 않는 이유를 궁금해한다. 전체 국민 중 확진자만 가려내 방역행정을 펼치면, 방역도 쉽고, 경제활동도 정상화할 수 있다면서다. 당연한 의문이다. 단 전제가 있다. 진단키트의 정확도가 100%여야 한다.포털사이트의 한 블로거(위니버스)가 이런 의문에 친절하게 답변해놓았다. 이 블로거에 따르면 진단키트의 성능은 민감도와 특이도로 결정된다. 민감도는 감염자를 양성으로 판정하는 확률을, 특이도는 비감염자를 음성으로 판정하는 확률을 말한다. 즉 민감도와 특이도가 99%인 진단키트라도, 감염자를 음성으로 판단하고, 비감염자를 양성으로 판단할 확률이 1%라는 얘기다. 인구 5천만명 중 2%가 감염자라는 가정하에 이 진단키트로 진단을 실시하면, 감염자 100만명 중 1만명이 음성판정을 받고, 비감염자 4천900만명 중 49만명이 양성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이렇게 되면 심각해진다. 가짜 양성자 49만명은 억울한 통제에 갇히고, 국가는 의료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음성 판정을 받는 1만명이다. 이들이 거리를 활보한다면, 그야말로 악몽이다. 현재 민감도와 특이도가 99%인 진단키트 자체가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진단키트 승인기준이 민감도 90%, 특이도 95%다. FDA 기준 진단키트로 전국민 진단검사를 하면 상황은 더욱 참혹해질 것이다. 특히 자가진단키트들의 정확도가 70~85% 정도라는 보도가 있었다. 방역현장에서 쓰는 PCR진단키트의 정확도에 한참 못미친다.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해 개인이 진단결과를 확신하고 행동하는 순간 대참사가 벌어질 수

  • [참성단]초대 질병관리청장 '정은경'

    [참성단]초대 질병관리청장 '정은경' 지면기사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한 19세기 대영제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칭송받았다. 하지만 런던은 암울했다. 썩어버린 템스 강의 악취로 강변의 국회의사당은 창문을 열 수 없을 정도였다. 더 큰 문제는 해 마다 창궐하는 콜레라였다. 전염병의 원인을 나쁜 공기로 단정했던 의학계로선 대책이 없었다. 그런데 1854년 존 스노우라는 의사가 콜레라 발병자와 사망자들이 특정 지역 식수 펌프를 중심으로 집중된 사실을 발견한다.전염병 역학조사인 펌프 지도를 작성한 스노우는 최초의 방역행정가인 셈이다. 로베르트 코흐가 1883년 콜레라균을 발견했으니, 스노우는 병원균의 정체마저 모른 채, 오직 발병자 역학조사만으로 집단감염원을 차단한 것이다.어제 국무회의에서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질병관리본부를 독립기관인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키고, 문재인 대통령은 초대 청장에 정은경 현 질병관리본부장을 내정했다. 질병관리청은 12일 공식 출범한다. 중앙보건원(1959년)-국립보건연구원(1966년)-국립보건원(1981년)을 거쳐 2003년 사스 발생을 계기로 2004년 질병관리본부로 확대됐지만 복지 부처 산하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다. 그러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독립해 방역행정사에 신기원을 열었다.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한창이니 질병관리청과 정은경 초대 청장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현 정부는 전 세계에 K-방역의 우수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실제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당국자들이 지난 3월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해 우리나라 코로나19 대응 시스템을 벤치마킹했을 정도다. 하지만 대구 1차 대유행에 이어 현재 수도권 2차 대유행이 증명하듯 방역은 작은 틈만으로도 무너진다. 중국 공산당은 코로나19 종식을 공식 선언했지만, 공산당이라서 가능한 배짱으로 봐야 한다.정 본부장은 지난 6월 코로나19 집단감염과 대유행을 예고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을 소비 전선에 내몰았다. 이제 정 청장 내정자는 독립기관의 장으로서 경고의 메시지를 확실하고 단호하게 밝혀야 하고,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은 질병관리청의 방역지휘에 따라야 한다. 아무

