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 [수요광장]수인선(水仁線) 시리즈를 보고 싶다

    [수요광장]수인선(水仁線) 시리즈를 보고 싶다 지면기사

    막내인 수원 'kt' 전통의 인천 'SK'수도권을 양분하는 프로야구단이다 올해는 kt 2·SK 9위 아쉬운 마감지난 9월 완전 재개통한 수인전철내년엔 그걸 타고 '맞대결' 봤으면두산이 kt를 제압하고 코리안시리즈에 진출했다. kt로선 선전했지만 아쉽다. 정규시즌 2위가 3위에 패했다. 코로나19가 야구 승패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개막이 한 달 늦어졌고, 그에 따라 포스트 시즌도 밀렸다. 추운 날씨로 인해 실내에서 경기를 한 것이 kt에는 불운이었다. 홈구장의 이점이 전혀 없었다. 수원에서 낮경기로 1·2차전이 진행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2020년 kt는 팬들에게 큰 희망과 위안이었다. '수원의 자부심', '나의 사랑 수원 kt위즈' 응원가는 팬들의 자긍심을 높여주었다. 수원은 프로야구의 불모지였다. 프로야구가 시작된 1982년, 수원에는 야구장이 없었고 당연히 팀도 없었다. 원년 팀 삼미 슈퍼스타즈는 인천, 경기, 강원의 광역연고지였다. 1989년에 수원야구장이 생겼고, 프로야구가 처음 열렸다. 삼미를 인수한 태평양은 수원에서 연간 9~12게임을 개최했다.2000년 이후 프로야구는 도시연고제로 전환했다. 인천은 신생 SK가 차지하고, 수원은 태평양을 인수한 현대 유니콘스의 본거지가 되었다. 서울 이전을 선언한 현대는 수원을 임시거처로 여겼다. 수원에서 8년간 3번의 한국시리즈 챔피언이 되었으나, 수원시민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2008년 서울로 가서 히어로즈가 되었다. 다시 수원에서 프로야구가 사라졌다. 2013년 제10구단 kt가 창단됐고, 2년 후 정규리그에 참여했다. kt는 시작부터 수원시민과 함께 했다. 전주와의 치열한 유치경쟁에 수원시민이 동참했다. kt도 야구장 리모델링, 수원지역 야구부 지원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수원의 프로야구단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1982년의 6개 팀은 현재 10개 팀이 되었다. 당시 일본의 12개 팀은 지금도 12개로 정체되어 있다. 미국은 26개 구단에서 30개 구단으로 확대되었다. 제

