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적없는 아이들, 두번째 이야기·하·끝] 법·제도 마련 시급

    [국적없는 아이들, 두번째 이야기·하·끝] 법·제도 마련 시급 지면기사

    실태조사조차 않고 ‘방치’한국 향한 증오 점점 커져사회가 나서서 보듬어야국적 없는 아이들 문제는 아동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불법체류자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법과 제도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지난해 9월 경인일보에서 ‘국적 없는 아이들’이라는 기획기사를 연재한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는 같은 해 11월 ‘이주 아동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희경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 권리옹호부장은 무국적 아동 신분 증명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1세대 미등록 아동이 성장하는 20년간 한국사회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이대로 라면 무국적 2~3세대도 1세대와 비슷한 궤적을 밟게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불법체류자 문제의 뇌관이 될 수 있는 국적 없는 아이들에 관한 실태조사조차 없는 국내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그러면서 “아동에 대한 양육과 보호의 책임은 부모뿐 아니라 사회에도 있다. 사회가 아동보호를 위한 제도적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는다는 건 곧 사회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발의한 ‘이주아동권리보장법안’을 보면 ‘이주 아동에게도 출생등록이 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은 발표된 이후 일부 조항을 놓고 찬성과 반대 여론이 들끓으며 논란이 일었지만, 무국적 아동 신분을 증명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는 상태다.학계에서는 지난 2008년 제정된 ‘다문화가족지원법’의 한계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 법에서 국적허용 대상을 ‘한국 국민과 결혼해 가족을 이루고 있는 외국인 또는 귀화자’로 한정하고 있어 고용허가제로 이주한 이주여성, 이주 노동자 부부 사이에서 출생한 아동, 외국인 유학생, 무국적 외국인 등을 인권 사각지대에 놓이게 했다는 것이다.불법체류자 문제를 방치하는 동안 국적없는 아이들은 한국을 향한 증오를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취재 도중 부모의 나라 미얀마로 돌아간 까뜨린(8) 양은 떠나기 직전 “한국사람들은 모두 악마 같다. 나중에 반드시 혼내줄 거다”라는

  • [국적없는 아이들, 두번째 이야기·하·끝] 이정호 외국인복지센터장의 안타까움

    [국적없는 아이들, 두번째 이야기·하·끝] 이정호 외국인복지센터장의 안타까움 지면기사

    죽음불사한 귀국, 환경 반증돌아간다해도 적응못해 착잡“어린아이들이 화물칸에 짐짝처럼 실려가는 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아이들이 무슨 죄라고….”이정호 남양주외국인복지센터장은 십 수년 간 외국인 근로자들의 복지를 위해 발 벗고 뛰었다. 이들이 처해 있는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해주기 위해 경제적 후원까지 자청하고 다닌다. 그의 본업은 신부다. 하지만 이들의 어려움을 알게 된 이후, 남양주 화도읍에 외국인복지센터를 만들어 이들을 돕고 있다. 물론 어떠한 대가도 없다. 다만 그들이 서투른 우리말로 “고맙습니다”라고 말해 줄 때면 보람을 느끼고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된다. 하지만 이 센터장이 미소를 짓는 날은 많지가 않다.“불법체류자들은 그렇다 칩시다. 그 밑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태어난 아이들은 도대체 무슨 죄랍니까.”그는 국내 체류 중인 불법체류자와 그 2세들이 너무나 비참한 생활을 하는 모습을 많이 봐 왔다며 이들의 열악한 성장 환경을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이들이 얼마나 형편없이 살아가는지에 대해선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다 잘 알지만, 그 누구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 나서진 않는다”며 “이럴 바에야 차라리 부모의 나라로 돌아가서 떳떳하게 학교도 다니고 의료혜택도 받으면서 사는 편이 개인적으로 훨씬 낫다고 생각된다”고 했다.실제 그는 불법체류 중인 부모들과의 수많은 상담을 통해 그들의 2세를 몇 차례 고국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이 과정 또한 그에겐 아픔의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아이들이 돌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비참한 줄 압니까.” 이 센터장에 따르면 국적없는 아이들은 고국에 제대로 돌아갈 수조차 없다. 여권이 없으니 브로커를 통해 아이들을 화물칸 같은 데 짐짝처럼 실어 보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죽음의 위험까지 무릅쓰고서라도 이 길을 택한다는 건 그만큼 이곳에서의 생활이 비참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하지만 더 큰 문제는 부모의 나라에 돌아간다 해도 적응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센터장은 “올해 초 방글라데시를 방문했을 때 한국에서 돌보던

