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밖 음식은 먹지말라’는
말이 있듯이 수입식품은
화학처리로 싱싱하지 않아
올 추석엔 정성들여 가꾼
우리 햇곡식·과일로 부담없이
고향의 맛과 향수 전했으면…


벌초 행렬과 나들이 차량으로 전국 도로가 붐비던 지난 주말 집 근처에 있는 과일가게를 지나가다 햇과일들이 먹음직스럽게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추석이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햇과일 사이로 체리·망고·바나나 같은 수입 과일이 곳곳에 진열된 것을 보고 혹시나 ‘가까운 미래에 수입농축산물이 매장의 주인자리를 차지할 날이 오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문득 들었다. 그러나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에 감사의 선물이자 조상님을 모시는 제사상의 그 주인공은 시간이 흘러도 우리 농축산물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천리 밖 음식은 먹지 말라’는 말이 있다. 천리는 400㎞로 서울을 중심으로 반경을 그려보면 최대한 한반도 내부를 의미하는 거리다. 한반도 바깥에서 들여온 음식은 먹지 말라는 뜻이겠다. 이 글귀가 어디서 온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국내 로컬푸드 운동의 원조인 셈이다. 어쩌면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로컬푸드 운동’의 핵심이다.

흔히 로컬푸드 운동은 반경 50㎞ 이내에서 생산된 믿을 수 있는 농축산물을 해당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이나 영국·캐나다·이탈리아·일본 등의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십년 전부터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일본의 지산지소운동, 네덜란드의 그린 케어 팜(Green Care Farm), 이탈리아의 슬로 푸드(Slow Food), 미국의 ‘100마일 다이어트 운동’ 등이 그 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장거리 이동이 필요치 않아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적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식량 자급률이 50%에도 못 미치는 우리나라의 경우 상당 부분을 수입할 수밖에 없다. 칠레산 포도는 2만480㎞, 미국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는 9천604㎞를 달려 국내 소비자들에게 공급된다. 이 먼 거리를 오느라 선박유류 사용 등으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 지구환경에 부담을 준다. 과일을 싱싱하게 공급하기 위한 화학물질 사용도 불가피하다.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거리를 줄이는 게 우리의 건강과 환경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이제 한 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맘때면 국민 대부분은 고향을 찾게 되고, 지인이나 친지들과 선물을 주고받는다. ‘올 추석선물은 무엇으로 할까?’라는 즐거운(?) 고민도 하게 된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씀씀이를 줄여 실용적인 선물을 준비하려는 사람이 많겠지만, 아직도 한쪽에서는 값비싼 수입 양주와 화장품·의류 등을 앞세우고 있다. 또한 최고가 선물로 수백만원이나 하는 와인세트가 건네지기도 한다.

농업인들에게 추석은 1년 동안 땀과 정성으로 가꾼 농축산물을 팔 수 있는 대목 중의 대목이다. 이 시기에 많은 농축산물이 소비돼야 수확의 기쁨을 느끼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예부터 추석 선물은 한 해 동안 정성 들여 가꾼 햇곡식, 햇과일이 대부분이었다. 직접 재배한 깨로 만든 참기름 한 병, 잘 익은 사과 한 봉지를 내밀던 것이 흔한 명절 풍경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서로에게 부담되는 값비싼 수입품보다 우리 농축산물로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 추석 고유의 미풍양속을 되살리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합리적 가격대의 우리 농축산물을 고향의 맛과 향수로 담아 전달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경기도와 경기농협은 관내 260여곳의 농협 하나로클럽 및 농협 하나로마트, 수원시 등 15개 시·군 36개의 직거래장터 운영을 통해 관내 농산물 판매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이원용 농협 경기지역 경제부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