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흥주점 또한번의 진화·4·끝] 뒤늦게 팔걷어붙인 정부 지면기사

    노래영상제작실이 변칙 영업을 일삼을 수 있었던 것은 미비한 법 제도를 제대로 정비하지 않은 정부의 안일함이 한 몫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뒤늦게 정부는 단속 근거가 되는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연내 개정하기로 하고, 내달 개정안을 발의하기 위해 지자체와 관련 유관기관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단속 지침 받은 지자체 법적 근거 부족 '뒷짐'시·군·구 업무담당자 각 1명뿐 실태조사 미흡문광부, 각계의견 수렴 내달 개정안 발의키로■ 헛구호에 그친 정부 단속 지침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전국 각 시·도에 '노래연습장업 변칙영업 관련 업무처리 지침'을 하달, 지자체에 노래영상제작실로 신고한 뒤 변칙 영업을 일삼는 실태가 보고되고 있으니 단속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지침에서 문광부는 "단순히 손님의 요구에 따라 노래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 제공하는 행위는 노래영상제작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못박은 뒤 "영상제작업으로 신고하려는 민원인에게 '신고 여부와 상관없이 변칙 영업을 할 경우 무등록 노래연습장과 똑같이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하라"고 통보했다.또한 문광부는 "노래연습장업으로 신고하지 않은채 노래영상제작업으로 신고한 뒤 반주기기를 설치해 변칙 영업을 할 경우, 폐쇄 조치하고 관할 경찰서에 통보하라"고 지시했다.하지만 법 개정이 선행되지 않은 이같은 지침은 결국 헛구호에 불과했다. 단속 지침이 하달된 이후 일선 지자체에서 독자적으로 나서 단속한 변칙 노래영상제작실은 경찰이 단속해 통보한 몇 곳 외엔 사실상 단 한 곳도 없다. 현장에선 단속지침 자체에 법적인 오류가 있다는 업주들의 주장을 반박할 논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A시 담당 공무원은 "문제점은 인식했지만 현장에 선뜻 나설 수 없었던 것은 법 제도 자체가 미비했기 때문"이라며 "정부에서 단속하라고만 했지, 아직까지도 법제를 정비하지 않고 있어 적극적인 단속은 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뒷북치는 정부, 갈 길이 멀다문제가 점차 심각해지자, 정부도 뒤늦게 법제를 정비하는데 팔을 걷어붙였다

  • 이진수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장

    이진수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장 지면기사

    경인일보 기획보도 직후 경기도내 전 지역에 퍼져있는 변칙 노래영상제작실 실태파악에 나선 이진수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미비한 현행 법제가 신속히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이 국장은 "법망을 피해 변칙 영업중인 노래영상제작실이 도를 넘고 있다"며 "무엇보다 법제가 미비해 일어난 일인 만큼 당국에서 제도를 신속히 정비해 문제를 근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변칙 노래영상제작실을 근절시키기 위해선 먼저, 음악산업진흥법과 단속지침을 현실에 맞게 개정한 뒤, 정부와 광역 지자체, 기초 지자체가 네트워크를 형성해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이 국장은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경기도에선 음악산업진흥법 벌칙조항에 '영상제작업으로 신고 후 노래연습장처럼 영업한 때'라는 문구를 신설해 처분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 중"이라고 밝혔다. /최해민기자

  • 김수룡 경기청 생활질서계장

    김수룡 경기청 생활질서계장 지면기사

    김수룡 경기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계장은 최근 경기도내에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변칙 노래영상제작실에 대해 "유흥업소나 다름없는 변칙 노래영상제작실은 '무허가 유흥주점'일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경량 경기청장의 지시에 따라 올 연말 변칙 노래영상제작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했다.김 계장은 "이미 도내 41개 경찰서에 관련 공문도 하달한 상태"라며 "풍속 단속업무 파트에선 이쯤되면 변칙 노래영상제작실 근절을 위한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술 판매와 도우미 알선 등으로 적발된 업주들은 그들만의 논리를 펴지만, 유권해석에 따르면 현행 음악산업진흥법상 무허가 유흥주점 또는 무등록 노래연습장일 뿐"이라고 강조한 뒤 "동종 업계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욱기자

