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관리국장
이종호 인천시 도시관리국장
‘3만 달러 넘는 길, 문화가 앞바퀴다’.

이어령 선생이 유력 일간지에 쓴 글의 제목이다. “3만 달러 시대의 대문을 열려면 창조적 상상력과 생명의 고유한 가치를 앞세워 문화의 빗장부터 벗겨야 한다”는 게 선생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다.

문화가 경제의 앞자리에 왜 서야 하고, 세계는 한류 문화에 왜 열광할까? 한류 문화는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크게 늘리고 한류가 국가 브랜드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축의 경우는 어떤가. 흔히 ‘건축’을 말할 때, 폭넓은 사회·정치·문화적인 영향력을 갖고, 사회를 반영하거나 사회의 가치를 전달해 준다고 한다. 시공 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달했다. 말레이시아 트윈타워, 두바이 버즈두바이 등이 입증해 준다. 반면 ‘건축 문화’에 대한 인식과 평가는 기대 이하다.

그렇지만 변화의 조짐이 곳곳에서 느껴지고 있다.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개막식에서 한국관이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7년 세계건축가대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물리적으로 드러내 보였던 건축에 의식과 가치를 결합시켜 균형을 갖추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물리적 건축에서 문화적 건축으로의 변화를 뜻한다.

내가 사는 집을 개성 있게 꾸미려는 셀프 인테리어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동호인들의 골목길 탐방이 이어지고, 도시라는 공간을 인문학적 시각으로 접근하려는 등 건축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단발성 호기심을 넘어 어엿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인천시는 ‘인천건축문화제’를 매년 열고 있다. 1999년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17회. 사람 나이로 치면 머잖아 성년이다. ‘인천건축전’, ‘인천건축도시주간’으로 불리다가 2005년에서야 지금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올해는 11월 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일까지 각종 전시회와 세미나 등을 개최한다.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건축 백일장과 건축물 그리기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참여한다. 우수한 건축물을 찾아내서 널리 알리는 ‘인천시 건축상’도 인천시민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학술세미나, 유명 건축가가 살았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그의 삶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건축영화제’도 마련돼 있다.

이렇듯 이번 문화제는 전시성이나 단순 홍보용 행사가 아니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건축문화를 친근하게 접하도록 도와주고 건축문화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서 공감하자는 게 핵심 주제다.

건축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실존하는 사물이다. 인천시 ‘건축 문화제’도 다른 분야의 문화예술과 조화를 이루어 협화음을 내도록 성숙해져야 한다. ‘인천건축문화제’가 명실상부한 인천의 대표문화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 먼저, 저변 확대다.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는, 다양한 콘텐츠 개발이다. 고만고만한 축제와의 차별화를 뜻한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일회성 행사로 그쳐서는 안 된다.

건축문화는 공간, 매개문화, 그리고 건축 환경을 통해 장소성(역사성)을 드러내는 공간문화 형성에 특징이 있다. 이야기가 없는 공간은 무색무취하고, 매개문화가 없는 환경은 매력이 없다. 공간은 역사, 이야기가 축적되고 전승되어 건축문화를 이룬다. 건축문화는 끈질긴 생명력과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이야기의 또 다른 형태이며 이것은 도시의 얼굴인 것이다.

‘좋은 디자인은 시와 같고 미소와 로맨스를 건넨다’는 건축가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말을 우리의 도시 인천에 입히자. 시와 같고 아름다운 얼굴의 인천, 시민이 행복한 인천을 꿈꾸며, 2015 인천건축문화제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어 성황리에 마치길 바란다.

/이종호 인천시 도시관리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