  • [참성단]바둑의 메카 한국기원

    [참성단]바둑의 메카 한국기원 지면기사

    8~9살 무렵, 형들 어깨너머로 바둑을 배웠다. 단수(單手)를 '아다리'라 불렀다. 상대의 돌을 완전히 둘러싸기 바로 전 상태를 말한다. 일본말 아타리(アタリ)에서 비롯됐다. 상대가 '아다리'라 외치는 건 돌을 거두란 뜻이었다. '호구(虎口)'는 누구나 아는 바둑용어다.1954년 사단법인 한국기원이 발족했다. 한국 바둑의 총본산이다. 8 ·15광복과 더불어 바둑계의 재건을 위해 국수(國手) 수준의 고수들이 모여 만든 한성기원(漢城棋院)이 전신이다. 그 후 조선기원(朝鮮棋院)과 대한기원(大韓棋院)으로 변천했다.1968년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한국기원회관'이 건립됐다. 1970년 재단법인으로 바뀌었다. 1989년 월간 '바둑생활'을 창간, 바둑 보급 활동이 본격화됐다. 1년에 4명만 프로 초단이 된다. 1990년도부터 여류 입단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1994년 본원회관을 서울 성동구 홍익동으로 이전했다.한국 바둑의 메카인 한국기원이 2023년까지 의정부시로 이전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임채정 한국기원 대표, 안병용 의정부시장이 지난주 경기도청에서 '한국기원 이전 및 바둑 전용 경기장 건립 협약'을 체결했다. 부지는 의정부시 호원동 403번지 일원이다.1950~60년대 한국바둑은 조남철 시대였다. 현대바둑의 개척, 성장기다. 그는 6개 신문 기전의 1기 대회를 독점 우승했고, 국수전 9연패, 최고위전 7연패, 패왕전 4연패를 이뤘다. '영원한 국수' 김인 9단은 1960년대 중반 이후 10년간을 지배했다. 이어 70~80년대 조훈현에 이어 이창호, 이세돌, 박정환, 신진서가 패자(覇者)의 계보를 잇는다.바둑의 기원은 중국 요순시대로 알려졌다. 5천년 가까운 역사다. 가로·세로 19줄, 반상의 수는 무궁무진하고 변화무쌍하다. 국제기전 판도는 한·중·일 3국이 패권을 다툰다. 70년대까지 일본이 우세했으나 이후 한국, 최근에는 중국이 앞서는 양상이다.수년 전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알파고'가 등장해 인간계를 평정했다. 이세돌 9단만 유일하게 1승을 거뒀다. 프로기사들 대국의

  • [참성단]'디지털 교도소'와 '법의 정의'

    [참성단]'디지털 교도소'와 '법의 정의' 지면기사

    서부영화의 명작으로 꼽히는 '셰인'(Shane). 떠돌이 총잡이 셰인은 개척민 농가에서 하룻밤 신세 지는 바람에 악당의 무리와 맞선다. 개척민들의 땅을 빼앗으려는 목축업자와 그가 고용한 총잡이들을 한 자루 총으로 처리한 뒤, 부상당한 몸을 말에 싣고 쓸쓸하게 떠난다. 지금이라면 그는 떠나는 것으로 용서받을 수 없다. 살인죄로 기소돼 법정에서 죄의 유무를 가려야 한다.현대 문명사회에서 개인 및 단체가 사적으로 형벌을 가하는 사적제재(린치)는 금지된다. 개인이나 집단이 법을 초월해 형벌을 집행하면,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라는 야만적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건맨과 협객이 악당들을 처단하는 서부영화와 무협영화의 정의는 픽션에 머물러야 한다. 김구 암살범 안두희를 몽둥이로 살해한 택시기사 박기서가 법의 심판을 받고, 아들을 폭행한 가해자를 사적으로 폭행한 한화 김승연 회장이 구속돼 법정에 선 이유다.지난 6월 개설된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가 사적제재 논란에 올랐다. 디지털 교도소는 "대한민국의 악성 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하여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하려 한다"고 사이트 개설 목적을 밝혔다. 고 최숙현 선수가 지목한 가해자들과, 세계 최대 아동 성범죄 영상 유포자 손정우 등의 신상정보가 공개돼있다. 신상정보 기간은 30년이라니, 여기에 오르면 사실상 사회적 종신형을 받는 셈이다.그런데 최근 디지털 교도소가 지인의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하는 '지인 능욕'을 사주한 혐의로 신상을 공개했던 고려대 학생 A씨가 결백을 주장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범죄사실을 부정하고 신상정보를 해킹당했다고 주장했다는데, 디지털 교도소는 그의 신상을 계속 공개했다고 한다.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디지털 교도소는 사회적 심판자가 아닌 가해자일 뿐이다. 경찰은 A씨 주장의 진위를 밝히고, 그와 상관없이 '디지털 교도소'에 대해 추적에 나서야 한다.디지털 교도소는 '법의 정의(正義)'가 의심받는 사회의 위기를 보여준다. 성범죄에 관대한 판결이