  • [국적없는 아이들, 두번째 이야기·중] 청소년기부터 ‘탈선의 길’

    [국적없는 아이들, 두번째 이야기·중] 청소년기부터 ‘탈선의 길’ 지면기사

    비슷한 처지의 또래 만나 비행범행으로 이어지면 검거 어려워계속 방치땐 사회적 혼란 우려국적 없는 아이들은 성장과정에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소외감으로 상당수가 탈선의 길목으로 내몰린다.청소년기부터 시작되는 이들의 탈선은 성년기까지 이어질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무국적자들은 지문 등의 신상정보가 없어 신원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해 범죄를 저질렀을 때 검거가 어렵다. 최근 감사원의 법무부 감사결과 국내체류 외국인 중 지문정보를 등록하지 않은 채 체류기간을 연장한 외국인은 6만9천929명에 이른다. 국적 없는 아이들은 지문 등의 정보가 없어 여권위조나 각종 범죄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국내에서 14~18세 청소년기를 보내는 국적 없는 아이들은 대개 초·중학교 단계에서 학업을 포기한다. 집단 따돌림이나 인종차별 등으로 학교에 적응하기 쉽지 않아서다. 결국 비슷한 처지의 또래 외국인이나 학교에서 ‘문제아’로 분류되는 아이들과 어울려 각종 탈선행위에 빠지기 시작한다. 일부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 유흥가로 흘러든다.문제는 이런 현상이 청소년기의 일탈이나 방황 수준을 넘어 무국적이라는 신분을 악용한 중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국내 검·경 등 수사기관조차 이에 대한 뚜렷한 해법이 없다. 불법체류자의 자녀인 무국적 아동에 대한 근본적인 법적 보호가 전혀 해결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한 경찰관계자는 “간혹 범죄에 신원 정보가 없는 무국적자가 연관될 경우 단서조차 찾기 어려워 수사가 난항에 빠지기 일쑤”라며 “국적 없는 아이들을 지금처럼 계속 아무런 법적 보호조치 없이 방치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적으로 상당한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 범죄 건수가 3만건을 돌파했고, 그 증가 속도는 5년 새 36% 이상 급속히 늘면서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범죄의 유형도 살인·마약·매춘 등 날로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경기북부지역 한 외국인 근로자 인권단체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신원파

  • [국적없는 아이들, 두번째 이야기·중] 무기력에 빠진 10대들

    [국적없는 아이들, 두번째 이야기·중] 무기력에 빠진 10대들 지면기사

    학교에선 이미 문제아 낙인“하고싶은 일 없고 다 싫어”여학생은 유흥업소 발 담가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카말(가명·19)은 외국인 근로자로 한국에 들어온 방글라데시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한국에서 태어난 카말은 방글라데시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그저 부모의 나라라는 인식이 전부다.아버지는 5년 전 불법체류자로 적발돼 고국으로 강제 출국당했고 현재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33㎡ 밖에 되지 않는 좁은 공간에서 살고 있다. 이마저도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조립식 주택인 탓에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 카말은 가족이 모두 잠든 늦은 밤에야 집에 들어오곤 한다. 공장 일을 하며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 역할을 하고 있는 어머니에게는 “학교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 늦었다”고 둘러댄다. 카말은 학교에서 이미 ‘문제아’ 취급을 받은 지 오래다. 카말의 어머니는 “아들 때문에 교회 목사님이 학교와 경찰서를 수도 없이 불려다녔다”고 털어놨다. 이들 가족을 돌보고 있는 목사는 “카말이 비행청소년들과 어울려 다니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학교도 자주 빠져서, 수없이 타이르기도 했지만 쉽지 않다”고 걱정했다.카말은 “한때는 엔지니어가 꿈이었지만,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한 환경에서 꿈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이젠 하고 싶은 일도 없고 모든 게 싫다”고 자신을 짓누르는 현실에 무력감을 드러냈다.방황하는 카말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필리핀인 어머니와 미군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니콜(가명·17·여)은 중학교를 중퇴하고 미군클럽에서 1년 넘게 일했다. 무국적자인 그녀는 나이를 속이고 클럽에 들어갔다. 신원 정보가 없어 나이는 그저 말하기 나름이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최근 자신이 일하는 클럽이 경찰 단속으로 문을 닫자, 현재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는 중이다.그녀는 “학교에도 다닐 수 없고 취업도 할 수 없는데, 우리가 일할 곳이 이런 곳밖에 더 있겠느냐”며 “돈이라도 벌려면 남자는 정말 고된 막노동판에서, 여자는 이런 곳에서 일하는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안되면 남의 돈을 빼앗는 일 밖에 없다”고 말했다.경기도내 미군

