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버스터미널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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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버스터미널이 남긴 것·(下)] 교통복지 기능 살릴 방법은 지면기사
버스터미널의 줄폐업 행렬은 전국적인 추세다. 전국여객자동차터미널사업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 295곳의 터미널이 운영 중인 가운데, 지난 5년간 폐업한 터미널은 22곳이었으며 불황으로 휴업 중인 터미널도 30여곳에 달했다. 이는 대부분 전라도, 강원도 등 인구 저하로 이용률 감소가 심각한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났는데, 경기도도 2021년 포천 운천시외버스터미널을 시작으로 성남종합버스터미널과 고양 화정터미널까지 3곳이 연달아 폐업을 앞두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5년간 22곳 폐업… 휴업 30여곳 달해경기지역은 포천·성남·고양 3곳 위기 직접적인 충격은 터미널 종사자가 입었고, 서서히 시민들에게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성남종합버스터미널 매표소 관리 업무를 맡았던 이다현(55)씨는 "버스터미널은 문을 닫을 수 없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막상 실업급여를 신청하고 구직 시장에 뛰어들자니 솔직히 겁도 난다"며 "동료들도 50대 이상이어서 다른 일은 못할 거고 상황이 비슷하다. 함께 일했던 직원들과 이전과 같은 환경에서 다시 일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황망한 마음을 전했다. 현장에서 만난 실직자들 중 아직 가족에게 이 소식을 알리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터미널이 떠난 자리는 교통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자체나 버스회사가 승차권 판매업무를 떠맡아 임시 정류소를 운영하지만, 관리 부실 등으로 불편 민원이 잇따랐다.지난 1일 문을 닫은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을 대신해 시가 버스 6대를 세울 수 있는 임시 터미널을 근처에 개설했지만 공간이 협소해 이동 동선이 혼잡해지고 화장실 등 시설도 일절 사용할 수 없어 시민 불편이 현실화된 실정이다. 도내 한 터미널업계 관계자는 "건물로 운영되던 터미널이 전통시장 앞 버스 정류장으로 바뀌는 실정이니 전보다 부실하게 관리될 수밖에 없다"며 "다른 사업자들처럼 터미널도 수익이 안 나서 자연스레 폐업한 것인데 짜증 섞인 민원까지 받으면서 난처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이처럼 고사 직전인 터미널 사업을 두고 민간 운영사들은 공공성을 감안해 정부와 지자체에 재정 지원과 용도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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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버스터미널이 남긴 것·(下)] 길거리 내몰리는 노동자 지면기사
"이제는 쓸 일도 없죠." 성남종합버스터미널 6년차 관리직 고모(48)씨는 수북하게 쌓인 명함을 바라보며 말했다.5일 낮 고씨를 만난 성남종합버스터미널 매표소는 어둠에 잠겨 있었다. 이미 터미널 운영이 종료돼 폐쇄됐기 때문이다. 터미널 운영사인 NSP 직원 14명 중 8명이 권고사직 처리됐고, 남은 직원 중 일부도 조만간 계약이 만료돼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성남' 직원 14명중 8명 권고사직"경강선 개통·코로나 사태 타격"매표소 관리가 업무였던 고씨는 이제 버스터미널 출입 통제선을 점검하는 일을 한다. 터미널 쇠퇴는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2016년 경강선이 개통한 게 영향이 컸다. 편리한 철도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자 30%나 수요가 감소했고, 이어 닥친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며 매출이 절반까지 줄었다. 그는 "운영사에서 자구책으로 인원 감축·근무시간 조정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버스터미널 폐쇄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버스터미널 폐쇄 사례가 잇따르면서 민간운영사 소속이었던 매표소 직원, 현장 관리자, 청소노동자 등도 거리로 쫓겨나는 상황이다. 버스터미널 상인들도 우려가 크다. 터미널을 찾는 이용객들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떨어진 버스터미널의 몰락은 대중교통에 의지하던 교통 약자층뿐 아니라 인근 소상공인들의 피해로도 이어지는 실정이다. 의정부시외버스터미널은 카페, PC방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10곳 이상 운영됐지만 현재 운영 중인 점포는 지상 1층의 4곳만 남았다. 건물의 지하 1층과 지상 2층은 터미널 운영사 사무실 외엔 사실상 폐쇄된 상태다.이곳에서 30년 동안 슈퍼를 운영한 A씨는 "코로나가 확산한 2020년부터 손님이 끊겨 2년 동안 월세가 계속 밀리고 있다. 월 매출은 이전의 10% 수준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미 10년째 적자가 거듭됐다는 고양 화정터미널의 자영업자 한모씨는 "터미널에 흔한 편의점도 없어 우리 떡집 가게에서 간단한 음료나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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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버스터미널이 남긴 것·(上)] 폐업 부지엔 고수익 시설 지면기사
