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들처럼 염색·펌 못하고
여름엔 땀띠·뾰루지로 고생
“어른 되기전 한번 더” 다짐
1개당 30~40명 모발 모아야


“소아암을 앓고 있는 내 또래 아이들에게 예쁜 머리카락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2년여 동안 기른 30㎝의 긴 생머리를 자르고 단발머리 소녀가 된 김유진(사리울초5)양. 머리카락을 길러 소아암을 앓는 어린이에게 기증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유진이의 표정은 밝았다.

유진이가 머리카락 기부를 결심한 것은 2년 전. 머리를 손질하러 간 동네 미용실에서 소아암 환아들이 기증받은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발을 쓴다는 얘기를 들으면서다.

유진이는 당시 ‘나도 이렇게 꾸미는데 머리카락이 없는 친구들은 얼마나 속상할까…’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 머리를 기르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약품 처리된 머리카락은 가발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 녹기 때문에 염색은 물론 펌을 할 수 없었다.

유진이는 “갈색으로 염색하고 매직펌을 한 친구들을 보면 부러웠다”며 “하지만 아픈 아이들을 생각하며 머리를 길렀다”고 말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올 여름은 큰 고비였다. 머리는 묶었는데도 무거웠고, 목으로 내려온 머리카락 때문에 땀띠가 났다. 긴 머리카락 몇 가닥이 옷 속으로 들어갈 때면 등이 따끔거리고, 뾰루지가 나기 일쑤였다.

허리를 굽히면 머리카락이 바닥에 닿았고, 가녀린 팔로 머리를 말아 올리는 데도 힘이 들었다. 머리를 감고 말리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유진이는 윤기 나는 머릿결을 유지하려고 매일 린스와 빗질을 하는 것은 물론 물을 많이 마셔 수분을 보충하는 등 관리에 힘썼다고 한다.

“겨울에는 머리를 목도리처럼 두르면 따뜻하기도 했다”며 웃음을 지어 보인 유진이는 “어른이 되기 전에 머리카락을 한 번 더 기부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는 항암치료 기간에 머리카락이 없어 이중 고통을 받는 환아들을 위해 머리카락을 기증받아 2주에서 1달가량 가공처리를 거쳐 가발을 만들어 기증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소아암 환아는 1만4천여 명. 5년 전에 비해 13% 증가한 수치다. 다행히 연간 7천~8천여 명이 꾸준히 모발을 기증하고 있지만, 한 번이라도 파마나 염색을 했거나 손상도가 심하면 폐기처분돼 보통 30~40명의 모발을 모아야 한 개의 가발이 완성된다고 한다.

협회 관계자는 “유진이처럼 모발 기증은 소아암 환아에게 큰 도움이 된다”며 “조혈모세포 기증 등 시민들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