  • [국적없는 아이들, 두번째 이야기·상] 떠나지 못하는 2세들

    [국적없는 아이들, 두번째 이야기·상] 떠나지 못하는 2세들 지면기사

    “고국도 부모님의 나라일뿐”한국서 가정까지 꾸려 정착“아이들은 나아지길” 기도만경기도 내 한 외국인복지센터에서 다니아(가명·6)양을 만났다. 파키스탄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생김새는 사뭇 달랐지만, 태어나서 자란 곳이 한국이다 보니 뽀로로를 좋아하는 여느 6세 소녀들과 다를 바 없었다. 가족을 소개시켜 주겠다는 다니아를 따라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인적이 드문 황량한 곳을 지나 마치 폐공장 터를 방불케 하는 장소에 이르렀다. 거기서도 좁은 골목과 계단을 몇 차례 오르내리기를 반복한 끝에 몇 채의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곳 앞에 도착했다. 이곳 중 한 곳이 그녀가 살고 있는 집이었다. 이웃집 모두 다니아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그녀의 집에는 엄마(30)와 9개월 된 동생이 있었다. 동생이 태어나고 엄마가 일손을 놓게 된 탓에 다니아가 아빠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어졌다. 유치원에 갈 수 없어 대신 외국인복지센터에 다니고 있는 다니아는 그녀에게 주어진 앞으로의 험난한 삶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듯 시종일관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반면 이를 바라보는 다니아의 어머니 카탈루(가명)씨의 눈에는 근심이 가득했다.10대의 나이에 부모를 따라 한국에 건너와 ‘국적 없는 아이들’ 신분으로 숨죽이며 살아 온 그녀였기에, 누구보다 그 고통을 잘 알기 때문. 그녀는 “한국에서 10년 넘게 살며 겪었던 온갖 핍박과 고통을, 내 아이들이 그대로 이어받게 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진다”며 “우리 아이들 세대에는 좀 더 나아지길 바란다”고 하소연했다.지난 2002년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하와(가명·23)씨는 커피숍에서 3년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무역을 전공하는 것이 꿈이었지만, 국적이 없다는 이유로 그녀는 대학에 진학할 수 없었다. 공부가 너무 하고 싶었던 그녀는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아봤지만 결국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하와는 고등학교 때까지 성실하게 학업에 몰두한 소위 모범생 스타일의 학생이었다. 하지만 캠퍼스 생활을 하며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고 취업에 대비하는 또래의

  • [국적없는 아이들, 두번째 이야기·상] 여전히 방황하는 인생 지면기사

    운좋아야만 고교 진학… 대부분 생활고·차별탓 학업 중도포기오랜 한국생활에 길들여져 떠나지도 못해 ‘불행한 삶 대물림’얼마 전 탈출 도중 싸늘한 주검이 된 시리아 어린이 난민의 사진이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국가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국민은 이처럼 참담한 결과를 맞을 수 있다. 경인일보는 앞서 ‘국적 없는 아이들’시리즈를 통해 무국적 아이들의 비참한 삶을 조명한 바 있다. 이들은 시간이 흘러 성인이 돼도 여전히 국적 없이 난민처럼 이곳저곳을 떠도는 신세로 살아가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사회문제를 양산하는 범죄의 온상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신상 정보조차 관리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꿈도 희망도 없는 이들을 계속해서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는 것만이 과연 능사일까. 국적 없이 성장한 이들의 삶을 통해 이 문제를 다시금 고민해 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편집자 주국적 없이 성장한 아이들, 즉 불법체류자 2세 신분의 ‘국적 없는 성인들’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이들은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건너와 조국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교육을 한국에서 받아 정서·문화적으로 한국인의 생활상과 흡사하다. 그러나 부모의 불법체류자 신분 때문에 국적이 없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고, 의료·교육 등의 사회보장을 받지 못한 채 난민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대부분은 부모의 나라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한국에 남기를 희망한다.한국에서 성장한 불법체류자 2세들은 보통 중학교까지 교육을 받는 편이며, 운이 좋은 경우 학교장의 재량으로 고교에 진학할 수 있다. 대학 진학은 사실상 차단돼 있다.상급학교로 진학한다 하더라도 부모의 불안한 생활과 차별 등으로 인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단속을 피해 사는 곳을 자주 옮겨 다녀야 하며, 부모가 일하는 공장 숙소나 인근의 값싼 월세집 등에서 생활하고 있는 실정이다.이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들은 한국생활을 버리지 못한다. 한국에 익숙해 질대로 익숙해진 이들에게 부모의 나라는 또 다른