  • [수요광장]늦가을, 노을, 그리고 이순을 생각하다

    [수요광장]늦가을, 노을, 그리고 이순을 생각하다 지면기사

    사흘간 소백·오대산을 찾았습니다구름처럼 돌아본 부석사·선재길은낙엽·단풍·석양… 가슴시린 황홀경순리대로… 마음을 비우는 삶 생각如如하게 '시작과 끝의 궤'를 맞춰노을처럼 저물어가는 늦가을 날, 사흘간 소백산과 오대산 자락을 돌아보았습니다. 떠 있는 바위가 있는 부석사와 조선 유학의 산실 소수서원 등을 돌아보았지요. 깨달음, 치유의 천년 옛길이라는 고즈넉하고 붉은 단풍 물 젖은 선재 길을 구름처럼 돌아보았습니다. 청아한 물소리에 세상 걱정을 띄워 보내고 바라본 끝자락 단풍이 가슴 저리도록 아름다웠지요. 꽃비처럼 날리는 낙엽과 숨죽인 늦가을의 뒤태가 가슴으로 녹아들었습니다. 노을을 보며 귀 열고 순리대로 산다는 이순(耳順)을 생각했지요. 물 젖은 햇덩이가 새순 돋아나는 풋풋한 싱그러움이라면 중천의 태양은 질풍노도입니다. 짙푸른 하늘빛은 건드리면 터질 듯 찬란하지요. 하지만 빛이 너무 강합니다. 눈이 부셔서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지요. 저녁노을도 싱그러움이나 찬란함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침이나 한낮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용이 붉은 여의주를 입에 물고 황금비늘 번뜩이며 한바탕 휘돌다 사라지는 끝머리, 금빛 여운을 남기는 해 질 녘 노을은 아름답지요. 푸근하고 황홀합니다. 해넘이 후에도 그 빛은 한동안 남아있지요. 노을은 올려볼 필요 없이 앉거나 가볍게 서서 눈높이로 서로 마주 볼 수 있습니다. 넉넉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오랫동안 가슴에 담을 수도 있지요. 이순을 넘어선 중년의 몸짓처럼 여유로움과 평안함을 안겨주는 노을은 하루의 그림자라! 비록 해맑은 아침 햇살처럼 화사하지는 않지만, 깊고 그윽한 그리움에 빠져들게 합니다. 하루의 경계가 다 그러하지요. 한낮의 햇살이 그리워질 때도 있습니다. 하루를 지내온 순간들이 아무래도 어설프고 서툴렀다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남아있기 때문이겠지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습니다. 함께 가야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 부축해주고 아프면 돌봐줄 수 있지요. 그런 세상이어야 합니다. 지천명을 넘기고 이순에 이르면 생각이 달라지기 마련이지요. 스스로

  • [수요광장]가을밤에 헤아려보는 별과 시

    [수요광장]가을밤에 헤아려보는 별과 시 지면기사

    윤동주의 시집 서문 "죽는날까지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그는 불가피한 운명과 한계 고백자기 완성 향한 끊임없는 반성과어두운 역사 견디는 과정 보여줘윤동주가 연희전문학교 졸업을 기념하기 위해 준비한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는 모두 열여덟 편의 작품과 '서시'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시집 서문이 함께 실렸다. 그는 시집을 구성하면서 '별 헤는 밤'을 마지막 작품으로 배치했는데, 1941년 11월 5일에 쓴 것으로 기록된 이 작품은 가을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에게 이름을 하나씩 붙여주는 윤동주의 우주적 상상력을 담고 있는 아름다운 명편이다. 4학년 졸업반이 시작되던 1941년 4월, 윤동주는 자신이 정기적으로 구독하던 '문장' 4월호에 실린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를 마주하게 된다. 백석 시집 '사슴'을 구하지 못해 한 자씩 필사했던 경험을 가진 그로서는 만주에서 보내온 존경하는 선배시인의 신작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마음 깊이 감동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7개월여 후 자신의 졸업기념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맨 마지막에 '별 헤는 밤'을 써서 넣은 것이다.시집의 첫 작품은 잘 알려진 '자화상'이다. '자화상'과 '별 헤는 밤'은 모두 가을밤을 시간 배경으로 삼고 있다. '자화상'에서 우물에 비친 자신을 미워하고 가엾이 여기고 다시 미워하고 그리워하는 과정을 통해 '추억처럼' 남은 사나이를 노래했던 윤동주는 '우물 안 사나이'에서 '밤하늘의 별'로 시선을 옮겨간다. 밤하늘을 가득 메운 별을 헤아리면서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보는 과정을 이어간 것이다. 이때 그는 '헤다'라는 함경도 방언을 썼는데, 이 단어에는 '세다'라는 원래 의미와 함께 '뜻을 헤아리다' 같은 부가 의미까지 담고 있어서 작품에 맞춤한 격을 부여하고 있다. 만약 이 작품 제목이 '별 세는 밤'이었으면 어쩔 뻔했는가.윤동주가 정성스럽게 불러보는 기억 속의 이름은 성장기를 함께 했던 친구들, 이국 소녀들, 시집가서 아이 키우는 여자아이들, 가난한 이웃사

  • [수요광장]"아~ 테스 오빠, 원전오염수 방류…일본이 정말 왜 이래?"

