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흔히 땅과 토지를 혼동하여 사용한다. 같은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 표준 국어대사전을 보면 ‘땅’이란 ‘강이나 바다와 같이 물이 있는 곳을 제외한 지구 표면’이라 정의하고 ‘육지’를 비슷한 말로 기록하고 있다.
반면에 ‘토지’는 ‘경지나 주거지 따위의 사람 생활과 활동에 이용하는 땅’이라 하여 위의 땅보다는 좁은 의미로 쓰인다. 예를 들어 독도의 경우 ‘독도는 우리의 토지’라 하지 않고 ‘독도는 우리 땅’이라 하는 것은 적절한 표현이다. 영어로는 땅이든 토지이든 모두 ‘land’다. 이렇듯 땅과 토지에 대한 용어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차이를 두고 있다.
우리는 토지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리만큼 크면서도 막상 토지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담고 기록한 지적공부와 지적제도에 대해서는 경계 분쟁을 직접 겪어 본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잘 모르는 것도 사실이다. 근대 지적제도는 1910년대 일제 강점기 토지조사사업으로 시작되어 100년 이상이 됐다. 일제 토지 수탈 정책으로 서둘러 시행되었으나 우리 정부 수립 이후에도 토지평가나 보상, 국세나 지방세 과세 기준, 각종 토지이용계획 등의 근간이 되어 왔고, 국민 소유권을 보호하려는 기본 취지에 맞도록 정부나 지자체의 노력도 있었다.
그럼에도 현행 지적제도는 빠른 환경 변화와 다양한 사회적 욕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불신과 갈등을 불러 왔다. 낙후된 기술과 장비로 만들어진 종이 도면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으며 지적도면을 전산화하여 대민서비스를 하고 있으나, 그 밑바탕에는 손으로 그린 도해지적(圖解地籍)이 아직도 전 국토의 약 94%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도면을 기준으로 여전히 측량 업무는 지속되고 토지소유자의 경계 분쟁도 반복되고 있다. ‘고무줄 식 지적측량’이라는 오명을 받으면서도 이렇다 할 변명도 하지 못하니 지적업무를 담당하는 한 사람으로 부끄러운 현실이다.
지난 9월 23일 국토해양부와 (사)한국지적학회의 주관으로 앞으로 또 다른 100년을 위한 ‘지적정책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도해 지적의 수치화를 촉진하고 그동안 지적측량 수행을 국토정보공사(구 지적공사)에서 거의 독점하던 것을 민간 부문으로 대폭 개방하며 재원 조달을 위한 다각도의 검토 방안 등도 논의됐다.
이러한 논의가 늦게나마 구체적으로 시작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앞으로 이런 내용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지는 더 많은 의견 수렴과 연구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요즘 측량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는 담장의 10㎝ 경계가 다르다고 다시 측량을 요구하고 논두렁 한 뼘이 내 땅이라고 주장하는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통일을 대비하여 남북한의 토지제도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도 필요하다. 남북 관계를 고려하여 정부가 주도적으로 하기 어렵다면 민간 분야의 전문가들로 하여금 공동 연구가 필요한 시기이다.
/김지희 경기도 토지정보과 지적관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