  • 한정민 단란주점업 사무국장

    한정민 단란주점업 사무국장 지면기사

    한정민 한국단란주점업중앙회 경기도지회 사무국장은 "우후죽순 늘어나는 노래영상제작실로 유흥업계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그는 "불황으로 유흥업계는 점차 쇠락해 가는데 변칙 노래영상제작실은 점차 번성해 간다"며 "각종 유흥세금은 피해가면서도 여성 접대부와 술을 제공하다 보니 가격면에서 쌀 수밖에 없어 손님을 빼앗기기 일쑤"라고 말했다.또한 그는 "노래영상제작 기기 설치업자들이 '법령이 바뀌는 데는 최소 3년 정도 걸릴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업종전환을 꼬드기는 터라, 정직하게 영업하는 업소들도 유혹에 넘어가는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한 국장은 "현행 법은 선량한 업자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게 되는 구조"라며 "법 개정이 없다면 비싼 세금 다 내가며 영업하는 우리 같은 업소들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영훈기자

  • [유흥주점 또한번의 진화·3] 영상기기 제작·공급 '꾼'들의 유혹 지면기사

    노래영상제작실이 최근 전국적으로 우후죽순 늘어난 것은 불법 노래연습장 업주를 꼬드겨 노래영상제작실로 업종을 변경시키도록 부추기는 '꾼'들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영상제작실 신고시 설치해야 하는 영상기기를 제작·공급하는 업체 관계자들로, 최근 술과 여성 도우미를 제공하다 단속된 전력이 있는 노래연습장 업주들을 상대로 '불법 영업을 해도 안 걸린다'고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새업종 틈새시장 홍보단속땐 법률자문 약속노래방 업주들 꼬드겨특히 이들 업체에선 고문변호사까지 두고 기기 설치 업소가 경찰에 단속될 경우 법률 자문까지 제공하거나, 정식 형사입건 전 '불입건' 처리가 비교적 쉽다는 점을 이용해 업소가 단속되면 곧바로 직원을 파출소로 급파, 불입건 처리시키고 있다.수원시 권선구에서 노래연습장을 운영하던 A씨는 수개월 전 한 남성으로부터 "단속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여느 불법 노래방들처럼 술을 팔고 여성 도우미를 제공하다 몇 차례 영업정지를 당한 적이 있는 A씨는 솔깃한 마음에 이 남성을 만나 설명을 들었다. 노래방 객실에 영상기기를 설치한 뒤 노래영상제작실로 간판을 바꿔달면 합법적 범위안에서 술과 여성 도우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A씨는 "솔직히 노래방이 합법적으로만 영업하면 굶어죽기 십상"이라며 "기기만 설치하면 단속을 피하면서도 술과 여성 도우미를 제공할 수 있다니 황당했지만 지금은 영업에 큰 이득이 되고 있다"고 귀띔했다.이처럼 일부 노래영상제작 기기 제조업체들이 자사 기기를 판매할 목적으로 노래방 업주를 '편법' 노래영상제작업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기기 제작업체들은 자사 홈페이지에 기기 용도를 '오디션용 영상'이나 '프로포즈용 영상', '가족 단위 추억용 영상' 제작이라 광고하고 있지만, 실제 기기를 설치할 것처럼 가장하고 상담 전화를 걸면 '술과 여성 도우미를 제공해도 단속에서 제외된다', '단속에 걸리면 법률 자문을 해준다'는 식의 편법 영업에 더 적극적이다.업계 한 관계자는 "소매점 신고를 낸 뒤엔 술을 판매해도 법에 저촉되지 않고

  • "룸당 설치비 250만원… 규제 못할것"

