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민의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제목처럼 변하지 않은 군대에 대한 자기고백의 보고서다. 작가는 “부조리를 전통이라 배우고, 보잘 것 없는 내무실 권력을 뺏기지 않으려 또래 후임들에게 폭력”을 가한 과거를 고백한다. 만화는 이제 막 자대 배치를 받은 기두식 이병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휴식해야 할 일요일 기두식 이병이 속한 소대는 구 면회실에 모여있다. 구타는 부대 고참인 남상엽 병장부터 시작해 아래로 내려온다. 구타의 이유는 간단하다. 남 병장이 천주교 종교행사에서 나오는 피자를 가져오라고 명령했는데, 눈치 없는 정병수 이병이 한 조각 나온 피자를 먹어버렸기 때문이다. 이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는 곳이 바로 작가가 경험한 군대다. 작가가 경험한(만화에서는 두식이 들어간) 부대는 효율성을 내세우며 계급에 의한 폭력과 억압으로 굴러간다. 소대라는 작은 조직 안에서 폭력은 끊임 없이 대물림된다. 두식도 폭력에 익숙해지고, 정당성을 부여한다. 단, 눈치 없고 행동이 굼뜬 두식의 동기 병수만 익숙해 지지 못한다. 타부대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지자 모든 부대의 실태를 조사하고, 병수의 증언으로 두식과 선임병들은 모두 영창에 간다. 기두식은 “수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되던 그때, 나는 정병수를 원망했다”고 회고한다. 이 만화의 진짜 가치는 군대폭력의 고발이 아니라 후일담에 있다.
두식이 제대하고 2년이 지난 뒤 후배들이 군대에 가는 자리에서 술자리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말하며 “그냥 시키는대로, 흘러가는 대로 흐름에 몸을 맡기라고 충고한다. 삶의 지혜를 전해준듯 뿌듯해 하는 두식에게 여자 후배가 묻는다. “군대 갔다 오면 다 그러나요?” 두식은 더 큰 소리로 “야, 군대 가봤어? 다 그렇게 하는 거야. 맞고 때리고 그만큼 챙겨주고. 다 서로 잘 되자고 하는 거야”라고 자신을 정당화한다. 후배는 다시 “맞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 안 할걸요?”라고 반문한다. 두식은 ‘뭘 안다고 이러지?’라는 마음으로 “단체생활에서 남한테 피해만 주고 못 따라온 게 비정상이야!”라고 자신의 정당함을 설교한다. 후배는 “비정상은 사람이 아니라 환경이죠”라고 못 박는다. 이 후일담 에피소드는 군사화된 우리 사회를 드러낸다. 작가의 말처럼 “비겁한 생존을 체험”한 우리는 사회에 만연한 군사적 가치들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우리는 ‘군대가 과연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감히 하지 못한다. 이미 우리 사회가 군사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만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군대가 필요할까?” 이 질문이 부담스럽다면, “이런 군대여야 할까?”정도라도 다시 생각해 보자.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창작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