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그건 판도라의 상자를 또 여는 건데….” “이슈임에는 분명 하지만 기사화하는 것은 시기상….”

얼마 전 광주시의 산지경사도와 관련해 재밌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이참에 기사화 해보자’는 생각으로 몇몇 기관 및 지자체 관계자들을 만나 얘기를 나눠보니 대부분 부정적인 말을 쏟아냈다. 일부 관계자들은 수년 전 있었던 광주시 경사도 완화 논란(경사도 완화를 골자로 하는 도시계획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 발의됐으나 각계 입장차이로 부결된 일)을 의식한 탓인지 어떤 식으로든 이슈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사실 한달 전 쯤인가 광주의 한 시민단체 임원이 산지경사도와 관련해 공론화 자리를 마련했으면 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일반적으로 볼 때 산지경사도 완화는 시민단체가 통상 반대하는 현안이기 때문에 먼저 공론화하기 힘든 상황에서 참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유를 듣고 보니 오히려 열린 마인드일 수도 있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연보전권역 규제 완화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에서 ‘4년제 대학이 들어오면 뭐하고 자연보전권역이 풀리면 뭐하느냐. 차라리 조례로 묶여 있는 경사도를 하루빨리 완화해 개발수요가 넘쳐나는 지역 내 숨통을 틔워달라’는 의견이 개진됐다고 한다.

광주시는 지난 2010년에도 통·이장 협의회로부터 개발행위 허가시 산지경사도 기준 완화를 요청하는 건의서가 접수돼 공론화된 바 있다. 당시 통·이장 협의회는 ‘광주시는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로 인해 상수원규제를 받고 있는 실정에서 산림개발 경사도기준을 타 시군보다 더욱 강하게 규제하고 있어 이를 완화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들은 광주시는 전체면적 중 산림이 약 70%를 차지하고 있고, 인접한 이천과 여주시의 경우 경사도가 높은 산림이 상대적으로 광주시보다 적음에도 불구하고 산지개발 가능 경사도를 25도로 규정하고 있다며 광주시는 20도 미만으로 규정한 경사도 기준을 25도로 완화해 달라는 게 주요 골자였다.

지금 상황에서 보면 경사도완화는 시점이 문제인 것 같다. 언젠가는 재논의돼야 할 이슈임에는 분명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칫 정치적으로 매도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사도가 완화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공론화되는 자체가 부담스럽고, 이미 곳곳에서 난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사도완화는 더 큰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 또한 만만치 않다. 경사도 관련 현안은 광주시의 뜨거운 감자다. 문제를 간과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서 과거 이분법적 사고로 논란만 불거졌다면 이제는 합리적 대안을 갖고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이윤희 지역사회부(광주)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