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기 단축위해 중량·작동 속도도 안 지켜
하부점검 부실 등 기본 무시한 ‘전형적 인재’
하루 평균 6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경인선(인천역~구로역) 부평역 인근의 한 오피스텔 신축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전철 선로를 덮쳐 공사현장 작업자 3명이 다친 사고가 일어났다. 이번 사고는 시공사 관계자는 물론 관할 자치단체인 부평구와 한국철도시설공단·코레일 등 관련 기관의 무관심과 방관 등이 빚어낸 합작품이라는 생각을 쉽게 지울 수 없다. 각 기관 사이에 팽배한 ‘안전불감증’이 타워크레인을 쓰러뜨렸다는 얘기다. 다행히 사고가 난 시각에 이 곳을 운행하는 열차가 없어 대형 참사는 면했지만, 주택이 밀집한 다른 방향으로 넘어졌다면 애꿎은 시민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어야 할 판이다. 이날 경인선 승객들은 퇴근시간대 교통지옥을 겪어야만 했다.
건축물 높이가 31m 이상인 경우 시공사는 타워크레인 설치 시방서를 포함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제출토록 돼 있다. 그러나 신축 중인 오피스텔은 30m(10층짜리) 건축물로 설계돼 관리대상에서 제외됐다. 크레인 역시 3t 이상인 경우 국토교통부에 건설기계를 등록해야 하지만, 사고 현장의 크레인은 2t이어서 관리·감독 대상에서도 빠졌다. 사고가 난 현장의 크레인은 ‘철도보호구역’을 이동하며 작업했다. 그런데도 부평구와 코레일·한국철도시설공단 등 관계 기관의 감독은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철도시설안전법에는 선로 30m 이내(철도보호구역)에서 굴착·건설 등의 작업할 때 시공사는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신고해야 하고, 공단은 현장에 대한 관리를 하도록 돼 있다.
사고가 나자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은 건설현장과 선로 간의 거리가 30m 이상 떨어져 있다고 밝혔다. 철도시설안전법 상 건설현장이 관리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고와 관련해 책임이 없다는 걸 주장하고 싶은 게다. 경찰은 공사현장과 선로 간의 거리가 32~33m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사고는 건설현장에서 벗어나 철로 방음벽 옆에 있던 이동식크레인이 작업을 하던 중 선로 쪽으로 쓰러지면서 발생했다.
현장을 보면 선로 밖 30m 내에서도 작업이 이뤄진 게 명백하므로 시공사는 신고의무를 다하지 않은 셈이 된다. 이동식크레인 차량 등 장비가 사실상 선로를 침범할 우려가 있었는데도 이를 방치해 2차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크레인이 전철 선로를 덮치기까지 건설현장은 어떤 관계기관의 관리·감독시스템에서도 모두 벗어나 있었다.
전문가들은 타워크레인 안전사고 대부분이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인재’라고 분석한다. 공사시간 단축을 위해 최대 허용중량이나 회전 반경에 따른 작동 속도를 지키지 않는 것은 물론 공사시작 전 크레인을 지지하는 하부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지 않는 점 등을 이번 사고의 시작점이라고 꼽았다.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경찰은 크레인이 규정대로 설치됐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크레인 하부 기초공사 부실이나 자체구조 결함 등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해당 크레인 회사 대표는 경찰에서 “크레인 설치와 관련해 작업지시서 성격의 시방서를 규정에 맞게 작성해 건설회사 측에 줬다”며 “그쪽(건설회사)에서 하부 기초공사를 부실하게 한 것 같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젠 더 이상 사고현장에서 안전불감증이란 단어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