    "룸당 설치비 250만원… 규제 못할것" 지면기사

    경인일보 취재진은 노래영상제작 기기 제조업체인 A사에 손님을 가장해 전화를 걸었다. 업체측은 발신번호 표시금지 번호로 전화를 건 점을 들어 답변을 거부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더니 이내 전화번호를 공개하라고 요구해 왔고, 취재진이 알려준 휴대전화로 다시 전화를 걸어와 대화에 응했다.-노래연습장 영업하다 노래영상제작실로 업종 변경하는 게 가능한가."당연히 가능하다. 업종 변경은 시청에 별도의 허가는 필요없고 음악·음반영상물제작실 신고서만 제출하면 되고, 노래방 기기에 영상제작 기기를 설치해야 한다. 기기 설치비는 룸당 200만~250만원 정도다."-요금은."노래방 영업 당시 받던 대로 노래방비 받으면 된다. 그걸 영상제작실에선 '영상제작비'라고 부른다."-주류판매와 여성 도우미 제공이 가능한가."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노래방은 규제사항이 많지만, 우리쪽은 규정 자체가 없다. 일단 술은 가게 일부에 '소매점' 신고를 내 주류판매 면허를 얻으면 되고, 여성 도우미도 '코러스'를 부른 거라고 하면 된다."-청소년들은 출입 가능한가."노래방은 청소년실을 따로 만들어야 하지만, 영상제작실은 청소년실이 없어도 되고 밤 10시 이후에도 제한되지 않는다."-단속된 전례는 없나."재판 중인 업소가 몇 된다. 단속으로 문제가 되면 우리(A사)에 고문 변호사가 있으니 상의하면 된다. 벌금 수백만원 내는 것보단 돈 조금 더 써서 변호사를 사 재판하는 게 낫다." /최해민·김민욱기자

  • [유흥주점 또한번의 진화·2]허술한 규정 파고든 꼼수영업(해설)

    [유흥주점 또한번의 진화·2]허술한 규정 파고든 꼼수영업(해설) 지면기사

    노래영상제작실에서 술을 팔고 여성 접대부를 알선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는 분명 불법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음악산업진흥법의 미비한 규정을 빌미로, 자신들만의 논리를 만들어 '합법'이라 강변한다. 술은 '세무서를 통해 적법하게 판매 면허를 얻어 업소 구석에 '소매점'을 만들었더니 손님들이 구입해 룸에 가져 갔다'고 변명하고, 여성들은 '도우미'가 아닌 '코러스'라고 주장한다. 여기엔 코러스로 일한다는 근로계약서까지 동원된다. 더구나 정식 유흥주점이었다면 보건증에 유흥접객원 명부까지 구비돼 있어야 하지만, 불법 보도방을 통해 공급되는 '코러스' 여성들은 성매매로 이어질 시 성병감염 등 2차 피해까지 파생될 수 있다. 실제 영업형태는 술에, 여성까지 가능한 유흥주점식이지만, 신고는 영상제작실로 돼 있다 보니 업주들은 매출의 40%대에 달하는 '유흥세'도 피할 수 있다."단속땐 코러스라 말해달라"업주, 손님들에 대놓고 부탁유흥업소 매출 40% 이르는유흥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탈세의 온상이다" 지적도■ 노래영상제작실 옆엔 항상 그 슈퍼마켓이 있다?노래영상제작실에서 술을 팔 수 있었던 것은 종이 한 장 때문이었다. 세무당국의 너무도 허술한 규정 탓에 노래영상제작실에선 '가정용' 주류가 유통되고 있었다.변칙 노래영상제작실 업주들은 술을 합법적으로 팔기 위해 업소 한 귀퉁이나 주변에 슈퍼마켓과 같은 '소매업' 신고를 한 뒤 사업자등록증을 받는다. 식품위생법상 300㎡ 미만의 소매점은 관할 구청에 별도로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주류를 판매하기 위한 별도의 신청절차도 없다. 이때 관련 서류에는 '주류 의제판매면허'라는 난이 있고 여기에 'V'자로 체크만 하면 끝이다. '의제' 면허란 따로 면허를 얻지 않아도 당연히 부여되는 법적 권리를 뜻하는 것이다.가게 한 귀퉁이에 서류상의 '유령' 슈퍼가 생겼다면 주류도매상으로부터 술을 취급할 자격이 생긴다. 업주들은 이 술을 손님들에게 공급한 뒤 단속에 적발되면, "업소에서 판 게 아니라, 소매점에서 손님들이 구입해 객실로 가져 간 것"이라고 변명한다.하지만 여기까지가 업주들의 논리다

