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9] 반세기 감옥살이 한강에도 자유를…

    [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9] 반세기 감옥살이 한강에도 자유를… 지면기사

    “1960~1970년대 남한에 설치됐던 대간첩용 철책의 상당수는 이미 그 효용가치를 상실했다.”김포·고양·파주에 걸쳐 있는 한강변 철책과 파주 파평면의 전술용 철책 등은 철거해도 군사전략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의 지배적인 의견이다.이들은 최근의 남북간 화해분위기와 간첩의 침투로가 중국 등 제3국으로 다양화되고 있는 점, 철책 철거를 요구하는 해당 지역주민들의 민원이 늘고 있는 점 등을 철책 철거의 필요성으로 밝히고 있다.현재 행주대교 남단에서 북쪽 군사분계선까지 설치된 한강변 철책의 총 거리는 97㎞.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이 구간으로 간첩이 침투한 것은 종전후 60년대까지 6건, 70년대 2건 등 모두 8건으로 그나마 70년 8월을 마지막으로 더이상의 간첩 침투사례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이들은 또 현재 건설중인 일산대교에 감시용 군사장비를 설치하면 최소 일산대교에서 행주대교 남단에 이르는 24㎞구간(김포시와 고양시 양구간)의 철책선 존치는 무의미하다고 밝히고 있다.일산대교 하단에 서울 잠수교 형태의 경계용 통행로를 개설하고 교각에 수중물체에서 발생하는 음향을 30㎞까지 탐지할 수 있는 수중탐지장비(대당 가격 3억~10억원 정도)를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간첩경계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이 경우 막대한 국방예산도 절약할 수 있다.전문가들은 현재 육군 2개사단이 김포와 고양지역 철책 경계 책임을 맡고 있으며 1개 사단의 1년 예산이 168억원 정도인 사실에 비춰 이 구간의 철책이 철거될 경우 유지관리비용에 투입되는 상당액의 예산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32년간 군 작전분야에서 근무해오다 지난 2000년 군 간부로 전역한 정모(58)씨는 “일산대교 남쪽으로 설치된 한강변 철책은 군 작전상 그 효용성이 많이 떨어져 있다”면서 “일산대교에 간단한 수중감시 장비를 설치하고 현재 군이 보유한 감시용장비만 활용해도 일산대교 남단의 철책은 더이상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또 탱크와 보병 저지용으로 파주시 파평면과 적성면 일대 농경지에 설치된 전술용 철책에 대해서도 군사 전

  • [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8] 상처받은 農心 땅싸움까지

    [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8] 상처받은 農心 땅싸움까지 지면기사

    22일 오후 파주시 파평면 사무소를 출발, 37번국도를 따라 10여분 정도를 달려 도착한 파평면 금파리 234일대 농경지.군데군데 흰 눈이 보이는 금파리와 눌노리 주변 논에는 그동안 한강변과 비무장지대(DNZ)에서 보아 왔던 철조망과는 전혀 다른 철조망이 논 한 가운데 장벽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성인 가슴 높이 정도의 야트막한 철조망은 마치 농작물 도둑을 막기위해 농부들이 설치한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이것은 지난 74년 국방부가 전쟁 발발시 남하하는 탱크와 보병을 저지하기위해 임진강 남쪽 지역 논 밭에 설치한 '전술 철조망'.파주시 관내에만 이런 전술 철조망이 현재 파평면과 적성면 등 일대 1천757필지 72.6㏊에 걸쳐 설치돼 있다.“농사일을 하러 내땅에 들어가는 데도 철조망을 통과해야 하고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이제 이런 철조망은 없어도 되잖아요.”금파리 전 이장 이영학(44)씨는 “국방부와 시에 철조망을 없애 달라고 수년전부터 민원을 내 왔는데도 국방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면서 “완전히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불만을 쏟아냈다.이씨는 또 “초기에는 철조망으로 인한 영농불편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경기북부에 개발바람이 불어 땅값이 뛰기 시작한 최근에는 주민간 토지분쟁이 또다른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며 슬그머니 마을의 지적도를 내밀었다.철조망을 경계로 작성된 지적도가 주민들이 기존에 알고 있던 땅 경계와 일치하지 않으면서 주민간 영토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특히 최근에는 이 일대 땅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민간 토지분쟁이 더욱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눌노리 이장 조재춘(49)씨는 “국방부는 민간인 소유의 논 한 가운데 철조망을 설치해 놓고 군 작전구역이라며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면서 고작 1년에 2~3번 정도만 훈련을 하고 있다”며 “토지를 아예 수용하든가 철조망을 철거하라”고 주장했다.파평면 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전술철조망은 설치된지 오래 돼 일부는 없어지고 유실된데다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농민들의 불편만 초래하고 있다”며 “최소한 농경지내 설치된 전술철조망 만이라

