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6월7일. 텍사스주 재스퍼시에서 흑인 제임스 버드 2세가 세명의 백인 우월주의자에게 끔찍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4개월후 와이오밍주 라라미시에서 젊은 청년 매튜 세퍼드가 동성애 혐오주의자 두명에게 잔인하게 살해됐다. 연이은 사건으로 미국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전문가들이 나와 증오범죄(憎惡犯罪·hate crime)에 대해 개탄했다. 증오범죄에 대한 미국식 사전적 정의는 ‘소수 인종이나 소수민족, 동성애자, 특정종교인 등 자신과 다른 사람 또는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층에게 이유없는 증오심을 갖고 불특정한 상대에게 테러를 가하는 범죄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10년후인 2009년 피해자 이름을 딴 ‘증오범죄 예방법’(The Mathew Shepard and James Byrd Jr. Hate Crimes Prevention Act)이 연방법으로 제정돼 가해자에게 가중처벌의 길이 열렸지만 이런 유형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트렁크 살인’으로 ‘증오 범죄’가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모든 범죄는 원한·치정 등등 목적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증오범죄는 아무런 목적없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언제·어디에서 발생할지 예측이 어렵고 누구나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용의자 김일곤은 오랫동안 품어온 사회에 대한 적개심이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한국형 증오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중국동포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흉기 살인사건’이나 지난 5월 ‘예비군 훈련장 총기난사 사건’처럼 사회에 대한 분노를 자신과 아무 관련이 없는 약자에게 쏟아붓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충동조절장애도 하나의 원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충동조절장애 환자 수는 2009년 3천720명, 2010년 4천375명, 2011년 4천470명, 2012년 4천937명, 2013년 4천934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증오범죄 확산을 막기 위해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완화시키고 아울러 우범자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도 증오범죄예방법을 만들어 우범자 관리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