  • '국적없는 아이들 돕기' 민간단체 결성 지면기사

    '국적 없는 아이들'을 돕기 위한 민간단체가 결성됐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있지만 국적이 없어 기본인권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갖게 되는 '작지만 큰 출발'인 셈이다. 국적 없는 아이들을 돕기 위한 '참사랑 나누리회(가칭)'가 지난 6일 의정부시 의정부동 예다움웨딩홀에서 첫 모임을 가졌다.이 자리에는 처음 모임 결성을 제안한 김명달 법무부 법사랑위원의정부연합회 회장을 비롯, 손상철 국민대 교수와 오만석 변호사, 홍준식 의정부시 비서관, 조정희 치과의사, 김은미 신흥대 교수 등 지역 각계 인사 50여명이 참석했다.김 회장은 "경인일보가 기획시리즈로 게재한 '국적 없는 아이들' 보도를 통해 아이들의 실상을 접하고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다"며 "지금이라도 뜻을 모아 이들을 돕고 국민적 관심을 갖게 하는 도화점이 되기 위해 모임을 제안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어 "이미 지역의 많은 기업인과 의료기관들이 인도적 차원의 협조의사를 잇따라 전해왔고, 앞으로 더 많은 시민과 기관들이 우리 모임에 동참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참석자들은 이날 경인일보의 '국적 없는 아이들' 기획기사(9월 14일~10월 16일까지 5차례 보도)를 토대로 자유토론을 갖고, 이들에게 사회복지 등 기본적인 혜택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했다.참사랑 나누리회는 자유토론을 마친 뒤 "우선, 단속을 피해 숨어 사는 아이들에 대한 실태를 좀 더 정확히 파악한 뒤 이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또 다음달 중 2차 모임을 갖고, 회원들의 의견을 종합해 경기북부지역 무국적 아동에 대한 실태 파악에 들어갈 계획이다. /윤재준·최재훈·공지영기자

  • [국적없는 아이들·5·끝]학계·시민단체 제언

    [국적없는 아이들·5·끝]학계·시민단체 제언 지면기사

    정부, 의무교육 시킨다지만학교장이 허가해야만 입학현행 국적법은 유지하면서별개의 '특별법' 마련해야국내 학계와 시민단체들에서는 '국적없는 아이들'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특별법'제정 등이 적극 논의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침묵하고 있다.시민단체와 학계는 아동인권 보호 차원에서 무국적 아이들에 대해 법과 제도 개선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특별법 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법무부는 특별법의 핵심인 '출생등록제도'를 도입할 경우 불법체류자 자녀에게도 출생과 동시에 국적을 부여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그러나 일부 법조계에서는 대안으로 현행 국적법을 유지하면서 국적법과 별개의 특별법을 마련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대진대학교 법학과 김도협 교수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기존 국적법 개정과 별개로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무국적 아동들에게 국적을 부여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법이 있고 향후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더이상의 '무국적 아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반면 정부가 불법체류자 자녀들에게 허용하고 있는 의무교육을 놓고도 이율배반적인 정책이란 지적이다. 정부는 현재 인도주의 차원에서 불법체류자 자녀들도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출생의 흔적조차 없는 이들에게 의무교육은 국가 이미지만을 위한 형식적 정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다.불법체류자 자녀가 희망할 경우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입학 허가 권한을 학교장에 위임하면서 상당수 학교는 학부모들의 눈치를 보며 무국적 아이들에게 입학을 허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이와관련 시민단체 '두레방'의 김태정 복지사는 "정부가 무국적 아동들에게 의무교육은 받게 해준다고 하지만 이마저도 학교장 재량에 맡겨져 사실상 제도라고 볼 수 없다"며 "법과 제도로 이들을 인정하고 신분을 보장할 때 아이들이 현실 속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시민단체와 학계, 법조계에서는 무국적 아동에 대한 의무교육 제도화로 교육을 마친 무국적자에

