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RN이 있는 스위스 제네바의 뜨거운 열기와 달리 태양이 모습을 감추기 시작한 오후 시간을 보내던 동양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다음 날 몇몇 신문에 소개가 됐을 뿐이다. 다음 해 ‘신의 입자’를 예언한 두 명의 80대 이론물리학자인 피터 힉스와 프랑수아 엥글레르 교수에게 노벨 물리학상을 안기며 다시 자축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들은 분자와 원자를 깨뜨린 원자핵, 쿼크라는 미립자로도 모자라 20조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원주 길이가 약 27㎞인 거대강입자가속기(LHC, Large Hadron Collider)를 만들었다. 이어 10여년 만에 ‘신의 입자, 힉스’를 발견했다고 환호하는 서양을 바라 보는 동양인들의 표정엔 여유가 있다. 이미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우주와 인간의 생사화복을 주관하는 ‘음양오행’이라는 커다란 이론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양의 이론은 미시적인 반면 동양은 매우 거시적이다. 우리 생활의 여러 분야에서 익히 경험하듯 미시적인 것과 거시적인 것은 어느 것이 옳다고 할 수 없고 항상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다시 말해 부분과 전체는 서로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 상생을 유지해야 공존과 발전을 거듭할 수 있다. 이런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의 관점은 물질이 입자 또는 파동으로 이루어졌다는 고전역학의 불필요한 충돌을 단숨에 잠재웠다. 급기야 초양자장(superquantum field)으로 충만된 우주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비국소성원리(非局所原理)를 증명한 영국의 데이비드 봄 박사는 동양의 기(氣)이론과의 상관관계로 고민하게 된다. 현대 물리학의 한계를 느낀 봄 박사는 동양 이론에 심취하게 되고 인도의 크리슈나무르티 등 동양의 영적 지도자와 자주 교류하게 된다. 그의 이런 성과와 고민은 ‘전체와 접힌 질서’라는 저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 아인슈타인과 쌍벽을 이루며 양자역학의 선구자로 인정받던 봄 박사는 지도교수와의 관계 때문에 매카시즘의 희생양이 되고 만다. 결국 미국 국적도 회복하지 못했고 최근에 와서야 그의 제자들에 의해 놀라운 이론과 업적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봄 박사는 또 주체가 되는 입자 이름이 힉스이든 기(氣)든 간에 우주와 인간 모두에게 양자역학이 적용되고 있다고 우주 에네르기 학설을 통해 주장한다. 그리고 끊임없는 파동과 파장은 체내 건강은 물론 인간과 자연, 사물, 우주와 조화를 이루도록 하여 상생의 힘을 제공한다고 덧붙인다. 이 이론은 최근 스마트폰 원리의 근간을 이루고 있어 놀라울 따름이다. 대개 동서양 공통적으로 파동의 주기를 10과 12라는 수로 해석한다.
그렇다면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지는 10년 주기의 경제 위기가 곧 우리에게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늘 그랬듯이 우리 민족은 지혜롭게 이 난국을 이겨낼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다만 위기 극복 과정에서 데이비드 봄 박사가 제시한 ‘부분과 전체’가 조화를 이루는 질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공공기관과 기업은 미시경제와 거시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가정과 사회는 배려와 나눔의 홍익 전통을 살려야 한다. 따라서 모든 교육기관은 이런 시대적 흐름을 살리는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이 요구된다. 내년도 교육계획을 준비하는 교육 관계자들과 학교 현장은 봄 박사의 조언에 한 번쯤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이철규 경기도교육청 장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