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들은 서럽다. 제임스 반스라는 호주 남성이 지난 7월 아랍수장국연방 아부다비의 에티하드(Etihad)항공을 상대로 호주 브리즈번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유는 2011년 10월 두바이→시드니 여객기의 옆자리 뚱보가 몸을 자주 비트는 바람에 어깨와 등에 부상을 당했다는 거다. 그런데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항공이 지난 8월 13일부터 탑승 전의 승객 체중을 체크하기로 한 건 그런 뚱보로 인한 옆자리 승객의 피해보다는 기체 전체의 중량 오버를 막기 위한 수단이라고 CNN이 보도했다. 뚱보들 설움은 끝도 없다. 막대한 적자의 인도 국영항공사 에어인디아는 지난달 15일 객실 승무원 125명에게 체중 감량을 명령했다. 비만도(度) 체격지수(BMI)가 18~25(남)와 18~22(여)를 초과할 경우 즉시 지상근무로 발령한다는 거다. 미국은 성인 3명 중 한 명이 비만이고 어린이도 17%라고 미국 질병대책센터(CDC)가 지난달 24일 발표했다.

모파상의 단편에 ‘비곗덩어리’가 있지만 비만 관련 속어에도 뚱보들은 화가 난다. ‘희박한 가망, 낮은 확률, 그럴 리 없다’는 뜻의 속어가 fat chance(뚱보 찬스)고 좋은 찬스(good chance)는 thin chance(빼빼 찬스)기 때문이다. 풍미(豐美), 풍염(豊艶)이라는 말도 있듯이 적당히 통통하고 토실토실(chubby)하다면야 오죽 좋으련만 뚱보(fat, obesity), 속칭 ‘몸꽝’이 문제 아닌가. ‘돼지 같다’는 말도 어른은 hog, 아이는 pig이다. pig은 돼지 중에서도 특히 새끼돼지(piggy)다. 그런데 엄청 웃기는 건 몸집 크고 뚱뚱한 사람을 일본에선 ‘다이효(大兵)’, 그 반대를 ‘코효(小兵)’라고 부른다는 거다. 병정이라니! 중국어엔 또 ‘벼슬아치 열 중 아홉 놈은 뚱뚱이(十官九胖)’라는 말이 있다. 뚱보 모독 아닌가. 어쨌든 각국에 증대하는 뚱보가 세계 경제에 연간 2조 달러(약 2천200조원)의 부담을 준다고 했다. 작년 11월 CNNMoney의 지적이었다. 전쟁, 흡연 비용과 맞먹는다는 거다.

뚱보들에겐 명절도 문제다. 며칠 동안 무자비한 음식 토벌을 한 결과 몸은 더욱 불어나기 때문이다. 그 또한 명절증후군 중 하나다. 130㎏쯤으로 보인다는 북한 김정은도 추석 후에 체중이 더욱 는 건 아닐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