  • [유흥주점 또한번의 진화·2]허술한 규정 파고든 꼼수영업 지면기사

    '주류 저장고 하나만 갖춰놓고 슈퍼마켓이라고?'술과 여자를 제공하는 '불법 노래방'으로 변질, 운영되고 있는 노래영상제작실들이 업소에서 술을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은 현장점검도 없이 주류 의제판매면허를 내주는 세무당국 덕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업자들은 슈퍼마켓과 동일한 주류 판매 면허로 '가정용' 주류를 유통시키고 있지만 세무당국은 이같은 사실도 파악하지 못해, 지금껏 단속 실적도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노래영상제작실은 업소 한 귀퉁이나 가게 주변에 슈퍼마켓을 개업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관할 세무서에 신고한 뒤 주류 판매면허를 얻는 수법으로 술을 팔고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실제로 경기도내 A세무서가 관할 구역 노래영상제작실 24곳을 조사한 결과, 같은 건물이나 그 주변에 소매업(슈퍼마켓)으로 신고돼 주류면허가 나간 곳이 2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무서는 이들 업소 대부분이 변칙 영업중인 노래영상제작실인 것으로 보고 있다.이같은 상황이 가능했던 것은 세무당국이 주류 의제면허가 나갈 수 있는 소매업(슈퍼마켓) 사업자등록증 발급 업무를 현장 확인도 없이 민원실내에서 즉시 처리해 주는 업무로 분류해 놓았기 때문인데, 일부 영상제작실 업자들은 이를 악용, 업소안에 대형 냉장고 하나만 갖춰놓고도 슈퍼마켓인 것처럼 주류 판매면허를 받을 수 있었다.더구나 세무당국은 영상제작실에서 소매점 주류 면허를 갖고 '가정용' 술을 업소에서 판매하는 것이 명백한 주세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지금껏 단 한번도 영상제작실을 단속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의 불법 사실을 제때 파악하지 못한데다,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적극적인 단속을 펼치지 않았기 때문이다.특히 관련 규정에는 영상제작실이 불법으로 술을 판매해도 1차 적발시 벌과금 50만원, 2년 이내 중복 적발시 100만원만 부과하고 있어, 솜방망이 규정이 불법 행위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A세무서 관계자는 "원래 골프연습장이나 노래연습장 등은 1년에 2차례씩 현장 일제단속을 펼치는데, 그동안 노래영상제작실이 불법으로 술을 판매하고 있다는