  • [참성단]아베 총리의 리트윗

    [참성단]아베 총리의 리트윗 지면기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러시아의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를 돕자고 의기투합했다. 지난주 프랑스 대통령의 여름 별장지인 지중해 연안 브레강송 요새에서 가진 정상회담 자리에서다. 두 정상은 나발니 측에 병원 치료나 망명, 보호조치 등 필요한 모든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했다.나발니는 지난달 중순 여객기 안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로 갑자기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러시아 옴스크 병원에서 독일 베를린으로 이송돼 현지 샤리테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웃인 프랑스와 독일은 숙적이다. 침략과 약탈, 양민 학살의 흑역사가 반복됐다. 역대 정상 간 사이가 좋을 리 없다. 마크롱과 메르켈은 이런 통념을 깨고 밀월 중이다. 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선 두 사람은 다정한 오누이 같았다.마크롱은 2018년 메르켈이 위기일 때 앞장서 도왔다. 총선 패배로 연정 구성에 실패해 낙마 위기에 몰린 메르켈을 지원 사격했다. 마크롱은 "메르켈 총리는 유럽에 대한 열망을 보여줬고, 사민당의 대표도 마찬가지다. 연정의 골격 역시 그렇다"며 사민당의 연정 참여를 촉구했다. 사민당은 연정에 참여키로 했고, 메르켈은 사지(死地)를 벗어났다.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난달 말 사임 발표를 했다. 일본 헌정 사상 최장기간 집권 기록을 세웠다. 각국 정상들이 그의 업적을 치하했다. 아베는 트위터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상왕(上王)'으로서의 존재감을 국제사회에 과시하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다.'친절한 아베 씨'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감사 인사를 받지 못했다. 문 대통령도 아베에게 트윗을 날리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 시진핑 주석도 마찬가지다.문 대통령과 아베는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문 대통령은 취임 뒤 한 번도 일본을 국빈방문하지 않았다. 아베 역시 현 정부에서 대한민국을 공식방문한 적이 없다. 정상회담은 수차례 가졌으나 제3국이거나 G20 등 정상회의 기간 짬을 낸 이벤트 성격이었다.새 총리로 지명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취임해도 양상은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위안부 문제와 징용 배상 등

  • [참성단]추미애 장관 아들의 '병가 논란'