    [수요광장]"아~ 테스 오빠, 원전오염수 방류…일본이 정말 왜 이래?" 지면기사

    방류땐 220일후 제주앞바다 '끔찍'국제적 반대 불구 인류생명 '위협'바다환경 망치고 어민생존권 위태오염어류 자국민·주변국 건강 해쳐미래세대까지 영향… 대안 찾아야27일로 예정됐던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연기 소식이 우선은 반갑다. 그렇다고 안심된다는 것은 아니다.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겠다는 방침을 철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결정을 미룬 것일 뿐이다. 출범한 지 한 달여 만에 지지율 12%포인트가 급락한 스가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 결정을 미루게 된 배경을 들여다보면 참 어이가 없다. 한국이나 주변국들의 반대나 해양오염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 인식 때문이 아니고 국제적 비난과 자국 내 거센 반발 때문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오염수의 희석과정에서 방사능 물질이 국제 기준치보다 낮은 농도로 걸러진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신뢰하고 싶어도 도무지 신뢰할 수 없게 된다.제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 일본 어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 언론과 자국민의 반대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 등의 보고서도 오염수 방류에 따른 해양 수산물의 유전적 손상 등 위험성을 심각하게 지적, 환경피해가 거의 없는 '장기 저장'이라는 안을 내놓은 상태다. 삼중수소(트리튬)의 반감기가 12.3년인 만큼 대형 탱크에 오염수를 옮겨 담아 100여년간 보관한 뒤 방류해 피해를 없애자는 방법이다. 비용은 들어도 인류의 안전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해양 방류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이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재처리하더라도 삼중수소라는 방사성 물질이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희석해 방류할 경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희석해 바다로 방류하면 문제가 없다며 심지어 오염수를 희석하면 사람이 마셔도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심지어 비용 절감이라는 손쉬운 선택

  • [수요광장]희생자 vs 위선자

    [수요광장]희생자 vs 위선자 지면기사

    조국사건 상반된 시각 '백서·흑서'흑서 필자들 대선서 '문재인 지지'집권세력 모든 의견 귀 기울여야지지하지 않았거나 철회한 사람들'한번도 경험 못해본 나라'서 살아조국 사건과 후임 추미애 법무부 장관 논란은 우리 사회의 여론분열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14일 여당 대표와 법무부 장관은 과천의 정부청사에 마련된 공수처 입주 예정 사무실을 방문했다. 야당에 대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선임을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조국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상반된 시각에서 조국사건을 정리한 책이 출간되었다. 최민희 전 의원이 주도한 이른바 '조국백서'는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오마이북·이하 백서)'이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이어서 '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나는가'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천년의 상상·이하 흑서)'가 발행되었다. 흑서의 필진은 진중권 교수와 참여연대 출신의 회계사와 변호사 그리고 서민 교수, 강양구 기자 등 다섯 명이다. 이들 모두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선택한 사람으로 '추정'된다.백서와 흑서는 조국 전 장관을 각각 '희생자'와 '위선자'로 규정한다.백서는 희생자 입장이다.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검찰은 완강히 저항했고 여기에 언론이 합세하여 조국 일가의 인권을 무참하게 유린한 것이 이들이 보는 사건의 본질이다. 아무 죄가 없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조국사건은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유시민의 알릴레오', '시사타파 TV' 등이 큰 기여를 했다. 언론은 개혁 대상이지만 이들은 예외다.흑서는 조 전 장관을 위선자로 본다. 현 집권세력은 적폐청산을 주장했다. 청산된 자리는 누가 차지하는가. 새 집권세력이다. 그들은 집권 이후 신적폐가 되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다르다고 한다. 민주화 운동을 했으므로 정의롭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구 모두 적폐인 것은 마찬가지다. 이제 기득권자가 된 그들에게 바꾸는 것보다는

