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의혹 및 현대 비자금 150억원 사건 규명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정몽헌(54)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그룹 사옥에서 투신자살했다.
 
이에 따라 이들 사건 진상규명 및 관련자 처벌을 위한 검찰 수사와 재판이 난항을 빚고,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조성 등 대북 경제협력 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신 발견 및 현장=4일 오전 5시50분께 서울 종로구 계동 140의2 현대본사 사옥 뒤편 주차장 앞 화단에서 정 회장이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사옥 청소원 윤모(63)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윤씨는 “새벽에 청사 주변을 청소하던 중 화단 안에 한 사람이 1.5m 길이의 소나무 가지에 발목과 상체 부분이 가려진 채 누워 있어 술취한 사람이 쓰러져 있는 줄 알고 주차관리원을 통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12층에서 떨어졌으나 화단 소나무 가지 등에 걸린 탓인지 사체 훼손은 심하지 않았다.
 
●경찰 및 검찰 수사=경찰은 현장 조사와 현대 관계자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정 회장이 타살됐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정 회장 집무실 창문이 반 정도 열려 있었고, 유서가 발견됐으며, 평소 착용했던 시계와 안경이 집무실 원탁위에 놓여 있는 등 타살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1차 조사결과, 정 회장은 3일 오후 8시께 부인 등 가족들과 만찬을 하고 오후 11시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모 술집에서 지인들과 어울려 술자리를 가진 데 이어 11시52분께 계동사옥에 도착해 보안직원의 안내를 받아 회장실로 이동, 열쇠를 건네받아 안에서 문을 잠근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검 형사3부(곽상욱 부장검사)는 목격자가 없었고 정 회장이 유족 등에게 남긴 유서 작성경위 등도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정확한 사인규명을 위해 부검을 결정했다.
 
●유서내용 및 자살배경=정 회장의 자살 배경은 분명하지 않지만 경영난과 대북송금 및 현대비자금 조성 수사에 대한 심리적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경찰 주변에서 추정하고 있다.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과 부인, 자녀 3명 앞으로 보낸 A4용지 4장짜리 분량의 자필유서에는 고(故) 정주영 회장의 자식으로서 부끄러웠다며 자신의 과거행동을 후회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유서에는 또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달라. 명예회장님께서 원했던 대로 모든 대북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쓰여져 있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