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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란 천고마비(天高馬肥)로 하늘 높고 말이 살찔 뿐 아니라 ‘나’도 살찐다((天高我肥)고 했던가. 청자 빛 드높은 하늘에다 기분 좋고 식욕 당기니 살찔 수밖에 없고 기념일, 축제 또한 많다. 그런데 이 좋은 10월의 기체후(氣體候)―고상한 기분에다 찬물을 끼얹고 재를 뿌리는 게 바로 노벨상이다. 올해도 한국인 수상은 물 건너간 것 같지만 이웃 일본은 이틀 연속 의학상과 물리학상, 2년 연속 물리학상 수상자를 냈고 나머지 분야에서도 더 나올지 모른다. 더욱 놀라운 건 물리 화학 의학 등 과학 분야 일본인 수상자만 21명이라는 점이다. 단연 동양 최고 과학대국이 일본 아닌가. 그들의 콧대가 높아져도 수긍할 수밖에 없다. 중국인의 노벨상 수상자도 외국 국적까지 치면 8명이고 중국 토박이로는 이번 의학상이 세 번째다.

일본은 노벨(Alfred Nobel)을 ‘노베루(ノ―ベル)’라 부르고 중국에선 엉뚱하게도 ‘諾貝爾(낙패이)’라고 표기한다. 노벨상도 ‘諾貝爾奬(누오베이얼쟝)’이다. 그래도 노벨상의 권위만은 대단하다. 800만 크로나(약 11억2천만원)라는 상금에다 오랜 연륜 덕이다. 노벨은 초등교육만을 받은 일개 공업 기술자, 화학자였다. 그러던 그가 폭파와 파괴의 상징인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했고 무연(無煙) 화약을 개발, 영국 독일 등에까지 공장을 세웠고 1886년 다국적 회사인 ‘노벨 다이너마이트 트러스트’를 설립, 떼돈을 벌었던 거다. 소문자 nobel의 ‘귀족의, 숭고한’ 뜻과는 거리가 멀었고 평생 독신이었다. 자녀가 있었다면 노벨상은 없었을 게다. 소셜 미디어 사업 등으로 부(富)를 구축한 러시아 IT장자(長者) 유리 미르나는 2012년 7월 노벨상금의 2.5배인 300만 달러 상금의 기초물리학상을 제정, 첫 수상자 9명을 발표했다. 그 상이 몇 세기쯤 지속되면 노벨상을 능가할지도 모른다.

연달아 두 명, 두 해 연거푸 노벨과학상을 한국인이 타는 시점은 언제쯤이고 역대 전 수상자 수가 일본보다 많아지는 그 때는 또 과연 도래할 수 있을지 답답하다. 재작년에 8명, 작년에 4명 등 해마다 휩쓰는 미국과는 더더욱 멀고…. 노벨상 발표 시점도 12월 하순으로 옮긴다면 좋으련만. 후딱 잊고 새해를 맞을 수 있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