  • [수요광장]정신유산이 소중한 자산입니다

    [수요광장]정신유산이 소중한 자산입니다 지면기사

    코로나 불황시대에 임대료 할인 등살다보면 작은일에 감동할 때가 있다옛 혼사때 재물보다 가풍을 보듯이한 집안의 내력은 후손들에 나침반잘사는 것보다 잘 사는 걸 보여줘야살다보면 작은 일에 감동할 때가 있습니다. 수원의 먹자골목 인근에 소박한 쌈밥집이 있지요. 손님이 끊이질 않는 걸 보면 연세 지긋한 주인장의 음식솜씨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20년이 넘도록 이 한곳에서 장사하고 있으니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다는 방증이겠지요. 하지만 경제가 나빠져 문을 닫는 곳이 많은데 여전한 걸 보면 특별한 비결이 있을 듯했습니다. 조심스레 물음표를 던졌는데 돌아온 답은 의외였지요. "제 음식 솜씨가 뛰어나서 그런 게 아닙니다. 건물주가 오랫동안 세를 올리지 않아 버틸 수 있었던 겁니다." "아!" 탄성이 절로 나왔지요.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올리려 들텐데 이렇게 오랫동안 그냥 놔두는 건물주가 있구나! 건물주가 이순신 장군의 후손인데 오랫동안 세를 올리지 않아 다른 건물의 절반도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장군은 나라를 구했는데, 후손은 어려운 사람을 구하는 것 같다"며 건물주를 자랑했습니다. 건물주를 존경한다는 느낌을 받았지요.어느 공직 선배가 기억납니다. '요즈음 경제가 어렵고 외환위기 때보다도 힘들다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얼마나 버거우십니까. 하지만 난관 속에서도 정성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다음 달부터 임대료를 낮추겠으니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임대료를 동결하기도 쉽지 않은데 내려주다니, 새삼 그 선배가 존경스러웠습니다. 옛 어른들은 가진 게 적어도 나눌 줄 알았습니다. 어렵고 힘들어도 스스로의 꿈이나 자존심까지 버려서는 안 되지요.옛날에 혼사를 앞두고 상대 집안의 가풍을 살피는 풍토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돈이 많고 인물이 번듯해도 집안 내력이 시원찮으면 '그 나물에 그 밥' 취급했지요. 경주 최씨 집안 가훈이 회자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말라. 재산을 만석 이상 모으지 말라. 과객을 후하게 대

  • [수요광장]'바로 본다는 것'을 위하여

    [수요광장]'바로 본다는 것'을 위하여 지면기사

    코로나와 싸움서 우린 가능성 발견재난상황에 대한 윤리적 성찰 수행사라마구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평범함의 소중함' 바로 보게 해줘'눈 멂', '진정한 눈뜸' 불가피 과정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사람들은 평범했던 지난날의 일상을 한마음으로 그리워하고 있다. 마스크를 벗고 활짝 웃는 표정이나 많은 이들이 웅성거리면서 축제를 벌이고 응원을 하며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맞았던 시간들은 벌써 8개월째 지난 시대의 역사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이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유출 같은 사회적 재난보다 우리에게 훨씬 더 인간의 왜소함과 무력함을 가르쳐주고 있는 이 사태를 통해 우리는 역설적 지혜를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제나 제대로 된 성찰은 위기를 기회로, 난경(難境)을 지혜의 산실로 바꾸는 역리(逆理)의 순간을 만들어내기도 하니까 말이다. 우리는 결국 인간의 지혜와 용기로 이 사태를 이겨나갈 가능성에 대해 신뢰를 보내면서도, 최근 경험한 공포와 초조가 어느새 평범함에 대한 간절함으로 바뀌어 가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한없는 겸손이라는 사실을 배우게 되지 않았는가.사라마구의 장편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1995)는 살아 있는 것들의 욕망에 관한 극한의 드라마를 통해 무섭도록 생생한 감염병 리얼 판타지를 보여준 작품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포르투갈 소설가이자 언론인인 사라마구는 가난한 농부의 집에서 태어나 기능공, 번역가, 기자 등을 거치면서 삶과 문장을 충실하게 배워갔다. 그는 가시적인 세계에 안주하지 않고 초자연적 요소까지 수용하는 상상력을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작가로 이미 유럽 사회에 유명세를 떨쳤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이러한 그의 상상력이 구현해낸 극점의 섬광으로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한 도시 대부분의 시민이 불가해한 이유로 집단 실명하면서 몰락해가는 과정은 영국 작가 존 윈덤이 쓴 SF 소설 '트리피드의 날'(1951)의 영향을 입었다고 할 수 있는데, 세계적으로 대규모 실명 사태가 일어나는 상황 설정이 사라마구의 작품에 암시적 영향을 끼쳤을 것이

