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전세를 단숨에 뒤집은 ‘인천상륙작전’의 숨은 영웅인 대한민국 해군 첩보부대(UDU) 전사자들이 재조명받고 있다.

인천상륙작전 65주년인 15일 오후 인천 월미도 해군 첩보부대 충혼탑에서 ‘해군 첩보부대 전사자 추모식’이 엄수됐다.

해군 첩보부대 중앙동지회가 주최한 이날 추모식에는 처음으로 정호섭 해군 참모총장이 참석했다. 인천상륙작전 성공은 우리 해군 첩보부대가 인천 영흥도 일대에서 펼친 일명 ‘엑스레이(X-Ray) 작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인천상륙작전 직전 임병래(당시 28세) 중위 등 해군 첩보대원 9명은 영흥도를 거점으로 인천에 잠입해 해안포대 위치, 병력배치 상황, 주둔 병력 규모, 해안방어태세 등을 파악해 연합군에 전달했다.

한국군과 연합군은 낙동강 전선까지 후퇴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적진 한가운데서 첩보활동을 벌여야 하는 위험천만한 작전이었다. 상륙작전 ‘D-day’를 하루 앞둔 1950년 9월 14일 영흥도 첩보기지에 철수명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미군이 상륙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북한군 1개 대대가 영흥도를 기습했고, 해군 첩보대원과 해군 의용대원 30여명은 적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결국 임병래 중위와 홍시욱(당시 21세) 하사는 나머지 대원들을 보트로 탈출시킨 뒤 적군에 포위돼 전사했다.

이들의 희생은 오랫동안 잊혔다가 최근 할리우드 스타 리암 니슨(Liam Neeson)이 맥아더 장군 역할을 맡으며 화제를 모은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제작되면서 다시 주목받게 됐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엑스레이 작전 이야기를 다룬다고 알려졌다. 국가보훈처도 올 9월 임병래 중위와 홍시욱 하사를 ‘이달의 6·25 전쟁영웅’으로 뒤늦게 선정하기도 했다.

임형신 중앙동지회 수석 부회장은 “국가가 인천상륙작전 승전 기념식은 화려하게 진행하지만, 해군 첩보대원들의 희생은 관심이 적다”며 “이들의 추모행사를 인천상륙작전 공식 행사 중 하나로 해군이 직접 주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