  • [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7] '냉전가시' 경고문 '눈엣가시'

    [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7] '냉전가시' 경고문 '눈엣가시' 지면기사

    인천 중구 영종도 구읍뱃터에서 빠져나와 덕교동 방면으로 남측해안도로를 가다 보면 군 초소를 기점으로 철책이 도로를 따라 길게 설치돼 있다.이 철책은 다시 북측방조제로 이어져 총 길이만 22.2㎞에 이른다. 1.5m 높이의 경사진 콘크리트 방벽 위에 설치된 철책에는 “철책을 훼손시키거나 일몰 이후 출입하는 경우에는 간첩 또는 불순분자로 체포해 엄중 처벌하겠다”는 삼엄한 경고문이 붙어 있다.영종도 주민들은 “공항시설물을 경비하는 수준을 넘어 공항이 위치한 도시를 철책으로 둘러싸는 사례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며 “공항을 찾는 이용객들에게 혐오감을 주고 미관을 해치는 철책은 모두 철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영종 주민들은 물론, 공항 이용객들에게도 해안 철책은 '눈엣가시'다. 지난 15일 오전 인천공항 국제업무지역 내 하얏트호텔에서 만난 호텔사업가 김광식(56·강릉시)씨는 “공항을 자주 이용하는데 해안도로 철책이 아름다운 경관을 훼손하고 있어 안타까운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남측해안도로 철책 너머에는 공항 건설 당시 공항공사가 해안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친수공간 형식으로 계단형 석축을 쌓았다. 공항공사의 전직 간부는 “남측해안도로에 철책이 설치될 것을 알았다면 석축을 쌓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공항조성 당시만해도 공항 보안을 위해 해안 철책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지난 2000년부터 영종도 해안철책 설치 반대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이춘의(51) 목사도 “군 당국이 섬 전체에 철책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설마했었다”며 “주민들과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1년6개월이 넘도록 군 당국과 싸운 결과 남·북측해안도로(22.2㎞)에만 설치하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지금도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최근 인천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5년전 벌였던 해안도로 철책 철거운동을 다시 전개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 시민사회단체는 “레저·금융 국제도시로 조성하는 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에 설치돼 있는 철책도 함께 걷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인천

  • [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6] '비극의 올가미' 역사숨결 옥죈다

    [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6] '비극의 올가미' 역사숨결 옥죈다 지면기사

    고양시 덕양구 행주내·외동에 위치한 행주산성. 임진왜란 당시 권율 장군이 의병과 승병 2천300여명으로 3만여명의 왜군을 물리친 행주대첩의 역사적 전적지다. 그러나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이런 역사의 숨결을 담고 있는 산성의 돌담보다는 오히려 냉전의 산물인 철책을 먼저 마주하게 된다.400여년 전의 역사적 승전지가 분단과 전쟁의 대명사인 섬뜩한 철책으로 얼룩져 있는 것이다.오전까지도 함박눈이 내린 7일 오후. 행주산성에서 내려다본 고양시쪽 한강변 철책은 인근 창릉천에서 시작돼 자유로를 따라 일산 신도시와 파주쪽으로 쭉 뻗어나 있었다.이 철책은 수십 ㎞를 이어져 비무장지대(DMZ)까지 가게 된다. 민족 분단을 암시하는 비극의 철책선이 아이러니하게도 역사·문화유적지인 행주산성에서부터 출발한 것이다.이런 행주산성쪽의 모습과는 달리 강 건너 서울 개화·방화동 쪽으로는 철책이 보이지 않았다. 한강시민공원이 설치된 서울시 경계가 끝나고 김포시 경계가 시작되는 지점에 다다르자 한강변 철책이 모습을 드러냈다.한강을 사이에 두고 고양시와 서울시가 마주하고 있지만 철책은 유독 경기도에서부터 시작됐다.“서울 사람만 사람입니까. 같은 한강을 놓고 누구는 철책으로 막아 접근도 못하게 하고 누구에게는 시민공원을 조성해 뛰놀 수 있도록 해주고 말입니다.”행주산성 향토음식촌에서 20년째 영업을 하고 있는 김모(55)씨는 이런 불만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행주산성은 역사·문화관광지인데도 불구 삭막한 철책이 관광객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면서 “적어도 행주산성 지역 만큼은 철책이 철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실제 고양시도 행주산성 부근 행주외동 일대를 도시자연공원으로 조성, 시민들의 발길을 유도하고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려 애쓰고 있지만 이곳을 찾는 외부인들은 매년 줄고 있는 실정이다.평생을 이지역에서 살아온 토박이 이용규(52)씨는 “어릴적 산성에 오르고 한강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낚시를 했던 아련한 추억들을 갖고 있다”며 “군이 30여년전 빼앗아간 한강을 이제는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또 “행주산성 부근에 철책이 설치된

