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문화, 한국교육을 말하다·끝]다를바 없는 같은 아이들

    [다문화, 한국교육을 말하다·끝]다를바 없는 같은 아이들 지면기사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세르게이(가명·안산 원일초 6년)군은 월드컵 때 한국팀을 응원했다. 그의 꿈은 한국 국가대표 축구 선수다.세르게이는 3년 전 한국에 올 때만 해도 꿈도 희망도 없었다. 그러던 그가 원일초 편입학 한 달 만에 달라졌다. 다문화 학생이 많은 원일초는 수업과정을 4개 국어로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직업 소개는 물론 한국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때부터 세르게이군의 장래희망은 축구선수가 됐다. 또 체대 진학과 훌륭한 스포츠맨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도 하고 있다. 세르게이군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외국인들은 모두 공장이나 막노동만 하는 줄 알아 꿈도 희망도 가질 수 없었다"며 "하지만 노력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전교생 중 79명(18%)이 다문화가정 학생인 안산 원일초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 자국의 언어로 맞춤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어 수업과 4개 국어로 역사와 수학 교육을 해 좀 더 한국을 잘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가정통신문을 비롯, 교내 평가시험도 4개 국어로 출제하는 등 이들을 배려하고 있다.최옥환 원일초 교장은 "다문화교육의 기본과 핵심은 아이들이 언어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고,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직업적성교육을 한 이후 많은 다문화아이들이 번역가, 만화가, 축구선수 등 다양한 목표 의식이 생겼다"고 말했다.전체 학생 가운데 60% 이상이 다문화 학생인 안산 원곡초교도 다문화 학생들에게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 음식문화가 다른 학생들을 위해 급식시간 때 대체식단까지 마련하는 등 가장 기본부터 세심하게 챙긴다. 이슬람 문화인 파키스탄 등지에서 온 학생들은 돼지고기를, 인도에서 온 학생들은 쇠고기를 금기시하는 관습을 존중하기 때문이다.이와 함께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대학생 1천243명을 다문화가정 학생들과 연계하는 멘토링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대학생들과 이들 학생을 1 대 1로 연결해 학업지도는 물론 한국생활 적응을 위한 다

  • [다문화, 한국교육을 말하다·4]교사도 허둥대는 다문화 교육

    [다문화, 한국교육을 말하다·4]교사도 허둥대는 다문화 교육 지면기사

    관련 정보·경험 거의 없는데교원교육 인원제한·선택사항직무연수도 권장수준 '미흡'A교사는 이전에 다문화가정 학생을 가르쳐 본 경험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올해도 다문화가정 학생을 맡게 됐다. 하지만 A교사가 이전에 맡았던 학생의 경우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가 유창했지만, 최근 맡게 된 일리야(가명·12)의 경우 지난해 러시아에서 입국해 한국어가 서툴렀다. A교사는 당장 한국어 교재를 무엇을 써야 할지부터 상담을 어떻게 해야 할지 등 모든 것이 막막했지만 주변에 조언을 해줄 사람도, 도움을 청할 곳도 없었다.B교사는 최근 반 아이들에게 '차별대우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중국에서 온 지훈(가명·12)이가 한국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아이들간에 다툼이 생겼을 때 지훈이만 반성문을 쓰지 않도록 했던 것과 수업시간에 지훈이만 발표를 시키지 않은 점 등을 두고 몇몇 학생들이 불만을 표출했다. B교사가 다문화가정 학생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순간순간 대처했던 행동들이 다른 학생들에게는 역차별로 느껴졌던 것.다문화 교육의 제일선에 있어야 할 교사들이 다문화 교육에 대한 정보·경험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해야 할 경기도교육청의 교원에 대한 다문화 교육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도교육청은 최근 교장·교감 등 관리자 320명을 대상으로 다문화교육 교원연수를 진행했다. 또 오는 12월 일반 교사 320명에게 다문화 관련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연수 신청 인원이 제한적인데다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교사 개인의 의지 없이는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다.상황이 이런데도 도교육청은 다문화교육 교원연수 이수 목표율을 오는 2016년까지 전체 교원의 20% 수준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도 2006년 이후 다문화 교육 강화를 위해 교원자격, 직무연수 시 다문화이해교육 등을 교양과목에 최소 2시간 이상 포함하도록 하고 있지만, 권장 수준에 그치고 있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안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다문화 가정 아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게 아니라 국

