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잠들어 있는 세살배기 아이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에 관한 사진 한 장이 SNS 등 전 세계로 타전되면서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우리 사회도 난민 문제의 심각성에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난민은 한국 사회를 어슬렁 거리며 떠돌아다니는 ‘유령’으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실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은 듯, 유령 취급하고 있다. 여전히 난민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전쟁 등으로 삶의 터전을 떠나 시리아 등지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난민을 받아들이는데 참으로 인색하다.

한국 기초 지자체에선 처음으로 김포시의회가 최근 난민법을 생활차원에서 보완·시행하겠다는 취지로 난민지원조례를 제정했다. 난민인정을 받기 이전의 그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심지어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 경제, 혹은 지자체 살림을 핑계(?) 삼아 난민지원 정책 자체를 비난하기까지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도가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크다며 재의결을 김포시에 요청해 왔다.

2년 전 시행된 난민법이 규정한 난민지원대상 폭을 확대한 것이 문제가 됐다. 난민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난민에 준한 상황에 부닥친 그들을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든 게 잘못이라는 것이다. 지난 10일부터 추경 등을 처리키 위한 임시회에 들어간 김포시의회는 주중에 난민지원조례에 대해 재의결에 나선다. 정당별 견해차가 커 이 조례를 재의결할 찬성 의원 수가 한 표 부족, 난민조례 폐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기초 시의회가 통과시킨 난민지원조례가 쓰레기통에 버려질 상황인데도 정치, 혹은 상황 논리에 기대 이 사회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내 일이 아니라는, 시급한 상황이 아니라는, 진영논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선한 의지의 각 정당소속 의원들, 난민지원단체 혹은 시민사회조차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결과, 비 자발적으로 모국을 떠나 한국에 들어온 난민들을 또다시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때 나라를 잃고, 전쟁에 휘말렸을 때 전 세계로 난민을 눈물로 보냈던 국가였다. 벌써 망각하고 있다. ‘나와 함께 살아갈 난민은 정작 외면한 채 세계 난민지원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고 외치는 우리 사회의 가면을 벗어버릴 날이 속히 오기를 희망한다.

/전상천 지역사회부(김포)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