  • [수요광장]코로나 시대, 개인 식별 데이터 노출 공포에 대하여

    [수요광장]코로나 시대, 개인 식별 데이터 노출 공포에 대하여 지면기사

    방역지침에 영업장 출입 명부 기록제대로 관리되고 있을까 걱정 앞서매달 8만여건 스미싱 피해 속출 속여성 문자 노출·허위 기재 등 많아당국 철저히 보호 후폭풍 막아내야최근 전화번호 노출로 인한 피해 보도를 많이 접하게 된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커피숍이나 식당 등 영업장소를 이용할 경우, 누구나 성과 전화번호를 기록해야 한다.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두려움이 증폭된 배경이다. 일명 코로나 명부 피해 공포로 불린다. 이 두려움은 쉽게 떨쳐지지도 않는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이용자들이 비슷한 공포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나날이 노출되는 국민의 개인 식별정보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철저히 관리되고 있을까? 실은 궁금증보다 걱정이 앞선다. 개인정보 침해는 언제, 어떻게, 어떤 규모의 피해가 일어날지 피해 발생 직전까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렇다고 개인정보 피해 두려움 때문에 영업장을 이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저 개인정보가 잘 관리되기를 바랄 뿐, 적극적으로 개인이 개입한다거나 어찌해볼 방법이 없어 두려움이 크다.실제로 얼마 전 한 여성에게 온 '외로워서 연락했다'는 한밤중 문자사건도 코로나 방문 전화번호 노출로 인해 비롯된 사고다. 문자를 받은 여성이 큰 공포심을 느껴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사건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나마 이 사건 이후 이름은 적지 않고 성과 전화번호만 기록하도록 지침이 바뀌었다. 그러나 실제로 언론 보도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전화번호 노출 사고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원, 각종 은행 등 곳곳에서 피해사례를 전하며 스미싱 피해에 주의해 달라는 공지 문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 발표에 의하면 지난 수개월 간 기관 사칭 문자 등 스미싱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자그마치 매달 8만5천건의 스미싱 문자가 수신자에게 읽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수신자가 메시지 본문에 포함된 링크를 눌렀다고 가정했을 때 의도치 않은 결제와 이체 등 큰 피해를 입게 된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기 번호가 스미싱 등 범죄에 쓰일