  • [다문화, 한국교육을 말하다·3]머나먼 학교

    [다문화, 한국교육을 말하다·3]머나먼 학교 지면기사

    학력 제대로 인정 안해주고'성적증명서' 한국어본 요구전산시스템 없는 中학생 등고국 가서 서류 준비해와야브로커 사기에 두 번 울기도지난 2월 한국에 온 샤오(가명·15)군은 중학교 입학을 포기했다. 중국에서 중학교 2학년 과정까지 마쳤으나, 경기도내 어느 중학교에서도 학력을 인정, 전학을 받아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서도 역시 샤오군을 받아주지 않는다. 샤오군이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초등학교 과정의 검정고시를 패스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길뿐이다. 샤오군이 전학을 못하는 이유는 복잡한 서류절차 때문. 샤오군이 국내 학교로 전학을 하기 위해서는 중국내 샤오군이 다니던 학교의 3개년치 성적증명서를 발급받아 중국 교육관청에서 공증을 받은 뒤 한국어로 번역을 해 국내 학교에 제출해야 한다. 더욱이 중국의 경우 학교 전산시스템이 없어 학교로 직접 가 전학서류를 준비해야만 해 샤오군 부모는 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전학서류를 준비하기 위해 중국을 다녀올 형편이 못 되기 때문이다.지난해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조선족 수연(가명·11)양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역시 복잡한 서류절차로 인해 학교 전학을 포기할 무렵인 지난 1월 수연양 부모 앞에 서류대행을 해주겠다는 한 중국동포가 나타났다. 신원미상의 이 중국동포는 중국내 다니던 학교만 알려주면, 성적증명서 등을 떼 어 공증까지 받아오겠다며 300만원을 요구했다. 수연양의 부모는 '전학 전문브로커'라고 소개받아 믿고 돈을 줬으나,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수연양은 결국 집에서 혼자 공부를 하고 있다.다문화가정 학생들의 국내 학교 편입학(전학)은 협약국간 학위증명 또는 범죄경력증명서 등의 인증요구를 폐지하는 아포스티유(Apostille) 가입국과 비가입국으로 나뉜다.아포스티유 가입국(세계 99개국)의 경우 공증절차가 생략되기 때문에 비교적 전학 절차가 어렵지 않다. 또 가입국 대부분이 학교 전산시스템 등이 구축돼 있어 한국에서 인터넷 등으로 필요한 서류를 신청할 수도 있다.문제는 비가입국이다. 중국내 대부분의 지역과 국내 다문화가정에서

