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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것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안녕히라고 인사하고 떠나는
저녁은 짧아서 아름답다
그가 돌아가는 하늘이
회중전등처럼 내 발밑을 비춘다
내가 밟고 있는 세상은
작아서 아름답다 김종해(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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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비가 내린 가을은 제 모습을 서둘러 감추기 시작한다. 빛을 잃고 사라져 가는 저녁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어둠 속으로 빠져간다. 화자는 가을의 한복판에서 저녁이 오는 풍경을 침묵하며 바라본다. “사라져가는 것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라고 독백한다. “안녕히라고 인사하고 떠나는” 가을 낙엽 저무는 “저녁은 짧아서 아름답다” 떨어진 낙엽도 그 잎사귀만큼의 펼쳐진 생애를 살다가 갔으리라. “그가 돌아가는 하늘이/회중전등처럼 내 발밑을 비춘다” 바스락거리면서 ‘내가 밟고 있는 세상’ 속에 서 있는 초라한 자신을 본다. “작아서 아름답다”는 것은 짧은 시간에 소멸되어가는 ‘존재의 역설’이라는 점이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