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가…’라는 비관에 빠져
때로는 무지한 사람의
무모한 용기를 배울 필요 있다
분석만 하지말고 덤벼야
기회를 잡을수 있기 때문
살다 보면 지혜나 능력 없는 돌쇠들이 얄팍한 지식으로 얻은 자신의 판단을 마치 지구상에서 자신만이 알고 있는 유일한 정답인 양 우악스럽게 밀어붙이고 그대로 돌진하는 경우를 종종 만납니다. 이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 상황을 악화시키거나 문제를 야기시키는 사고가 일어납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 결과 이런 사고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반면 충분한 경험이 있고 지혜로운 사람들이 의외로 자기확신을 못하고, 행동하지 못해서 능력 없고 우악스러운 사람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것을 종종 봅니다. 왜 지혜나 능력 없는 사람들은 지혜나 능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자기확신이 강한 것일까요? 지혜나 능력 있는 사람들은 그 분야에 충분히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자기확신이 없는 것일까요?
이 의문은 더닝 크루거효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더닝 크루거효과는 코넬 대학교의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 교수가 코넬 대학교 학부생을 상대로 독해력·자동차운전·체스·테니스 등 여러 분야의 능력을 대상으로 실험해서 만든 이론입니다.
실험결과 능력이 없는 사람이 상상적 우월감으로 자신의 실력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반면,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과소평가하는 현상을 야기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능력이 없는 사람의 착오는 자신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한 반면, 능력이 있는 사람의 착오는 다른 사람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한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또한 그들은 찰스 다윈의 “무지는 지식보다 더 확신을 가지게 한다”와 버트런드 러셀의 “이 시대의 아픔 중 하나는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무지한데, 상상력과 이해력이 있는 사람은 의심하고 주저한다는 것이다”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서울 안 가본 사람이 가본 사람을 이기고,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맞는 대목입니다.
능력 있고 현명한 사람들은 상황을 파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해봐야 되겠냐?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냐?’라는 비관론에 빠집니다. 이들은 타인과 비교할 때 자신의 가치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기회를 놓치는 것입니다. 장고 끝에 악수 두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능력 없는 사람의 행동이 오히려 득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은 일단 결정하고 행동하기 때문이죠.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에게서도 이런 현상이 종종 발견됩니다. 리더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 중에 하나는 판단을 내리지 않고 유보하는 것입니다. 리더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A안을 선택하자니 B가 걸리고, B안을 선택하자니 C가 걸립니다. 시간은 흐르고 선택의 유효기간은 지나가 버립니다. 그래서 리더가 판단을 유보하는 것은 오히려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보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합니다. 왜냐면 어떤 식이든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성공확률이 50대 50이지만, 판단을 유보하고 결정을 내리지 못해서 기회를 놓치면 성공확률이 0%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능력 있는 사람도 때로는 무지한 사람의 무모한 용기를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분석만 하지 말고, 비관만 하지 말고 덤벼보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도 풀리지 않는 문제 앞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이제 고민은 그만하고 행동을 개시해 볼 것을 권합니다.
/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