  • [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5] 철책앞에선 산산이 '조각그림'

    [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5] 철책앞에선 산산이 '조각그림' 지면기사

    인천공항과 함께 동북아 물류 중심 도시 인천의 동력 축인 인천항 주변 해안가도 철책선이 가득했다. 마치 인천항이 군사보호구역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이 일대는 으레 시민이 가서는 안되는 지역으로 변해 버린 지 오래다.2일 오후 1시께 인천시 중구 항동 제 2경인고속도로 종점을 지나 옛 백주년기념탑 사거리로 접어들자 '해안'이라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오는 6월 공사가 마무리 되는 이 길은 송도 경제자유구역과 연결되는 주 간선도로다. 비포장 구간을 지나 조성공사가 한창인 남항 매립지를 옆에 끼고 차를 몰자 목적지인 용현 갯골수로 펌프장이 나타났다. 분명히 바닷가지만 얼마전 새단장을 한 듯한 철책이 '해변'으로의 접근을 막았다.2군데 설치돼 있는 2층 높이의 군 경계초소는 자물통이 채워진 채 '예상 침투로'가 아니라 송도 경제자유구역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해안구조상 어쩔 수 없어 보였지만 경계 대상이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마침 썰물이라 철책 너머 맨살을 드러낸 갯벌에는 철새 떼가 먹이사냥에 한창이었다. 갯벌에 반사되는 석양과 어우러지면서 멋들어진 풍경을 연출했지만 철책은 가만 내버려둘 수 없다는 듯 한폭의 동양화를 조각그림으로 바꿔 놓았다.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철새 떼를 보려고 한발 더 다가서자 철책은 이번에는 '내가 동물원에 갇혀 있나'라는 착각을 하게끔 만들어 버렸다.철책을 따라 들어서 있는 원목 야적장에서 3년째 중장비 대여업을 한다는 김영환(58)씨는 철책 때문에 불편한 게 없느냐는 질문에 “철책이 없으면 낚시라도 해서 매운탕이라도 끓여 먹을 수 있지…”라며 혀를 끌끌 찼다.해안 경계 임무를 맡은 군부대 막사를 지나자 남항 준설토 투기장 공사장 정문 출입구가 나타났다. 공사장 경비원 윤광주(66)씨는 철책을 걷어내는 게 어떻겠느냐고 묻자 손사래부터 쳤다. “이곳은 수심이 깊어요. 철책이 없어지면 분명히 낚시꾼들이 몰려올텐데. 위험합니다. 철책은 철거해서는 안됩니다.”10년째 철책 가까이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윤씨는 철책을 군사용이 아니라 위험방지

  • [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4] 강건너 신도시인데… '철망포구' 지면기사

