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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공이 자신은 어떤 사람이냐고 묻자 공자는 “너는 그릇이다”라고 하였다. 무슨 그릇이냐고 묻자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 쓰는 호련(瑚璉)이란 귀중한 그릇이라고 하였다. 호련은 종묘에서 그 안에 곡식을 담으니 내실이 있고, 겉은 옥으로 장식하니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도 지니고 있다. 사랑하는 제자에게 ‘그릇’이라고 하였으니 ‘그릇’은 군자다운 모습을 나타내는 단어다.

군자와 소인은 사람을 쓰는 용인술에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군자는 사람을 쓰는데 그가 지닌 그릇에 알맞게 업무의 질과 양을 헤아려서 맡긴다. 소인은 사람을 쓰는데 그가 지닌 그릇은 헤아리지 않고 자기중심으로 시킨 것을 다 해주기를 바란다. 이렇듯 ‘그릇’과 관련된 논어의 언급을 보면 사람은 각자의 그릇이 있고 그 그릇대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다. 그런데 군자는 불기(不器)라고 하였다. 그래서 이에 관한 해석이 어렵다. 일반적으로 그릇이 완성되면 형태나 부피·무게와 용도 등의 일정한 기량(器量)에 국한된다. 군자는 이처럼 하나의 기량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정도로 해석된다. 그런데 이렇게만 보면 앞에서 든 예들이 애매해진다. 그러므로 ‘불기(不器)’는 좀 더 속 좁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자기와 걸맞은 일정한 그릇으로 사용되더라도 그 변화 가능성까지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정도로 보면 좋을 듯하다. 늘 문제는 변화 가능성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