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편의에 만든 순서로 명명된 ‘송도교’ 한심
지리적 정보등 의미·배경 담은 이름 지어주길
‘킹캉’ 강정호가 속해 있는 메이저리그 파이어리츠의 홈 피츠버그는 강의 도시이자 다리의 도시다.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위쪽으로는 앨러게니강이, 아래쪽으로는 머낭가힐러강이 흐르고, 두 강이 합류하는 지점 ‘골든트라이앵글’에서 1천579km 오하이오강이 새로 시작된다. 지난 2001년 폭파 해체될 때까지 이곳에 자리 잡고 있던 파이어리츠의 홈구장 이름이 그래서 ‘쓰리 리버스 스타디움(Three Rivers Stadium)’이었다. 카네기의 철강제국으로 이름을 날렸던 도시의 역사에 걸맞게 이 세 개의 강 위에 446개의 철골조 다리가 놓여 있다.
한때 2천 개를 넘었다는 피츠버그의 다리들은 저마다 기록과 일화를 안고 있다. 머낭가힐러강을 가로질러 시내 중심가를 연결하는 길이 361m의 스미스필드가 다리(Smithfield Street Bridge)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철골조 트러스교다. 1883년에 건설된 이 다리는 국립역사건축물로 지정돼 있는, 국보급 유산이다. 앨러게니강의 40번가 다리는 ‘워싱턴 크로싱 브리지(Washington crossing Bridge)’로도 불린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조지 워싱턴이 버지니아주에서 청년장교로 복무하던 시절 중요한 임무를 띠고 이 강을 건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쓰리 시스터즈(The Three Sisters)’는 앨러게니강을 차례로 가로지르는 6번가, 7번가, 9번가 다리를 일컫는다. 모두 100년도 더 됐다. 269m 길이의 6번가 다리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영웅 로베르토 클레멘테를 기리는 뜻에서 ‘로베르토 클레멘테 다리(Roberto Clemente Bridge)’로 이름을 바꿨다. 7번가 다리는 피츠버그 태생의 세계적인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을 기념하기 위해 ‘앤디 워홀 다리(Andy Warhol Bridge)’라는 새 이름표를 달았고, 9번가 다리는 20세기를 움직인 책으로 꼽히는 ‘침묵의 봄’의 저자이자 해양생물학자인 레이첼 카슨을 기리고자 ‘레이첼 카슨 다리(Rachel Carson Bridge)’로 명칭을 바꾸었다. 피츠버그의 다리 이름은 이처럼 유서 깊은 지명 또는 도로 명칭이나 지역 태생의 역사적 인물들과 연관이 있다.
이런 피츠버그의 다리들과 견주어 보면 내가 살고 있는 송도국제도시의 다리 이름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만들어진 순서대로 이름을 붙이다 보니 송도1교, 송도2교, 송도3교다. 제3경인고속도로 고잔톨게이트를 지나 인천대교 방면으로 달리면 나타나는 순서이기도 한데 지난달 신항을 연결하는 송도4교가 개통되면서부터는 그마저도 헛갈린다. 송도4교가 가장 먼저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리적 특성이나 정보적 의미, 역사성이라곤 털끝만치도 고려치 않고 그저 행정편의에 따라 이름을 붙이다 보니 빚어진 ‘문화적 참사’다. 지금부터라도 시민공모를 통해 새로운 명칭을 부여하겠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글로벌캠퍼스교’ ‘컨벤시아교’ ‘아트센터교’ 등과 같이 각각의 다리가 갖고 있는 지리적 정보를 살려도 좋고, ‘신순성교’ ‘장면교’ ‘고유섭교’와 같이 지역이 낳은 인물을 기리는 이름도 좋다. 송도국제도시에 둥지를 튼 국제기구나 기업의 명칭을 따서 ‘GCF교’나 ‘삼성바이오교’라고 붙여도 무방하고, 아예 그룹본사를 유치할 수만 있다면 ‘포스코교’ ‘삼성교’ ‘현대교’라고 해도 시비 걸지 않겠다. 다만 이 다리들을 건너는 시민이나 여행객들이 그 의미나 배경에 한 번쯤 관심을 가져볼 만한 그런 이름을 지어주길 바란다. 그 이름이 1교, 2교, 3교, 4교라면 평생 건너다닌들 무슨 의미로 남겠는가.
오래전 잠시 머물렀던 피츠버그의 기억이 강 위에 빗살처럼 촘촘하게 놓여 있던 옅은 황금빛 ‘아즈텍 골드’ 색상의 다리들로 시작되는 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고유한 이름과 품고 있는 이야기의 힘 때문이라고 나는 믿는다.
/ 이충환 인천시청자미디어재단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