    지난 20일 오후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 포구. 번화한 김포시내를 출발, 한강 철책이 설치된 352번 지방도로를 따라 20분도 안돼 도착한 포구는 조금전 시내 분위기와는 완연히 달랐다.무장한 군인에게 신분증을 제시하고 들어 간 포구에는 어민 5~6명이 군인들의 삼엄한 경비속에 잡은 숭어를 뭍으로 옮기고 있었다. 최전방의 모습 그대로였다.그러나 강 건너편으로 자유로를 질주하는 차량들과 파주 출판단지의 화려하고 세련된 건축물, 일산 신도시의 아파트 숲은 이곳과 오버랩되면서 부조화한 묘한 감정을 끌어냈다.“철책선 때문에 불편한게 이만저만이 아니죠. 한강변 철책을 모두 없애달라는 것도 아니고 포구의 철책만 없애 달라는 것인데 뭐가 어렵나요.”한강어촌계 전류리 포구 서승석(43) 선단장은 수십년간 가슴에 담아왔던 불만을 쏟아냈다.전류리 포구는 종전 직후 비무장지대(DMZ)가 설정되면서 김포 북쪽 포구와 나루가 모두 폐지되는 바람에 현재는 한강 하류 최북단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 포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남북 화해무드가 계속되고 포구 코 앞에 양촌·장기지구 등 380만평 규모의 김포신도시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철책철거에 대한 어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또 현재 건설중인 일산대교 외에 김포 봉성산에서 파주 출판단지를 연결하는 또다른 대교가 건설될 것이라는 개발계획도 나오면서 이런 기대감은 한층 더 높아졌다.철책이 철거되면 일출에서 일몰까지만 가능한 조업시간이 연장되고 포구내 어판장 설치로 인근 신도시 주민들을 끌어들일 수 있어 소득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어민들의 생각이다.서 선단장은 “포구쪽 일부 철책을 철거하고 어판장만 설치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현재 헐값에 중간상들에게 넘기는 싱싱한 생선들을 소비자들에게 싼 값에 바로 공급하고 어민들도 소득을 더 올릴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그동안 각종 개발과 인구유입으로 주변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었는데도 포구는 여전히 60년대 냉전의 시대를 살고 있었다”면서 “이제는 전류리 포구도 변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 [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3] '분단가시' 가위눌린 국제도시 꿈

    [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3] '분단가시' 가위눌린 국제도시 꿈 지면기사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도시로 건설되는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가 '냉전의 산물'인 군사용 철책에 갇혀 있다.오는 2015년까지 24조3천억원이 투입되는 173만평의 송도국제업무단지는 외국인 학교와 병원, 국내 최대 규모의 컨벤션센터, 63층 짜리 아시아 타워, 쾌적한 주거단지 건설 등이 한창이다. 때문에 국내·외 투자자, 다국적 기업들이 송도국제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은 예사롭지 않다.그러나 동북아의 '대문(大門)'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런 송도국제도시의 해안은 철책에 가로막혀 누구의 방문도 허용하지 않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다.당연히 국제도시의 명성에 맞게 철책을 걷어내자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다국적 기업들이 투자를 고려하는 항목 가운데 한국의 군사적 긴장관계를 중요시 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송도국제도시 주변의 철책선 철거요구는 시대적인 당위성으로 부각되고 있다.17일 오후 송도 청량산에서 내려다 본 송도국제신도시는 한마디로 '철책속의 도시'를 연상케 했다. 여기저기에서 도시기반 건설, 아파트 신축, 국제컨벤션 센터 공사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송도국제도시를 가운데 놓고 해안가를 따라 활모양으로 둘러쳐 있는 철책선이 볼썽사나웠다.제2경인고속도 인천기점의 해안도로 초입부터 아암도까지 3㎞ 가량의 구간은 낡고 녹슨 철조망이 얼기설기 설치돼 있다. 바로 이어 초록색으로 칠해진 미관형 해안 경비용 철책이 아암도 해안공원 산책로를 감싸고 있다. 이 미관형 철책도 시민들의 철거요구가 거세지자 여론 무마용으로 군부대 측이 미봉책으로 만든 것이다.아암도를 지나자 마자 보이는 송도국제도시 매립지(1·3공구) 3㎞ 구간은 매립과 기반시설 공사가 완료되면 매립지 해안가쪽으로 다시 철책선을 설치한다고 한다. 여기서 다시 송도국제도시를 진입하는 2개의 다리를 지나면 송도 LNG인수기지에서 운전면허시험장에 이르는 4㎞ 구간에는 휴전선에서나 볼 수 있는 육중한 철책선이 해안가 접근을 막고 있다.청량산에서 만난 시민 송병주(38·연수구 동춘동)씨는 “남측해안도로의 철책선을 보면 해안경비라기 보다는

