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경제 이상징후는
더 강해지려는 인위적 성격 짙어
그 파장은 기존경제에 안주하던
국가들에 엄청난 충격 안겨줘
우리는 자유경제시스템으로
새로운 환경 만드는데 집중해야


최근 갑작스럽게 중국에서 일어난 위안화 평가절하와 주가 폭락은 세간에 중국경제 위기론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어떤 분들은 ‘세계의 공장’ 중국이 ‘세계의 화약고’가 되었다고 말씀하고 계시지만, 과연 그러한지 궁금증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월 11일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기준환율 산정 방식을 변경하였는데, 그 날 위안화의 가치가 사상 최대(1.82%)로 떨어졌다. 이어 8월 24일에는 중국의 주가지수인 상하이 지수가 8년 만에 가장 큰 폭(8.49%)으로 하락하였다. 이로 인해 세계의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던 날에 대미 달러환율이 1천174원으로 16원이나 상승하였고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1천2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물론 중국주가가 폭락하던 날에는 우리 주가도 폭락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고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비슷한 상황을 마주했다. 이는 세계 경제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과 함께 중국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는 증거다. 이제 시쳇말로 중국 경제가 기침을 하면 웬만한 국가는 폐렴은 몰라도 감기로 고생할 각오는 해야 할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 중국이 기침을 자주 할 것 같다는 점이다. 아니 중국 자체가 감기나 폐렴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꽤 높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지금 나타나고 있는 중국경제의 특이동향이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 중국정부가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는 경제구조의 개혁과 궤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최근 중국에서 나타나는 이상 징후는 중국경제가 약해서 발생하였다기보다는, 더욱 강해지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발생시킨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중국 경제는 개혁개방 이후 연평균 10%를 넘나드는 고성장시대에서 7% 내외의 중속성장시대로 진입하면서 기존의 투자와 수출 중심의 경제성장에서 소비와 내수 중심의 성장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나아가 2000년대 고속성장의 일등공신이었던 국유기업에 대해 과감한 구조개혁을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허약한 기업들이 나가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정상기업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게 된다. 이 과정에서 경제성장률 하락과 같은 파열음이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되는데, 그 파열음이 세계로 퍼져나가 기존의 경제환경에 안주하고 있던 국가들에 엄청난 충격을 주게 되는 것이다.

사실 걱정은 중국이 아니라 우리나라다. 외견상 중국경제가 내수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기회가 온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내용은 조금 다르다. 우선 중국이 2025년까지 세계 제조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강력한 산업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공업 기초역량을 강화하고 스마트·첨단·친환경 제조업을 집중해 육성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중국이 우리나라와 동일한 산업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이는 對중국 수출의 68%(인천은 77%)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중간재 산업이 위태로워졌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우리가 그간 줄기차게 추진해온 미래 먹거리산업이 엄청난 경쟁자를 만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만일 중국의 전략이 실패한다면, 중국경제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만일 성공하게 된다면 우리 먹거리를 다 빼앗기게 될 터이니 가히 진퇴양난의 국면이라고 하겠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듯이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발 앞서 변화하는 것이다. 기존의 질서에 연연해 하지 않고 우리가 주도하는 새로운 경제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중국과는 달리 개인의 창의와 자발에 기초하는 자유경제시스템이 있지 않은가?

/ 안희욱 한국은행 인천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