  • [다문화, 한국교육을 말하다·2]학교 울타리 벗어나는 아이들

    [다문화, 한국교육을 말하다·2]학교 울타리 벗어나는 아이들 지면기사

    서투른 한국어 비웃음 대상외모 다르다는 이유로 왕따자퇴 후 취업전선 뛰어들고범죄통해 분노 표출하는데도교육청, 실태 파악 '깜깜'중국 국적의 정설(가명·18)양은 지난해 9월부터 학교가 아닌 안산의 한 공장으로 출근한다. 중국에서는 친구도 많고 활달한 성격이었던 정양은 3년 전 부모와 함께 한국에 온 뒤부터 '폐쇄적인 아이'가 됐다.정양은 한국에 온 뒤 중학교에 입학 했지만 서투른 한국어 때문에 학교 친구들로부터 비웃음의 대상이 되면서 아예 말을 하지 않았다. 친구들의 계속된 놀림에 정양은 학교를 자퇴하고 공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정양은 최저임금을 받으며 하루 10시간 가전제품 제조공장에서 일하고 있다.정양은 "학교를 다니고 싶었지만 아무도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공장은 아무말도 하지 않을 수 있고 다른 외국인도 많아 적어도 따돌림은 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러시아인 어머니를 둔 빅토르(가명·18)군도 외모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놀림과 왕따의 대상이었다. 결국 중학교를 자퇴한 뒤 검정고시를 통해 고등학교까지 진학한 빅토르군은 채 한 학기도 채우지 못하고 자퇴했다. 빅토르군은 자신을 놀리던 친구들과 학교에 대한 분노를 '방화'등 범죄로 표출하기 시작했다.화염병을 만들어 연립주택 등에 던지는 등 3차례에 걸쳐 방화를 저지른 그는 결국 구속됐다.다문화가정 학생 상당수는 친구들의 따돌림과 폭력 등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학업을 포기하고 있다. 특히 불안정한 교육환경으로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난 아이들 대부분은 생업 전선에 뛰어들거나 각종 범죄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이처럼 다문화 가정 학생들의 이탈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도 경기도교육청은 다문화 가정 학생들의 실태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실제 안전행정부의 외국인 주민 현황과 경기도교육청의 다문화 가정 학생 수를 비교해 보면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난다.안행부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경기도내 만 6~11세 외국인 거주자는 1만5천790명인 데 비해 실제 초교에 다니는 학생은 8천987명으로 전체의 56.9%에 불과하다. 특

  • [다문화, 한국교육을 말하다·1]이방인 낙인 찍는 학교

    [다문화, 한국교육을 말하다·1]이방인 낙인 찍는 학교 지면기사

    '위험하다' 일방통행식 행정부모가 기관에 신고후 허가수업중 "다문화 거수" 사례도다문화가정 학생들이 학교에서도, 학교 밖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이방인'으로 방치되고 있다. 헌법과 유엔의 각종 협약 등에는 다문화가정 학생은 물론 불법체류자까지 교육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실제 국내 교육현장에서는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돼 있다. 최근 수원 숭죽초교 교사의 인종차별적 언행은 일선 학교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수 있다.까다로운 편·입학 절차 등도 이들의 교육권을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 교육당국은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한 위탁교육 등 대안을 찾고 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이들 다문화 학생들의 교육권을 둘러싼 교육현장의 현실과 문제점, 대안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차도르 벗기지 않을 거면 학교 보내지도 마."지난 3월 안산시 단원구에 소재한 모 초등학교는 이슬람 여성들의 전통 복식인 차도르가 '위험하다'는 이유로 방글라데시 출신 아키(가명·8)양의 입학을 거부했다. 학교측은 차도르 때문에 '다른 학생들이 걸려 넘어질 수 있고 과학시간에 불이 옮겨 붙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학교측이 입학 조건으로 '차도르 벗기'를 요구하자 아키의 부모는 다문화센터에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기관의 중재로 입학은 했지만 교사들의 곱지 않은 시선때문에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종교문제로 교복인 치마를 입지 못했던 알리야(가명·18)양은 지난해 한국을 떠났다. 아버지가 파키스탄 국적인 알리야는 신체노출이 적은 교복 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학교측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담임교사를 여자 선생님으로 해달라는 요청도 거절됐다. 학교측은 '한국에 온 이상 한국 문화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다.알리야의 부모는 "한국 사회는 이미 다양한 문화가 유입되고 공존하고 있는데 유독 학교라는 공간은 아직도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어머니가 중국 국적인 이모(8)군은 외모와 언어 모두 영락없이 한국인이다. 그러나 담임교사의 실수(?)로 학급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이 시작됐다. 올초 2학년이 된 이군은 담임교사가 수업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