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의도 면적의 1.2배에 달하는 국토가 묘지화 되면서 국토가 묘지로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자연환경 훼손에 따른 심각성에 비해 정부 정책은 뒤따르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우리 국민들이 성묘를 중시하는 전통적 매장문화에 익숙해 인식 전환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사후 화장 서약 운동을 펼치면서 장묘 문화의 개선이 미미하게 변화하고 있다. 국토의 묘지화에 따른 문제점과 대책을 짚어본다.
 
●실태=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서울 2003년, 수도권 2005년, 전국은 이르면 2010년에 심각한 묘지난을 겪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국의 공·사설 공원묘지 중 다수가 이미 만장되거나 만장을 앞둔 상태이다.
 
성남 의정부 군포시 등에는 현재 사용 가능한 묘지가 전무한 실정이며 수도권은 2년 이내에 집단묘지 공급이 한계 상황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매장묘는 자연생태계를 파괴시키고 산림의 구조를 변경시키는 심각한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해마다 20만기 내외의 분묘가 새롭게 조성되어 여의도 면적을 훨씬 상회하는 국토가 잠식되고 있다.
 
또한 매장 시에는 매장 후 30일 이내에 매장지를 관할하는 시군구에 신고토록 돼 있으나 신고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무연고 분묘의 비율이 전체 분묘의 40%에 이른다.
 
묘지문제의 심각성은 단순히 국토경관 보전 차원에서가 아닌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문제이다. 매장묘 문화는 우리의 후손들에게서 생활할 수 있는 터전을 빼앗는 악습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매장 비용과 매년 묘지관리를 위한 사토, 벌초 비용 또한 적지 않다.
이러한 경제적 부담 이외에도 조상의 묘를 명당자리에 호화롭게 만들어야 체면이 선다는 생각으로 묘지를 호화롭게 꾸미는 허례허식도 넘쳐나고 있다.
 
●선진국 사례=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에선 도심주택가에 납골시설을 두고, 산자의 공간과 망자의 공간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
 
묘지가 공원처럼 꾸며져 있어 인근 주민들이 휴식처로 활용하고 있다. 광활한 국토를 보유한 미국만 봐도 관의 크기만큼 땅을 파서 묻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므로 주변경관도 훼손하지 않고 1기당 묘지 면적도 작게 차지하고 있다.
 
●장묘문화 인식전환 어디쯤 왔나=우리나라도 최근 매장문화에서 화장문화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화장문화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묘지문제와 환경보전에 대한 인식과 함께 정부·사회지도층 인사, 유명 연예인 및 시민단체들이 전개하고 있는 사후 화장 서약 운동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납골시설의 현대화 및 고급화로 인해 납골시설을 혐오시설로 여기던 인식의 변화도 한 요인이다.
 
하지만 화장, 납골문화 확산의 저해 요인으로는 뿌리깊은 매장문화에서 납골당으로의 급격한 변화와 납골문화의 부적응을 꼽을 수 있다.
 
성묘를 중시하는 전통적 매장문화에 익숙한 현실에서 성묘공간이 없는 납골당은 고인에게 예를 다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장문화와 납골당 사이의 과도기를 해결할 대안은 납골묘로 자리 잡고 있다. 납골묘는 보통 3평의 면적에 1~20위까지 안치할 수 있는데다 매장묘와 비슷하며 성묘공간도 충분하다는 이점이 있다.
 
이제 정부는 정부정책인 화장·납골문화의 조기정착과 부족한 장묘시설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우선 정부 중앙부처 및 산하단체 등을 대상으로 매장묘 보다는 기존의 납골시설을 권장, 국민 의식속에 새로운 장묘문화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