  • [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2] 가시울타리에 포위된 거대감옥

    [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2] 가시울타리에 포위된 거대감옥 지면기사

    [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3면이 바다인 한반도와 마찬가지로 김포시는 3면이 철책으로 둘러싸인 '요새'다. 고천면 김포대교에서 시작된 철책은 한강을 따라 양촌면~하성면~월곶면~대곶면 서해까지 역유자(∩)형으로 장장 51.4㎞에 걸쳐 설치돼 있다.이 철책은 지난 60년대 말 이른바 '김신조 무장간첩 침투사건' 이후에 설치됐다.당시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설치된 이 철책은 그러나 지금은 엉뚱하게도 김포 시민을 철의 장막속에 가두고 있다.김포 1동 주민 김우승씨는 “차를 타고 아파트를 빠져 나오면 바로 철책에 둘러싸인 한강변과 마주하게 된다”면서 “매번 철조망을 볼때마다 감옥에 살고 있는 듯한 답답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실제 강변도로인 고촌면 존호리~하승면 전류리간 352번 지방도에서 바라본 한강철책은 반대편 자유로에서 바라본 한강 철책과는 또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왕복 10차선 자유로를 사이에 두고 설치된 철조망이 전방 DMZ를 연상시킨다면 차창을 열고 손을 내밀어 바로 닿을 정도로 가깝게 철조망이 설치된 김포시 지역은 마치 거대한 감옥을 떠올리게 했다.이렇다보니 철책 철거를 요구하는 김포 시민들의 목소리는 그 어느 지역보다 크게 울리고 있다.특히 20만명의 인구 가운데 7만여명이 모여 사는 김포시 최대 중심지인 김포1동과 사우동은 한강 철책과 바로 접해 있는 실정으로 이들 지역의 주민들은 지난 2000년부터 한강철책의 철거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이들은 고촌면에서 일산대교가 건설중인 걸포동까지 12㎞구간의 경우 지난 70년대 이후 북한 무장간첩의 침투가 전혀 없었는데다 첨단 감시장비 등의 도입으로 더 이상 철책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군사 전문가들도 현재 건설중인 일산대교에서 효율적인 감시가 이뤄진다면 걸포동에서 김포대교까지 이르는 12㎞ 구간의 철책은 무의미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이 구간이 시민들에게 개방되면 김포시민들은 8만4천여평의 한강 시민공원을 얻게 된다. 김포시의 삶의 질 향상이란 측면에서도 철책은 철거돼야 마땅한 것이다.조한승(68) 김포문화원장은 “철책선 철거는

  • [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1] 시간마저 멈추게 한 '철의 장막' 지면기사

    냉전과 분단, 그리고 전쟁의 산물인 '철책'. 휴전선 155마일의 철책은 반세기가 넘도록 우리의 아픈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철책과는 전혀 다른 또다른 철책이 있다. 남북화해 무드속에 남북간 대로가 뚫리고 신도시가 들어서는 등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도 시대변화를 막고 선 한강변 철책들이다. 이미 존재의 가치를 잃고 도시의 흉물로 전락한 이들 철책을 걷어내자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경인일보는 2006년 신년기획 시리즈 '…철책을 걷어내자'를 통해 경기북부와 인천 지역 철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3일 오전 수원을 출발, 서울 외곽 순환도로을 거쳐 일산 방향 자유로에 올랐다. 뻥 뚫린 왕복 10차선의 자유로를 달리면서 잠시 차창을 내렸다. 코 끝을 베는 듯한 추위 대신 상쾌함이 느껴졌다. 오른쪽으로 '꽃과 호수의 도시' 고양을 알리는 푯말이 보였고 일산 신도시의 아파트 숲이 눈에 들어왔다.일산 가구단지를 지나자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전시장 킨텍스가 그 멋진 위용을 드러냈다. 한창 공사중인 일산대교는 발전하는 고양의 모습을 대변했다. 이번에는 파주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가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 94년 자유로 개설과 함께 생긴 출판단지에는 현재 180여개의 업체가 입주, 경기 서북부지역의 발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그러나 이런 역동적인 모습과는 반대로 왼편의 자유로를 따라 한강변에 설치된 철조망은 살풍경을 연출했다. 서울과 고양을 연결하는 행주대교 남단에서 시작된 철책은 취재팀의 목적지인 파주 교하읍까지 무려 22㎞에 걸쳐 빈틈없이 내달렸다.얼기설기 얽힌 철조망 사이로 보이는 한강물 위로는 눈덩이들이 둥둥 떠다녔고 멀리, 지난 여름의 화려한 녹색빛을 잃은 황량한 김포의 모습은 마치 최전방 철책선 앞에서 북한 땅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왔다.'이 '철의 장막' 너머로 200만평 규모의 김포 신도시가 들어선다니…'.김포와 고양·파주 시민들이 한강 철책선 철거를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철책선 철거의 목소리가 높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