경기도 버스터미널이 사라진다. 터미널 폐업 소식이 들려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자리에 새로운 상업시설을 짓겠다는 구체적인 구상까지 나왔다. 자가 자동차가 보편화 되고 철도망이 실핏줄처럼 깔리며 교통 대동맥 역할을 한 시외버스의 역할이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다.하지만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시외버스에 의탁해 이동하며 터미널에서 생활을 영위하는 소상공인도 적지 않다.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던 인프라 시설 터미널이 사라지는 현상과 그 이면에 숨은 교통 복지의 현실을 두 차례에 걸쳐 짚는다. → 편집자 주 1999년 개장한 고양 화정터미널은 한때 하루 이용객이 5천명에 달할 정도로 붐비는 터미널이었다. 그러다 2012년 고양종합터미널이 생긴 뒤 경유지 역할만 도맡게 되면서 승객과 노선 수가 급감해 10년 넘도록 적자 경영이 이어졌다.적자와 함께 노후화도 찾아왔다. 건물은 외벽이 떨어지고 상습 누수가 발생하는 등 부실하게 방치됐고 결국 터미널을 운영하던 민간 운영사는 지난해 11월 사업면허를 반납하고 폐업 절차에 돌입했다. 자가용·철도망 보급에 역할 축소적자 '고양 화정터미널' 폐업 절차운영사, 수익 확보 용도변경 제안노후화 '의정부터미널'도 벼랑 끝지역에서는 노후한 터미널을 허물고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터미널 부지가 아파트 단지와 지하철역 중간에 위치해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터미널 운영사는 고양시에 땅의 일부를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용도변경을 제안하는 등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2월 도와 도의회가 주관한 화정터미널 부지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의견을 포함한 전면 재건축 방안이 제기됐다. 줄폐업이 이어지는 도내 시외버스 터미널 부지에 고수익 복합시설이 들어설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구도심의 교통 요지 역할을 했던 '노른자땅'의 수익성을 보고 개발이익이 큰 상업시설들로 대체되면서 터미널이 역할하던 공공서비스로서의 기능은 거듭 축소될 전망이다.의정부시외버스터미널은 폐업이 검토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벼랑 끝'에 위치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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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버스터미널이 남긴 것·(上)] '민간' 터미널 연원과 대안 지면기사
의정부시외버스터미널 현재 운영사와 터미널 입점 자영업자들에 따르면 인수 희망 업체는 지난해 말 터미널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계약 관계를 조정하는 서류를 배포하고 인감 서명을 받는 절차를 거쳤다.이 서류에는 터미널 운영권이 전환되면 새롭게 추진될 개발 계획에 동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상인들은 사업자의 계획에 동의하지 않으면 사실상 쫓겨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공식적인 인가는 아직 없지만 새로운 민간 운영사가 들어서려는 시도는 있는 상황"이라며 "터미널 부지는 현재 자동차정류장 용도로 지정돼 있지만 터미널이 아예 폐업하거나 다른 변수가 생긴다면 용도변경 여부는 그때 가서 논의해야 한다"며 여지를 남겼다.경기 역사 28곳중 6곳만 공공 시설연도별 수송 인원 감소세 적자 가중대다수 민영이라 '준공영제' 제시도지자체들은 자칫 터미널 용도를 상업용지로 변경하면 땅값이 폭등해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가 될지 않을까 우려한다. 화정터미널 정책토론회에 참여했던 원상필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지역의 복지문화시설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어서 지자체 공무원들 빼고는 인근 주민과 상인, 토지주들 모두 이곳이 개발되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폐업한 성남종합버스터미널 운영업체는 코로나 이후 성남시에 거듭 경영난을 호소하며 용도변경 등 대처 방안을 요구했지만 협의는 번번이 무산됐다. 폐업 직후 성남시는 임시터미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뚜렷한 중장기 대책이 없어 이용객들의 불편은 이어지고 있다.이렇듯 심각한 터미널 폐업의 후폭풍은 결국 공공성을 지닌 인프라 시설인 터미널을 '민간'이 운영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해외 다른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서 유독 버스터미널을 민간이 운영하게 된 계기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지난 1960년대 말부터 전국 곳곳에 고속도로가 개통하며 토지를 소유한 민간이 버스터미널을 만들어 운영해 왔다. 전국 296곳의 버스터미널 중 민간터미널은 248곳으로 경기도 역시 28곳 중 6곳(용인, 화성, 평택, 오산, 가평, 연천)만 공공이 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