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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UNESCO)―‘UN교육과학문화기구’도 유엔 산하 기구다. 190여 협약 가입국의 국제기구로 그 조직이 협의, 결정하는 중대사 중 하나가 바로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 여부다. 유네스코를 중국에선 ‘聯合國敎科文組織(연합국교과문조직)’, 세계기록유산을 ‘世界記憶名錄(세계기억명록)’이라 부르고 일본은 또 ‘세계기억 유산’으로 호칭이 다르지만 아무튼 유엔이 협의, 책임지고 결정한 국제적인 중대사를 부정하거나 협박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상식 이하다. 그런데 북한만 툭하면 유엔을 무시, 협박하는 줄 알았더니 G7 선진대국인 일본까지 그랬다. 일제의 난징(南京)대학살 기록문서가 엊그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결정되자 숫자가 틀렸다느니 어떻다느니 비난하는 것도 모자라 유네스코 분담금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그것도 일본 정부를 대표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그랬다.

참으로 쩨쩨하고 속 좁은 처사다. 1937년 12월 일제에 학살당한 난징대학살 희생자는 30만이다. 그 대학살을 중국에선 ‘대도살(大屠殺)’이라고 한다. 무고한 인민을 소 돼지처럼 도살했다는 거다. ‘그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산과 같다(鐵정如山)’고 작년 12월 희생자 공제(公祭)에서 시진핑 주석이 말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가 세계유산 등재에 토를 달고 유네스코까지 협박하자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맹비난, 쇼킹하다는 걸 ‘전징(震驚)’→지진을 당하듯 놀랐다고 했고 역사의 죄를 ‘거부하고 인정하지 못하는 죄(拒不認罪)’를 꼬집었다. 하긴 일본의 유네스코 분담금이 1년에 360억이라니 많긴 많고 기여도 또한 크다. 그렇다고 협박까지 한대서야! 한·중 합작 위안부 기록이 등재되면 그 때는 또 뭐라고 트집, 위협할 것인가.

극우 일본 정부가 그렇다는 거다. 양심적인 일본인과 시민 단체야 얼마나 많은가. 하토야마(鳩山) 전 총리는 지난 8월 서대문형무소 앞에 무릎 꿇고 “한국에서 그만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했고 남양주의 명성황후 능을 지난 8일 11년째 매년 찾은 시민단체는 “100번 찾아와 사죄해도 부족하다”고 했다. 가슴 속 염통과 허파가 정상이라면 적어도 그래야 하는 거 아닐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