  • [국적없는 아이들·4]머나먼 대한민국法 지면기사

    부모 없어야 '국적 취득' 가능떠돌이 신세 대물림 막으려…시설등에 맡겨지는 아기 늘어일부 수천만원 들여 불법 입양버려진 영아 사체 발견되기도국내에서 태어난 불법 체류자의 자녀들은 국내법상 까다로운 제약들 때문에 최소한의 법적인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속인주의'를 따르는 우리나라 국적법은 부모 중 한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일 경우에만 국적 취득이 가능하다. 다만 국적법에는 외국인이라도 '고아'일 경우 대한민국에서 출생했다면 자동으로 국적 취득을 인정하고 있다. 국내에 버려진 아이는 대한민국 출생으로 추정한다는 원칙 때문이다.이 때문에 불법 체류 부모들은 아이가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아'로 만드는 방법을 택하고 있고, 아이는 불법 체류자의 자녀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국적과 부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스리랑카 출신 A(여)씨는 생후 6개월 된 아이를 보호소에 맡겨야 했다. 불법체류자인 A씨는 남편과 연락이 끊긴 상태에서 한 영세 공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아이만이라도 한국 국적을 취득, 합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가짜 입양을 보내는 경우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수천만원의 비용을 주고 브로커를 통해 한국인 호적에 아이를 올려 가짜 입양을 보내다 호적 위조 등의 혐의로 붙잡힌 불법체류자들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도내 출입국관리 당국은 "최근 카자흐스탄 출신 불법체류자도 자신의 아이를 비슷한 수법으로 한국호적에 올려 적발되는 등 전국적으로 이같은 불법현상들이 만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렇게 어쩔수 없이 버려지는 무국적 아동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서울의 한 종교단체에는 지금까지 10여명의 외국인 영아들이 버려졌고, 지난해에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외국인 영아가 봉지에 싸여 사체로 발견되기도 했다. 안타까운 상황을 보다 못한 한 사회단체가 이주여성을 위한 베이비박스를 만들어 버려진 아이들을 양육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시민단체 관계자는 "엄연히 한국에 살고 있는 이 아이들을 정부가 언제까지 모른 척할 수 있겠느냐. 무국적 아동들

  • [국적없는 아이들·4]합법적 삶이 힘든 한국

    [국적없는 아이들·4]합법적 삶이 힘든 한국 지면기사

    韓 국적 얻기위해 버려지고가짜 입양·호적매매 불법도아동권리 법제정은 '게걸음'스리랑카인 A(여)씨의 사례는 이들의 절망적인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장에서 일하던 A씨는 같은 스리랑카 출신 직장동료를 만나 아이를 가졌다. 하지만 아이 아버지는 불법체류자라 아이를 책임질 형편이 못됐다. A씨는 임신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하던 공장에서 해고됐고, 다른 공장에도 취직하지 못했다. 불법체류자까지 된 A씨는 국내 한 미혼모쉼터에 들어가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자신의 신분 때문에 국적도 없이 성장하게 될 아이의 미래가 걱정됐다. 고아가 되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생후 6개월된 아이를 경기도의 한 아동일시보호소에 맡겼다. 자신이 다시 직장을 잡고 돈을 벌 동안만 아이를 맡기겠다고 생각했지만, 얼마 뒤 그는 출입국 단속에 걸려 본국으로 추방당했고 아이를 그대로 둔 채 한국을 떠나야 했다. 한국에 돌아오려고 노력했지만, 불법체류 이력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오기는 쉽지 않았다. 그 사이 아이는 일시보호소에서 보육원으로 옮겨져 엄마도 없이 홀로 두해를 넘겼다.실제로 외국인 아이들이 버려지는 사례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서울의 주사랑공동체에 설치된 베이비박스에는 지난 6월 기준으로 10여명의 외국인 아기가 버려졌다. 지난해 1월, 경상남도 통영에서는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아기 시신이 비닐봉지에 싸여 발견돼 충격을 주었다.코시안의 집 김영임 원장은 "불법체류자들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들어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경제적인 어려움과 더불어 국적과 같은 복잡한 법적문제도 그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버려지는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지구촌사랑나눔이라는 시민단체는 아예 이주여성들을 위한 베이비박스를 포함해 이주여성 위기지원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어쩔 수 없이 부모에게 버려진 무국적 아동들이 또다시 버림받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이를 구상한 김해성 목사는 "버려진 외국인 아이들은 보호소를 통해 일반 보육원에 입소해도 입양조차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