  • [수요광장]호환(虎患)과 세금

    [수요광장]호환(虎患)과 세금 지면기사

    통신비 지원 "안주는 것보다 나아"여 중진발언은 귀를 의심하게 한다 과중稅는 민생도탄 지금도 똑같아세상에 공짜없듯 국가재정도 부담'나라가 니거냐' 폐해 잊지 말아야모든 국민에게 통신비를 지원한다는 정책에 대해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안 주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라고 발언했다. 귀를 의심하게 한다. 1조원에 가까운 돈은 허공에서 생겨나는 것인가. 수십조원을 복지예산으로 지출하고 있으니 1조원 정도는 '푼돈'으로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 푼돈을 대통령이 국민에게 주는 선물로 여기지는 않을까 의심된다. '나라가 니거냐'란 말에 공감한다.상식 있는 국민들은 내심 걱정이 된다. 나라에서 주는 돈이 당장은 달콤하다. 그러나 이 돈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수입에 비해 지출이 많으면 미래가 뻔하다. 파산한다! 추경예산, 국채발행, 부채비율 등의 뜻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국가 재정에 적신호라는 짐작은 간다. 처절했던 IMF의 기억이 아직도 우리에게는 생생하게 남아있다.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가계나 국가 재정이나 다를 바 없다. 누군가는 그 돈을 부담해야 한다. 지금 받는 돈은 이자를 더해서 갚아야 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청구서가 날아온다. 우리가 못 갚으면 자식들이 갚아야 한다. 국가 부채는 상속 포기도 불가능하다. 빚을 부담할 후손들은 조상을 탓할 것이다. 결국 세금은 더 많아지고 삶은 더욱 고단해진다. 과도한 세금이 민생을 도탄에 빠뜨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공자와 제자들이 산길을 가다가 여인이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여인은 호랑이에게 시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자식을 잃었다. 산을 떠나면 호환(虎患)을 피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여인은 '이곳은 과중한 세금과 부역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이라고 말한다.정약용도 유배지의 관아 앞에서 울고 있는 여인을 목격했다. '애절양(哀絶陽)'은 양근(陽根)을 자른 슬픔을 노래한 것이다. 탐관오리는 어린 아이와 죽은 자들

  • [수요광장]기부, 크기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수요광장]기부, 크기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지면기사

    100만원 기부금 조롱당했던 배우30년 무료 두리랜드의 유료 전환심장병 아동 돕던 뽀빠이의 누명사람들, 자신 못보고 한없이 비난그자체로 소중한 행동 박수받아야코로나19가 한창 창궐할 무렵,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100만원을 기부한 어느 배우가 곤혹을 치렀지요. 일각에서 기부금액이 적다고 지적하며 문제 삼았고, 그의 선행은 한순간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억대의 금액을 기부한 스타들과 비교하며 중견 연기자로 너무 적게 기부했다는 비난이 쏟아진 것이지요. 일부 네티즌들은 "이미지 메이킹이 목적인 것 같다", "생색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악플을 남겼습니다. 이러한 비난에 그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고 인스타그램 활동을 중단했지요. 공인으로 산다는 게 어렵다는 걸 실감했을 겁니다.양주에 있는 '두리랜드'는 유명 배우가 만든 어린이 놀이공원입니다. 190억원이 들어갔다는 이 공원은 개장 이래 지난 30년 동안 입장료를 받지 않고 운영해 왔지요. 그런데 올해 어린이날을 기점으로 재개장하면서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190억원이 들어갔고 150억원 가량을 대출받아 더는 무료 운영이 어려웠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무료로 운영하다 요금을 받으니 일부에서 비난이 뒤따랐습니다. 이에 대해 그는 "그래도 긍정적으로 봐주는 분이 더 많았다"며 너털웃음을 지었지요. 그의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가 묵직한 울림으로 남아 있습니다."이걸 돈 벌려고 하겠습니까. 돈 벌고 싶으면 안 쓰고 갖고 있는 게 낫겠죠. 하지만 내가 죽더라도 두리랜드가 어린이들에게 오래 기억됐으면 해요. 그건 '자긍심'입니다. 사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서 내 표정도 좋아졌어요." 저는 그 배우의 말을 믿습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돈도 안 되는 걸 왜 하느냐고 만류했지만 오직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놀이공원을 만들었다는 그분의 진정성을 믿고 있지요. 더 나아가 빚더미 속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원 운영을 멈추지 않았던 그 열정이 오히려 부러울 따름입니다. 가치 있는 인생이지요.뽀빠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