    [참성단]추미애 장관 아들의 '병가 논란' 지면기사

    한국 여성들이 손사래 치는 대화 주제가 군대와 축구다. 그러니 군대 가서 축구한 얘기라면 질색하는 게 당연하다. 공감할 수 없는 대화에 꼼짝없이 갇히는 일 만한 고역이 없어서다. 연애 초반 군대 가서 축구한 추억을 더듬는 남성은 퇴짜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한국 남성들이 여성들의 구박을 무릅쓰고 평생 군대의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건, '군 복무' 경험이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다. 징병제로 강제되는 병역의무는 청년들에게 경력단절과 사회적 격리를 강요한다. 인생의 절정기에서 맞는 두려운 공백이다. 남성이면 피할 수 없는 숙명적 연대감이 아니면 감당하기 힘든 공백이다. 남성들이 군대에서 누가 누가 더 힘들었나 무용담 경연을 펼치는 건 '공백'을 채우기 위한 자기 보상심리의 발동일 것이다. '뻥'인 줄 알면서 '뻥'으로 받아치며 넘어가는 이유다.현역 복무기간이 짧아진 지금은 옛날 얘기가 됐지만, 386세대들은 현역 복무기간에 따라 신의 아들(병역면제자), 장군의 아들(6개월 방위), 사람의 아들(18개월 방위), 어둠의 자식(현역 복무)으로 스스로를 구분했더랬다. 국방의 의무는 신성한 부담이다. 병역의 형평성을 무너뜨린 '특혜자'들이 사회적 지탄을 받는 이유다.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서모씨의 휴가미복귀 의혹 사건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1월 야당의 고발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8개월째 결과가 없는 가운데, 야당의원이 '추미애 의원' 보좌관의 병가연장 청탁 전화를 증언하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다. 1차 병가 후 복귀하지 않았다는 당직 사병의 기억만큼 중요한 증언이다. 서씨는 21개월 복무기간 중 19일을 병가로 썼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휴가 명령서가 없다"면서도 "행정상의 오류"라고 답했다.'휴가명령서 없는 휴가'라니. 군대를 다녀 온 대한민국 남성들은 이런 휴가는 없다는 걸 다 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 말대로 "병역 문제가 역린의 문제"인 이유는 서툰 변명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인 절반이 남성이고, 이중 30대 이상은 거의 군 복무자였다. 추

  • [참성단]'BTS', 역사를 쓰다

    [참성단]'BTS', 역사를 쓰다 지면기사

    방탄소년단(BTS)이 세계 대중음악의 성지인 미국에서 마침내 역사를 썼다. 빌보드는 1일 BTS의 최신 영어 신곡 '다이너마이트'가 메인 싱글차트 '핫 100'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2018년 5월 7일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를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에 올린 지 2년여 만에, 가장 의미 있는 인기곡 순위에서도 정상을 차지한 것이다.BTS는 그동안 '빌보드 200' 1위 앨범을 4장이나 내놓았지만 아쉬움이 있었다. 앨범 차트 1위로 뮤지션의 음악적 역량은 과시했지만, 대중의 인기를 즉각 반영하는 싱글 차트에서는 비영어권 노래의 한계 때문에 정상 부근에서 번번이 좌절했다. 앨범 차트 1위에 올랐을 때, 국내에선 비틀스와 영국 뮤지션들의 미국 진출을 일컫는 '영국 침공(British Invasion)'에 빗대어, 'K-팝의 침공'이라 대서특필했지만 아쉬움이 남았던 이유다. 그런데 작심하고 내놓은 영어 신곡으로 '싱글 차트'마저 정복했으니, "역사를 썼다"는 이방카의 말대로 'K-팝의 침공'은 명실이 상부하게 됐다.2013년 데뷔 이후 7년 만에 이룬 BTS의 성취는 신화적이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해 "BTS의 국내총생산 창출 효과가 46억5천만달러(약 5조5천억원)"라며 "7인의 BTS가 삼성 등 대기업들과 같은 경제리그에 참여하게 됐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BTS의 활약은 전공 분야를 초월한다. 2018년엔 유엔총회에서 청소년들의 꿈을 역설하는 연설로 감동을 주었다. 같은 해 일본 방송사들이 BTS 멤버 지민이 2년 전 착용한 광복절 티셔츠를 문제삼아 예정된 방송출연을 취소했다가, 전범국 일본의 과거를 조명하는 전세계 유력 언론의 보도에 시달리는 역풍을 맞기도 했다.BTS는 이제 K-팝의 상징을 넘어 세계 대중문화계의 리더로 떠올랐다. 국내외 팬클럽 아미(A.R.M.Y)의 저변은 엄청나다. BTS는 단지 곡을 쓰고 노래하는 뮤지션을 넘어 세계 청년문화의 뉴노멀이 됐고, K-팝은 현상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