  • [유흥주점 또한번의 진화·1]법적 근거없어 업종변경 속출

    [유흥주점 또한번의 진화·1]법적 근거없어 업종변경 속출 지면기사

    과거 대형 음반 제작사나 연예 기획사를 의미하던 '음반·음악 영상물제작업'이 지금은 유흥가의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법령이 미비한 탓에 술과 여성 도우미를 공급해도, 심지어 야간에 청소년이 출입해도 관계 당국에선 단속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신고절차나 세금 등 규제는 '노래방' 수준인데 영업방식은 '유흥주점'식이어서 업계에선 '신(神)의 영역'이라 불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노래방 불법 영업으로 단속된 전력이 있는 업주들이 노래영상제작업으로 업종을 변경해 변칙 영업을 하는 사례가 폭증하고 있다. 지금까지 언론에 단 한번도 조명되지 않았던 '노래영상제작실'의 실태를 낱낱이 파헤쳐봤다. ┃편집자 주당국 무관심속 법 사각지대야간 청소년 출입도 못막아"에이~ 밤에 영상물 제작하러 오는 사람이 어딨어요, 아가씨들하고 술 한잔하고 놀다 가는 거지."지난 7일 오후 11시 수원시의 한 상가. 건물 외벽에 붙은 대형 간판에는 '○○노래'란 큰 글자 맨 밑에 조그맣게 '노래영상제작실'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그것도 '노래연습장'이라는 글귀 위에 스티커로 붙인 자국이 선명했다.손님으로 가장하고 안으로 들어서자 내부는 '룸'으로 나눠져 있었다. 업주의 안내에 따라 방으로 들어가자 노래방 반주기기와 테이블, 소파가 눈에 들어왔다. 외형으로 봐선 여느 노래방, 룸살롱과 차이가 없었다. 다른 게 있다면, 객실 안 모니터 영상에 스스로를 비출 수 있도록 카메라 등이 설치돼 있고, 노래방 이용료가 아닌 시간당 2만5천원의 '영상물제작료'를 요구한다는 점이었다.술과 도우미가 가능하냐고 묻자 업주는 "당연하다"고 했다. 20여분 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에 핫팬츠를 입은 여성들이 들어왔다. 이 여성들은 "혹시 단속팀이 나오면 '도우미'가 아닌 '코러스'라고 말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후는 편법 노래방, 유흥주점과 차이가 없었다.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의 붐을 타고 '노래영상 제작실'이 난립하고 있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편법 유흥주점들이다. 음악산업진흥법에는 노래연습장의 규제만 정의하고 있어 업주들이 '노

  • [유흥주점 또한번의 진화·1]술 팔고 도우미 불러도 경찰은 속수무책 지면기사

    "그날 A경찰서에선 무슨 일이?"지난달 29일 오후 10시께 경기지역 A경찰서의 한 파출소로 "노래방에서 술을 팔고 여성 도우미도 공급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을 급습한 경찰관들은 손님들로 보이는 남성들 사이에 앉은 여성들과 테이블 위의 술을 근거로 '음악산업진흥법 위반' 혐의를 적용, 업주 김모씨를 입건한 뒤 파출소로 돌아왔다.음악산업진흥법에는 도우미를 공급한 경우 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며, 주류 판매시 2년 이하 징역에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에 따른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은 시·군·구청을 통해 별도로 받게 된다.하지만 잠시 뒤 업주 김씨가 보낸 것으로 보이는 남성 2명이 해당 파출소를 찾아 와 이 업소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업주 김씨에게 노래영상제작 기기를 판매한 업체의 관계자들이다.해당 업소는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상 '노래연습장'이 아니라 '음반·음악영상물제작업'으로 신고된 '노래영상제작실'로, 술이나 여성 도우미에 대한 단속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남성들은 증거로 A4용지 2장 분량의 관련 자료와 함께 '노래영상제작실'이라고 신고된 사업자등록증도 제출했다.관련 자료에는 "주류 판매가 가능한 소매점 신고를 내놓은 상태이니 주류 판매로 처벌받지 않는다"며 "도우미는 절대 안되지만 근로 형태를 '코러스'로 해놓으면 노래부를 때 여성 코러스를 임시적으로 고용하는 거라 관련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돼있다.또한 자료에는 "노래방은 당연히 술과 도우미로 처벌되지만 노래영상제작실은 그렇지 않다"며 "옷가게에서 술과 접대부에 대한 법규가 없어 단속이 없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쓰여있다.해당 파출소 경찰관들은 결국 업주 김씨를 입건할 근거 법령이 미비하다는 이유를 들어 '불입건' 처리했다.경찰 한 관계자는 "사실 관련 법령이 애매해 입건을 해도 검찰에서 기소되지 않거나, 법원에서 무죄가 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관련 업체에선 변호사를 대주거나 법률 자문도 해주고 있어, 명확한 근거나 증거없이 입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