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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당(作黨)을 한다’는 건 당을 만든다, 무리를 짓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하늘 아래 작당을 한 그 날을 최대 명절이라며 광분하는 나라도 다 있다.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은 북한이 선군 병영국가임을 여실히 보여준 광적 동태였다. 북한은 노동당=국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아닌 ‘조선노동당공화국, 조선선군병영공화국’이다. 인민은 굶주리는데 한 해 무역액의 5분의 1(1조6천200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당 창건일에 쏟아 붓다니!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을 앞세운 10만 열병식에서 노동당 제1서기 김정은이 목청을 높였다. “(핵이면 핵) 어떤 전쟁도 미국을 상대해 주마”고. 그들의 유일신(神)은 핵이다. 하지만 그들의 핵 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게 세상의 한 목소리고 시진핑 중국 주석도 그렇다고 복창해 왔다. 그런데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은 북한에 왜 갔었나?

그는 김정은에게 시 주석의 친서(親署函)를 전달했다고 10일 중국 언론이 보도했다. 김정은을 치하, 우호를 강조했다는 그 친서는 노동당 ‘창건’이 아닌 ‘성립’이라고 했고 10일 밤 중국 TV는 ‘건당(建黨)’이라고 했다. 성립이든 건당이든 류윈산은 김정은에게 “중국은 비핵화 목표를 견지한다. 6자 협의 조기 개최를 바란다”고만 했을 뿐 핵을 어쩌라고는 하지 않았다. 혈맹 확인차 갔던 거다. 중국 언론도 우호적이다. ‘성대한 열병, 빛나는 신무기(盛大閱兵 亮新武器)’에다가 10만도 아닌 20만이라고 했다. 그런데 북한은 시진핑을 ‘습근평’으로 부른다. 미국도 Xijinping으로 부르는 판에…. 류윈산이 김정은에게 귀띔했더라면 좋았을 걸! “핵만 놓으시면 노벨평화상 감이십니다. 조선을 넘어 세계적인 위인이 되실 거고.”

노벨평화상 발표 전날인 8일 밤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는 핵병기 폐절(廢絶) 국제캠페인(ICAN), 이란 핵 폐기에 합의한 케리 미 국무장관과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피폭 실태를 계속 증언해온 캐나다의 일본 피폭자(사이로 節子) 등 핵 관련 유력 후보들을 집중 조명했다. 일본 평화헌법 ‘9조회(會)’도 후보였고 이번 노벨문학상 작품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의 생생한 증언이었다. 김정은만 모를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