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야 워낙 복잡해 ‘소(小)우주’라고 할 만큼 질병도 많다지만 가축과 조류는 뭔가. 새들까지도 악성 인플루엔자에 걸려 생매장당하는 게 몹시 안타깝다. 더구나 닭과 오리는 잘 날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조류―반(半)조류, 준(準)조류가 아닌가. 3개월 만에 전라·광주 지역에 조류 독감이 번져 추석 대목의 농민들 넋이 나갔다. 조류 독감이 추석 귀성 대이동을 통해 전국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방역 당국도 걱정이다. 그런데 사람 독감과 전염병은 이참에 괜찮을까. 올해도 홍콩, 중국 호칭은 ‘시앙강(香港)’인 그 향기 나는 항구도시엔 독감이 대유행, 정초~2월 초 한 달 동안만도 118명이나 숨져 지난해 전체 독감 사망자 149명에 근접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홍콩 독감 바이러스가 기존 독감 백신으로는 예방이 어려운 변종인 H3N2라고 밝혔다. 문제는 그런 바이러스 변종이 어디까지 돌연변이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거다.

대만은 또 뎅기열(dengue熱)로 난리다. 중국에선 뎅기열을 ‘등혁열(登革熱:덩거러)’ 또는 뼛속까지 열이 오른다는 ‘골통열(骨痛熱:구퉁러)’이라 부르는 게 희한하지만 아무튼 지난 18일 낮 중국 CC(중앙)TV 뉴스에선 ‘타이완의 뎅기열 환자가 1만 명을 넘었다(臺灣登革熱病例破萬)’고 보도했다. 뎅기열은 모기가 전염 매개체라고 1907년 미국의 세균학자 크레이그(Craig)가 밝혔지만 도대체 대만엔 모기가 얼마나 많길래 그토록 많은 환자가 발생한다는 건가. 대만뿐 아니라 인도에서도 뎅기열은 창궐했다. 뉴델리 행정당국자는 “수도권에 뎅기열이 확산돼 오늘(지난 17일)까지 1천872명이 걸려 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뉴델리만도 그 정도다. 인도의 뎅기열은 연례행사처럼 2013년엔 전국적으로 7만5천808명이, 작년엔 4만571명이 감염됐다는 게 인도 보건복지부 보고였다. 돼지독감에 사람이 감염, 103명이나 죽은 것도 2013년 인도였고….

추석 대목을 포기한 채 닭과 오리 떼를 무수히 생매장해야만 하는 농민들은 얼마나 참담하고 허탈할까. 찬바람과 함께 철새들이 도래하면 조류 독감은 더욱 번질지도 모른다. 조류 방역청, 조류 전염병본부라도 별도로 둬야 하는 건 아닐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