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홍시장(약력용)
이재홍 파주시장
노인에게 취업기회 줘 초고령화 사회 부담 완화
아파트 싱싱시니어 택배사업 연말까지 확대
경제활동 참여로 육체·정신적 건강 유지 큰 도움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단어를 꼽으라면 아마 고독이 아닐까 싶다. 사람은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그러다가 세상을 떠난다. 나이 들어 할 일이 없고 고독의 그늘에서 지내다가 떠나는 인간의 뒷모습은 얼마나 쓸쓸할까. 문득 황순원의 소설 ‘독짓는 늙은이’에 나오는 대목이 생각난다. 독을 만드는 일에 한평생을 바쳐온 송영감이라는 노인이 생활의 파탄과 병고 앞에서 자신의 작업에 한계가 왔음을 깨닫자 단 하나의 혈육인 어린 아들을 남에게 맡기고 독가마 앞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젊었을 때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도 노인이 되면 다들 고독해지기 마련인가 보다. 스스로 고독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차가운 시선이 그렇다. 고독이라는 단어가 새삼 생각나는 가을날에 노인 문제를 한번 생각해보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은 총인구의 12.7%였으며, 2017년에는 14%, 2026년에는 그 비율이 20.8%까지 상승해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으로 구성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은 매우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를 향해 가고 있다. 그렇다면 고령화 부담을 완화시키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노인에게도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파주시의 경우 노인 인구는 4만9천명으로 파주 총인구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 기초연금 수령자가 3만1천명으로 전체 노인인구의 63%가 경제적 도움을 필요로 한다. 필자는 취임 후 많은 경로당을 돌아다녔다. 경로당 어르신들은 주로 TV시청과 화투놀이 등으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계셨다. 어르신들께 좀 더 보람 있는 일을 해드리고 싶었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경로당에 ‘소박한 일거리를 드리자’라는 것이었다. 파주는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부터 직원 4~5명의 소규모 기업까지 총 3천800여 개의 기업이 있다.

또한 파주에는 391개의 경로당이 있고 회원 수가 1만8천여 명 이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창안해 관내 기업과 일자리를 희망하는 경로당과의 협약을 체결해주었다. 기업은 경로당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주고, 경로당은 인력과 공동작업 장소를 기업에 제공해주는 것이다. 시는 물류배송 전담인력과 수송 차량을 지원하고 우수 경로당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총 57개 경로당에 28개 관내 기업이 참여해 1천607명의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연말까지 100개 경로당으로 늘려 총 2천여 명의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주시에서 실시하고 있는 두 번째 노인 일자리 사업은 경기도 최초로 실시하는 싱싱 시니어 택배사업이다. 아파트 인근 배송거점으로 택배회사가 화물을 실어오면 노인들이 아파트별로 분류해 가가호호 배송하는 방식이다. 택배회사는 아파트 단지를 일일이 돌아다닐 필요 없이 택배거점에 한 번에 많은 택배물을 놓을 수 있어 시간과 경비를 절약하게 된다. 또 노인들은 택배회사가 가져온 물건을 가정까지 안전하게 배달해 새로운 수익원을 찾게 된 셈이다. 지난 9월 18일 싱싱 시니어 택배 개소식을 가진데 이어 연말까지 3천세대 이상 아파트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두가지 사업으로 노인들은 생산적이고 즐거운 사회 참여를 통해 경제적 도움을 얻고, 건강과 보람을 찾게 해 줌과 동시에 기업은 인건비·물류비용 등을 절감하고 사회 공헌에 기여할 수 있어 훌륭한 상생모델이 되고 있다.

노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은 노인 개인의 측면에서 보면, 자신의 개성신장과 직업을 통한 인격실현, 더 나아가 소득활동으로 인간다운 삶의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된다. 또한 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노인은 사회의 경제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정신적·신체적 건강성을 유지하고 노동을 통해 온전한 사회일원이 될 수 있다. 정부는 노인복지로 많은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 소박한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야말로 노인과 사회 모두가 건강을 찾는 최고의 복지일 것이다. 노인이 돼도 고독하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이재홍 파주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