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6년 할리우드의 화두는 단연 우주인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 ‘인디펜던스 데이’였다. 영웅담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미국인들은 대통령이 직접 우주인과 싸우는 이 영화표를 사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한 천재감독 팀버튼의 ‘화성침공(Mars Attacks)’은 기발한 아이디어, 뛰어난 색채감, 그리고 코믹한 대사, 여기에 잭 니콜슨, 글렌 글로스, 피어스 브로스넌, 아네트 베닝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했지만 흥행에 참패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화성인들에게 무참하게 부서질 뿐, 이들을 물리치는 영웅의 출연이 없었기 때문이다. 존재하지도 않는 화성인들에게 지구인들이 무차별적으로 부서지고, 조롱을 당하니 어느 지구인이 자기 돈을 내고 이런 영화에 열광할 것인가.
엊그제 NASA가 화성에 액체상태의 물이 흐르고 있다고 발표했다. 화성에 흐르는 ‘강’의 존재가 확인된 것이다. 물이 있다는 것은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한 발 더 나가면 화성에 인간이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혹시 팀 버튼이 상상했던 정도는 아니지만 화성 생명체가 존재할지 모른다. 5천만년의 시간이 지나서야 지구가 눈부신 ‘강물’을 가졌듯, 5천만년 후에 화성에도 지구 같은 아름다운 강물을 가지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또한 흉측한 화성인이 지하 어디에 웅크리고 살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머리아픈 세상, 발칙한 상상력은 이렇게 늘 즐겁다. 화성에 흐르는 강물이라…, 여전히 낯설지만 그러나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